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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08. 2020

사소한 것에 뭉클해질 때,
미래를 계획한다

결혼에 대한 우문에 현답으로 응수하다


이미 결혼 한 지인 부부나 결혼을 준비하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친구들을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오른다. 


“언제 딱 ‘이 사람이다!’ 싶었어?” 


‘평생에 한 번 하는 결혼이니까’라는 관용어처럼 받아들여졌던 말은 이제는 완전히 옛말이 되어버렸다. 태어나서 눈 뜨자마자 내 앞에 “이제부터 내가 네 엄마(아빠)다”라고 나타난 사람과는 달리 오로지 나의 선택과 상대방과의 합의에 따라 '이제부터 내가 네 가족'이라고 서로를 찜콩 하는 그 시점은 언제, 어떻게 다가오는지 참 궁금했다. 즉, 세상에 매력쟁이는 많은데 당신이 선택한 그 사람은 뭐가 그렇게 매력적이라서 평생 지지고 볶고 싸워도 좋을 사람으로 골라 잡았는지 호기심이 들었다.


첫 키스를 할 때,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의 상대라면 귀에서 종이 댕~ 댕~ 하고 울린다는 말은 거짓부렁이라는 사실은 이미 10여 년도 훨씬 전에 몸소 깨우친 바 있다. 하지만, 나란 인간은 이 땅에 태어나 30년을 살아놓고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환상을 품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지만 매번 잊어버린다. 연애를 통해 환상이란 깨지는 것이라는 걸 알고도 결혼이라는 높은 허들을 두고 혼자 넘기도 버거운데 둘이 2인 3각처럼 손을 붙잡고 함께 넘을 것을 맹세한 이들의 용기가 도대체 어떻게 생성되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환상까지 더해서 말이다! 



이렇게 결혼 ‘결정’에 대한 약간의 의문과 조금 많은 비율의 환상을 적절히 섞은 호기심을 뽐내고 있는 나의 우문에 그들은 현답을 내밀었다. 


“별 거 없어. 그냥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 써줄 때 그리고 그런 그 사람 옆에 있는 내 모습이 꾸밈없고 편하다고 느껴질 때. 그때가 바로 소위 말하는 ‘이 사람이다!’의 지점이었던 것 같아.” 


물론, 사랑이라는 전제조건으로 깔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빵빵한 재력이든 뛰어난 두뇌와 엄청난 노력 끝에 획득한 전문직 명함이든 타고난 매력적인 외모와 피지컬이든, 본인이 선택한 사람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으며 싱글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한 선택이기에 결혼 결심을 했다는 대답을 들을 것 같았던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뜨끔해지며 얼굴이 빨개졌다. 


네 맘이 내 맘 같지 않고 연애 처음과 달리 나에게만 집중하지 않아 서운해하거나 현실적인 문제로 자주 다투기도 하는 게 연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본인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내 입에 맛있는 것 하나 더 넣어줄 때 행복해하고, 생리통으로 배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플 때 전전긍긍하며 초콜릿과 온갖 달달 구리를 집 앞에 몰래 놓고 가고 서툴지만 애쓰는 게 여실히 보이는 모습으로 나보다 내 부모님께 더 잘하려 할 때, 이 모든 사소한 것들에 뭉클해질 때 비로소 이 사람과의 미래를 계획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나긴 인생인 만큼 살면서 주변에 머무는 사람도 셀 수 없을 것이다. 잠시 스쳐가는 사람, 그보다 조금 더 곁에 머물며 감정의 동고동락을 함께 하는 사람, 누구보다 사랑하고 가깝지만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 거의 확실해서 떠올리면 슬픔이 가장 먼저 밀려오는 사람 등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마주해야 한다. 또 그중의 일부는 어떤 이유로든 떠나보내야만 할 때가 온다. 이런 곡절 많은 인생길에서 한 번 선택한 사람과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큰 환상과 착각 그리고 부푼 기대를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문제가 복잡할수록 의외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간단할 수 있듯이 결혼도 마찬가지다. 평생 집에서 갖춰 입으며 세팅된 헤어 스타일과 풀메이크업으로 살 순 없지 않겠는가? 파자마에 편안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 맥주 한 캔에 봉지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함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나의 늘어지고 편안한 모습을 진정으로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어느 순간 나에게 ‘바로 이 사람이야!’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운명처럼 앞으로의 몇십 년을 한 큐에 결정해버리는 것이겠지.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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