브라이덜 샤워의 본질은 어디로?

또 하나의 허례허식은 아닌지…

by 구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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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결혼식을 앞둔 신부에게 프러포즈를 받는 일만큼이나 빼먹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그 정체는 바로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 언제부터인지 각종 sns와 블로그에 결혼 전 여자들만의 축하 파티 겸 우정을 뽐내고 과시하는 모습이 담긴 브라이덜 샤워 파티 사진이 자주 보이고 있다. 한복 입고 전통 혼례 치르는 세상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인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것이 결혼식 전 당연히 치러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게 간혹 의아하게 여겨지곤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한 친구나 지인, 사촌들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브라이덜 샤워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언제인지 그 시기를 정확히 모를 때부터 결혼 전에 브라이덜 샤워를 하지 않는 것은 유행에 뒤처지는 일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간혹 브라이덜 샤워를 하지 않는 예비 신부를 두고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맺어두지 못한 것처럼 여기며 받아들이기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브라이덜 샤워는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가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는 아마도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위주의 sns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것에 예민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한 번뿐인’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게 되면 뭐든지 그 가치와 가격이 본래의 그것보다 훅 뛰는 법이다. 결혼식과 프러포즈뿐만 아니라 브라이덜 샤워도 그 앞에 ‘한 번뿐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임으로써 유래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결혼이라는 과정 속에서 또 하나의 허례허식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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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초, 풍선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기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핑거 푸드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손목에 꽃띠를 두른 채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 이날 하루를 위해 일부러 맞춘 비싼 원피스나 드레스를 입고 평생에 단 한 번 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문 사진작가와 업체를 고용해 사진과 영상을 수 백 장도 더 찍어대는 일. 브라이덜 샤워를 담아낸 사진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와 시작된 것인지 모를 이 ‘브라이덜 샤워’라는 것의 정체를 파헤치고 싶어 졌다. 그리하여 순전히 나의 궁금증으로부터 이것의 유래에 대해 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유럽에서 일찍이 16세기부터 시작되어 온 브라이덜 샤워는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못 되는 친구를 위해 축의금과 결혼 생활에 필요한 물품 등을 모아 전하는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찾아보니 브라이덜 샤워의 본질은 참으로 숭고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본질이 현재의 브라이덜 샤워에까지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이 흐려지거나 심한 경우 처음과 달리 본질이 완전히 퇴색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늘 잘못되어가는 것, 변질되어가는 것들 대해서는 합심하여 본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동일선상에서 봤을 때, 허례허식을 타파하자는 세태에 역행하고 있는 사치스러운 브라이덜 샤워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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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우정 넘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축하 자리의 형태가 어떠하든 타인이 왈가왈부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 하지만, 몇 시간의 브라이덜 샤워를 위해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예약하고 많게는 몇 백씩 들여가며 무리를 해서 파티를 하는 것은 허례허식을 조장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그 목적이 오로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뿐이라면 더더욱 지양되어야 한다.


딱 보아도 많은 돈을 들인 화려한 브라이덜 샤워가 타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어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 형편에 맞춰 결혼을 하듯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로 그에 맞춰서 화려하게 브라이덜 샤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으로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나 유행에 뒤처지는 것처럼 보일까 봐 또는 ‘일생에 한 번인데’라는 뻔한 이유로 무리해서라도 브라이덜 샤워를 하려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다.


나의 인생은 온전히 내가 꾸려나가야 하는 것처럼 결혼 준비 과정도 오로지 나만의 잣대를 가지고 진행될 때 의미가 있다. 결혼 전에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 때도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진행해야 비로소 먼 훗날 돌아봤을 때 더 뜻깊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몇 백 명의 하객 중 한 명으로 참석한 큰 규모의 결혼식보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소소하게 치러낸 스몰 웨딩이 더 기억에 남는다. 결혼식 전 즐거운 전야제라고도 할 수 있는 브라이덜 샤워도 각자의 기준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소하고 다정하게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를 추천한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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