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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13. 2020

연애의 시작에서
권태로움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

권태로움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미 결정된 것일지도


연애 경험이 있거나 없어도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문제, '관계에 있어서의 권태로움'


어떤 관계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생기면, 권태로움은 언제라도 한 번은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듯하다. 시국이 시국인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가족 간에도 충분히 서로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지루함, 싫증, 권태감을 느낄 수 있다. 가족도 이러한데 하물며 직장에서는 어떻겠는가? 아무리 친절하고 좋은 상사, 말이 잘 통하고 재미있는 동료, 빠릿빠릿하게 일처리를 잘하는 예쁜 후배라 하더라도 제한되고 규정된 환경 속에서 한 치의 다름도 없는 매일을 함께 몇 달, 몇 년 이상 보내야 한다면... 뒷말을 생략해도 답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이처럼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야 하는 관계에서도 권태로움과 싫증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한 번씩 솟구친다. 이런 변덕스러운 마음을 가진 인간이 시시때때로 변질되는 ‘감정’ 앞에서 처음과 같은 사랑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권태로움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미 뒤따라 나갈 수순이 정해진 벤치에 앉아 호명되길 기다리는 출전이 확정된 선수와 같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주장, 즉 권태로움은 어떤 관계에서든 필수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제는 다른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다. 잘 맞고, 성향이 비슷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대체적으로 같은 연인이라면,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연인에 비해 권태기가 올 확률이 낮거나 권태기가 와도 더 잘 극복할 확률이 높을까? 필자는 감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이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서로 안 맞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커플보다 그렇지 않은 커플들이 권태기가 오더라도 지나온 시간들에서처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위해주려고 노력함으로써 권태로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반문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오히려 서로 너무 비슷하거나 나에게서 보이는 모습이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보이면 지루함, 권태로움, 시들함 같은 것들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물론, 서로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권태로움을 더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정반대이라 오히려 더 크게 부딪히다가 완전히 끝장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방과 성향에 대해 깊게 고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연인으로 발전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권태감을 느낄 수 있고, 권태로움이 느껴질 때마다 헤어지고 새로운 연인과 새로운 자극을 찾을 게 아니라면 극복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 나와 인연을 시작하려는 상대방이 평소에도 새로운 자극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지루함과 권태감을 못 견뎌내는 사람이라면, 나도 같은 성향의 사람이 아닌 이상 이 사람과의 연애가 삐걱거릴 때, 균형추를 다시 맞추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은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페달에 발만 올려놓고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 꽃 예쁘다, 저기 날아가는 나비도 참 예쁘네와 같은 태도로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이것이야말로 동상이몽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성격상 피하지 못한 문제를 즐기기까지 할 정도로 호쾌하고 대담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평소에 피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연애, 직장, 가족, 친구, 자아실현 등 삶에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 중에서도 특히 ‘감정’과 관련된 것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가장 치명적이기 때문에 연애와 사랑에 있어서는 사전에 깊은 생각과 고찰,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는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와 두 번 정도 권태기를 겪었는데ㅡ필자 기준에서는 2번인데 상대방은 몇 번이나 겪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표현하지 않았던 혼자만의 내적 권태기까지 따지면 그 횟수는 사실 더 많을 지도ㅡ, 필자와 남자 친구 모두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대화로 풀어가야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기도 하고 공감을 표하기도 하면서 감정적으로 깊게 교류하기 때문에 두 번의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필자의 사례에서의 해결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커플마다 문제 해결 방식과 방향은 천차만별이고 필자와 성향이 전혀 다른 누군가에게는 깊고 긴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 최악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본인의 사례를 가져오면서까지 말하고 싶은 건, 피해 갈 수 없다면 애초에 피해야만 하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것, 문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한 연애 상대를 만나는 것 등. 만약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권태기는 누구에게나 들이닥치는 것이니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감정이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감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연인 사이의 권태기는 감기와도 같다. 감기는 누구라도 걸릴 수 있고 걸린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기에 걸렸더라도 약 잘 먹고 푹 쉬고 다시 건강을 다지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감기에 걸리기 전보다 더 개운한 몸 상태를 갖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에이, 알아서 낫겠지’라는 방관적인 태도로써 약도 먹지 않고 얇은 옷을 입은 채 바깥을 마구 돌아다닌다면, 나중에 가서는 쉽게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권태기도 마찬가지다. 권태로움이 찾아왔음을 인정하고ㅡ사실 상대가 나로 인해 권태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참 자존심 상하고 어려운 일이다ㅡ 극복하기 위해 빠르게 대처한다면 쉽게 위기를 넘길 수 있다. 


그러니 연인이라면 평소 일상에서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우리 관계가 병들었을 때 어떻게 개운하게 낫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은 가져보는 건 어떨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어차피 들이닥칠 권태기라면, 연애 프로답게 대처하여 우리를 고통으로 밀어 넣는 권태로움 따위 멀리 날려버리자. 우리가 지켜내고 싶은 사랑을 위해.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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