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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11. 2020

브라이덜 샤워의 본질은 어디로?

또 하나의 허례허식은 아닌지…


요즘 결혼식을 앞둔 신부에게 프러포즈를 받는 일만큼이나 빼먹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그 정체는 바로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 언제부터인지 각종 sns와 블로그에 결혼 전 여자들만의 축하 파티 겸 우정을 뽐내고 과시하는 모습이 담긴 브라이덜 샤워 파티 사진이 자주 보이고 있다. 한복 입고 전통 혼례 치르는 세상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인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것이 결혼식 전 당연히 치러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게 간혹 의아하게 여겨지곤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한 친구나 지인, 사촌들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브라이덜 샤워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언제인지 그 시기를 정확히 모를 때부터 결혼 전에 브라이덜 샤워를 하지 않는 것은 유행에 뒤처지는 일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간혹 브라이덜 샤워를 하지 않는 예비 신부를 두고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맺어두지 못한 것처럼 여기며 받아들이기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브라이덜 샤워는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가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는 아마도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위주의 sns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것에 예민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한 번뿐인’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게 되면 뭐든지 그 가치와 가격이 본래의 그것보다 훅 뛰는 법이다. 결혼식과 프러포즈뿐만 아니라 브라이덜 샤워도 그 앞에 ‘한 번뿐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임으로써 유래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결혼이라는 과정 속에서 또 하나의 허례허식이 되어가고 있다. 



꽃과 초, 풍선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기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핑거 푸드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손목에 꽃띠를 두른 채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 이날 하루를 위해 일부러 맞춘 비싼 원피스나 드레스를 입고 평생에 단 한 번 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문 사진작가와 업체를 고용해 사진과 영상을 수 백 장도 더 찍어대는 일. 브라이덜 샤워를 담아낸 사진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와 시작된 것인지 모를 이 ‘브라이덜 샤워’라는 것의 정체를 파헤치고 싶어 졌다. 그리하여 순전히 나의 궁금증으로부터 이것의 유래에 대해 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유럽에서 일찍이 16세기부터 시작되어 온 브라이덜 샤워는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못 되는 친구를 위해 축의금과 결혼 생활에 필요한 물품 등을 모아 전하는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찾아보니 브라이덜 샤워의 본질은 참으로 숭고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본질이 현재의 브라이덜 샤워에까지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이 흐려지거나 심한 경우 처음과 달리 본질이 완전히 퇴색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늘 잘못되어가는 것, 변질되어가는 것들 대해서는 합심하여 본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동일선상에서 봤을 때, 허례허식을 타파하자는 세태에 역행하고 있는 사치스러운 브라이덜 샤워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우정 넘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축하 자리의 형태가 어떠하든 타인이 왈가왈부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 하지만, 몇 시간의 브라이덜 샤워를 위해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예약하고 많게는 몇 백씩 들여가며 무리를 해서 파티를 하는 것은 허례허식을 조장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그 목적이 오로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뿐이라면 더더욱 지양되어야 한다. 


딱 보아도 많은 돈을 들인 화려한 브라이덜 샤워가 타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어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 형편에 맞춰 결혼을 하듯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로 그에 맞춰서 화려하게 브라이덜 샤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으로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나 유행에 뒤처지는 것처럼 보일까 봐 또는 ‘일생에 한 번인데’라는 뻔한 이유로 무리해서라도 브라이덜 샤워를 하려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다. 


나의 인생은 온전히 내가 꾸려나가야 하는 것처럼 결혼 준비 과정도 오로지 나만의 잣대를 가지고 진행될 때 의미가 있다. 결혼 전에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 때도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진행해야 비로소 먼 훗날 돌아봤을 때 더 뜻깊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몇 백 명의 하객 중 한 명으로 참석한 큰 규모의 결혼식보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소소하게 치러낸 스몰 웨딩이 더 기억에 남는다. 결혼식 전 즐거운 전야제라고도 할 수 있는 브라이덜 샤워도 각자의 기준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소하고 다정하게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를 추천한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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