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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03. 2020

축의의 정의는 무엇일까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은 어디까지 일까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은 이들이 바깥 외출을 삼가고 있다. 일상적인 축하 인사도 제대로 건네기 어려워진 이때, 사실 가장 서러운 건 예비부부가 아닐까. 두 가정이 하나의 가족이 된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축복받고 싶었을 테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런 심란한 상황을 두고 최근 잇따라 겪은 ‘축의’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결혼 두 번 할 때도 축의금 내야 하는 거야? 


며칠 전 한 친구는 고민되는 문제가 하나 있단다. 바로 축의를 할지 말지였다. 고민되는 이유는 초대받은 결혼식이 두 번째라는 것이었다. 즉, 한 사람이 결혼을 두 번 한다는 뜻이다. 몇 년 전 친구들과 십시일반 모아 축의를 한 적 있는지라, 이번에도 그 금액을 전달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라고 했다. 더욱이 본인은 비혼 주의자여서 나중에 돌려받지도 못할 텐데 굳이 내야 하는지 하며 말끝을 흐렸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긴 밤 여름날의 이른 더위 때문인 것인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축의를 했는데 거절당했다 


또 한 번의 사례는 시국이 이런 만큼 결혼식도 최대한 약식으로 진행하는 커플이 있었다. 가족, 친지들만 초대해 조촐하게 치른다고 했다. 되려 ‘이 시국에’ 결혼하는 것이 미안해서 주변에 잘 알리지 못했다고 했다. 옆에서 결혼 준비하는 걸 고스란히 지켜본 필자 입장에선, 이 둘 부부의 앞날을 행복하게 축복해주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작은 선물을 하나 보냈다. 비대면으로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기프티콘’ 방식으로 말이다. 배송지만 입력하면 간단히 물건을 수령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결혼 축하 인사를 받은 이는 이런 걸 보내 줬느냐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며칠 뒤, 아침에 받은 문자를 보니 일순 기분이 혼란스러워졌다. 당사자가 선물 받을 주소를 작성하지 않아 반품됐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주는 이의 성의를 거절당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축의를 거절할 수도 있다니 요즘 세상의 생소한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마음으로 확인하는 게 ‘축의’더라 


재혼하는 예비부부에게 축의를 했느냐고? 물론 했다. 첫 번째 결혼이 철저히 실패라고 여겼던 A는 이혼 후 2년 간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그때 참석해준 친구들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최대한 함구했단다. 행여 본인이 불행의 아이콘은 아닐까 주변 친구들이 결혼할 때에도 한 번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던 A는 모든 것을 받아주고 이해하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그와 함께라면 상처뿐인 본인의 이전 과거를 잊고 행복하게 새 출발할 수 있었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이를 자신이 아끼는 친구들 앞에서 맹세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결혼 전 친구들끼리 모여 속 시원히 풀게 됐다. 오열과 사과가 가득한 결혼식 전 진정한 ‘브라이덜 샤워’였다. 친구들은 브라이덜 샤워 비용을 기꺼이 냈다. 축의금은 내지 않고 가전제품으로 통 크게 선물하기로 약속했단다.  


축의를 거절한 이에게도 해명 연락이 왔다. 결혼식 전후로 챙겨야 할 게 많아 따로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축의금이나 선물을 받는 게 불편했단다. 심지어 받은 축의금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결혼 후 식사를 대접하며 정중히 사과했다.  


축의란 무엇일까? 비용과 형태에 상관없이 마음을 담아하는 게 축의인 것 같다. 그래도 축의에 대한 내 기준은 확고하다. 초대받았으면 제대로 성의는 보이자는 것이다. 초대하는 이도 마찬가지다. 저속한 표현이지만 결혼식을 두고 어떤 이는 ‘수금하는 날’이라고 한다. 손님을 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 당신 인생의 중요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주저 않고 와주는 이들이니까. 이 시국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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