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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29. 2020

관상 때문에 결혼 못 하게 생겼어요.

궁합, 사주, 관상. 이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결혼을 결심한 남자 친구를 엄마에게 소개했어요. 전 엄마가 당연히 허락하실 줄 알았는데… 반대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반대하시는 이유가 황당했어요. 바로 남자 친구 눈빛이 별로라서 그렇다는 거예요. 다른 것도 아니고 눈빛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없다니… 저로서는 너무 황당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게 됐어요. 저는 이 결혼하고 싶은데, 엄마 말을 들어야 할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환승하면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인터넷에 올라오는 짧은 글을 읽을 때가 종종 있다. 연애와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해당 분야의 글에 눈길이 간다. 이것도 병이라면 일종의 병, 즉 ‘직업병’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또한 나에겐 달갑기도 하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아주 기꺼운 직업병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검지 손가락으로 작은 손바닥 속 넓은 세상을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던 중 우연히 위와 같은 고민을 담은 글을 발견했다. 세속적 의미가 한껏 담긴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나이의 여성으로서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의 입을 통해 어렵지 않게 들어왔던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였기에 크게 공감은 못 해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 물론 타인의 고민에 ‘흥미'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실례일 수는 있으나, 고민의 소재에 대해 오랜만에 주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는 뜻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요즘 세상에도 결혼을 허락받으려 할 때, 양가 어른들께서 각자 사위나 며느리 될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요구한 후 궁합이 맞으면 시키고 아니면 무르는 것이 일반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 2~3년 내에 결혼을 한 친구, 선배, 아는 언니와 오빠, 사촌 등 적지 않은 수의 커플들의 예로서 추측해보건대,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궁합을 보고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저 참고하기 위해 혹은 의례의 하나로서 궁합을 보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내용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오히려 무언가를 따져본다고 하면, 새 식구가 될 사람의 직업과 능력, 모아놓은 돈과 자라온 가정의 객관적 경제 상황 등 자본주의적인 요소를 가장 우선시한다.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나가고, ‘숨길 수 없는 것' 목록에 사랑과 기침만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가난까지 덧붙여져 이 세 가지는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이라고 확정 지어져 회자되지 않는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감에 있어 경제적인 부분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에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은 당연하다. 백 번, 천 번 이해된다. 


하지만,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을 괜히 사서 걱정거리를 만들어 고민해보자. 만약, 집안 대대로 알부자에 본인의 능력도 뛰어난데 앞선 사연에서의 고민녀 남자 친구처럼 관상이 좋지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성격도 무난하고 학벌과 학력도 남들 못지않으며 본인의 능력도 뛰어난데 눈빛이 좋지 않다던가 눈썹이 너무 진하고 눈썹 뼈가 튀어나와서 고집이 세 보인다던가 뭔가 관상학적으로 좋지 못한 부분이 있어 괜히 꺼림칙하다면? 고민이 깊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하느님을 믿지도 않고 불교를 공부해본 적도 없으며 대학로나 이대 같은 곳에 놀러 가면 재미로 보는 타로, 사주 풀이 등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을 만큼 미신이나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에 의심 많은 나일지라도, 가까운 사람들의 부정적인 말에 전혀 휘둘리지 않을 자신은 없다. 



솔직히 지금까지 40~50대의 아줌마라면 살면서 남편 일로든 자식 일로든 철학관이나 점집 한 번쯤 가본 적 있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편견과 다르게 아직 그런 쪽에 제대로 발 한 번 들여본 적 없는 우리 집 노 여사님조차도 결혼에 있어서 만큼은 인륜지대사라는 거창한 한자어를 들이대며 “안 좋다는 건 피해 가는 게 좋지. 굳이 안고 갈 이유는 없잖아?”라며 본인 또한 관상, 궁합, 사주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것,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을 미신이나 유사 과학 정도로 치부하기 쉬운 세상을 살아가는 만큼, 이러한 고민에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 글을 읽게 될 분들에게 ‘관상, 궁합, 사주 이런 거 다 가짜니까 믿지 마세요! 다 생각하기 나름이죠. 인생은 운명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거라고요!’라고 말할 수도 없다. 확실하게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 또한 꺼림칙한 것으로부터 꽤나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 무책임하게 '당신의 인생이니 당신 뜻대로 하시오'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또 그렇다고 나의 의지 따위 저 멀리 던져버리고 운명에 순응하며 쫄보처럼 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연애와 결혼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다고 중도 포기하거나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살아갈 의미도, 이유도, 동기도 찾을 수 없거니와, 나아가 나의 존재 이유 그 자체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주변의 이야기는 충고나 조언일 뿐이고, 선택과 결과에 대한 감당과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누구 말을 들어 손해를 봤다고  하소연할 순 있지만 그로 인해 결과는 달라지지 않고 감내해야 할 사람 또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두루뭉술하게 인생 전체에 비유해 말했지만, 사랑과 결혼도 마찬가지다. 주변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여 관상이 좋지 못한 사람, 궁합이 안 맞는 사람과 결혼을 포기하는 것도 반대로 내가 좋으면 된다, 운명은 함께 개척해나가는 거라며 패기 있게 결혼으로 골인하는 것도 내 줏대, 중심이 바로 서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중심만 바로 서 있으면 된다. 사랑과 결혼에도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자. 그 신념과 그로 인한 결정이 옳았든 틀렸든 그것은 결국 시간만이 알고 또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리라.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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