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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08. 2020

결혼식이 끝나면 무엇을 하나요?

누구에게 물어보긴 애매하지만 궁금한 질문들

같은 날 신혼여행을 가는 경우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좀 더 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점, 다음 날 신혼여행을 가는 경우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결혼식이 끝나고 마무리할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혼식이 끝났다. 다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인사하러 가고 싶었는데 폐백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 탓에 인사하지 못했다. 식사하는 곳에 가보니 대부분은 이미 밥을 먹고 자리를 뜬 후였다. 아직 남아있던 몇 친구들하고만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무사히 다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허기가 졌다. 한복을 입은 채 음식을 담아 테이블에 앉았다. 하객들이 거의 나간 시점에서도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는 뷔페와 제공되는 따뜻한 음식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남편과 끝났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오늘은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본다. 



결혼식이 끝나면 무엇을 하나요? 


1. 하객 식사 금액 정산 

예식장 비용, 즉 식사 금액을 정산한다. 식이 끝나면 예식장의 담당자분께서 다가와 정산은 어떻게 할지를 물어본다. 식권 제공이 끝나면서 하객 수 파악(=식사 인원 파악)이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예식에서는 하객으로 몇 명이 올 예정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인원 파악을 잘못하면 준비한 식사가 부족해서 밥을 못 먹고 돌아가는 하객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준비한 식사가 하객 인원보다 많더라도 돈은 모두 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나는 가족, 친척 인원 계산은 부모님께 맡기고 친구 리스트만 엑셀로 쭉 정리했다. 자녀가 4명이라 벌써 3번째 결혼식을 치르는 아빠의 감과 직접 적어보지 않으면 불안한 나의 성격이 시너지를 내면서 우린 거의 딱 맞춰서 하객 수를 계산해냈다. (이게 묘하게 기분이 좋다….) 


Q. 식사 금액은 누가 내야 할까? 

양가가 같은 지역에 살거나, 가까운 지역에 사는 경우에는 식사 금액을 각자 내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쪽에서 지역을 양보한 경우에는 양보받은 쪽이 식사 금액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당연히 각자 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산 시점에서 신랑 측(부산)으로 내려가서 결혼한 것이라며 신랑 측에서 식사 금액을 한 번에 계산해주셨다. 물론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만, 돈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미리 이야기해보는 게 좋을듯하다. (호의이므로 일단은 각자 낸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이런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2. 축의금 정리

부산에서 광명, 집에 도착하자마자 축의금을 정리했다. 요즘은 계좌 이체해주거나 카카오 페이로 쏘는 친구들도 있어서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았고 누가 왔는지도 정리할 겸으로 엑셀에 하나씩 써 내려갔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적어둔 축의금 리스트


축의금 리스트를 정리하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다. 직접 오지는 못하고 지인 편에 축의금만 보낸 사람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겨 청첩장 주는 게 미안해 연락하지 않았는데 소식을 듣고 축의금만 보낸 사람 등. 그래서 다들 꼭 힘들더라도 바로바로 정리해두어야 늦지 않게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다. 참고로 금액은 총액수가 궁금하지 각자 얼마를 냈는지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Q. 축의금을 계좌이체로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요즘은 카카오 페이에 봉투도 있고, 따로 계좌를 물어보지 않아도 입금이 가능한 추세라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사바사겠지만, 계좌이체로 받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나 역시 결혼식장에서 ATM기를 찾느라 헤맸던 경험이 더러 있었기에 어떤 마음인지 공감했다. 다만 계좌로 들어오게 되면 어느 계좌로 들어온 건지 헷갈리는 탓에 엑셀 시트에 ‘은행’과 ‘계좌번호’ 열을 추가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3. 감사 인사 전송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다 배터리가 나갔다. 보조 배터리를 챙겼어야 했는데… 집에 돌아와 축의금을 정리하면서 마저 인사를 보냈다. 축의금을 정리하면서 표를 만들어 둬서 인사를 보낸 여부도 체크하기 좋았다. 


대만 친구의 축의금. 이런 걸 받았는데 인사 안 할 수가 없잖아ㅠㅠ!


아마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사진이 날아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답변을 하는 나, 또 와준 친구들이 고마워서 누가 시킨 게 아니어도 저절로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4. 신혼여행 준비

여기까지 완료하면 아마 다음날 새벽일 확률이 높다. 피곤하겠지만 아직 잘 수 없다. 이제 즐거운 신혼여행이 남았으니까!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미뤄뒀던 신혼여행 짐을 준비해야 한다. 결혼식을 함께 준비하다 보니 다른 여행보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챙긴 얇은 가이드북이 여행에서 큰 도움이 됐다. 여행하는 내내 얇은 가이드 북 하나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를 누볐다. 인생의 큰 프로젝트 하나를 마치고 꽤 길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이라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 아니 결혼식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웠다. 허니문은 마음껏 즐기고 오길 바란다! 


Q. 신혼여행은 예식이 끝나고 바로 가는 게 좋을까? 다음날 가는 게 좋을까? 

부산에서 결혼해서 결혼식 짐과 여행 짐을 동시에 챙기기 어려울 것 같아, 신혼집인 광명에 들렸다가 짐을 놓고 다음날 가는 것으로 동선을 정했다. 여행지와 항공기에 따라 토요일 출발과 일요일 출발이 있는데, ‘하와이’의 경우 일요일 정오쯤 출발이었다. 시간도 적절하고 나와 남편 둘 다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순조롭게 스케줄을 계획할 수 있었다.  


결혼식 날 신혼여행을 가는 경우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좀 더 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 날 신혼여행을 가는 경우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결혼식이 끝나고 마무리할 것을 모두 정리하고 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커플의 환경과 특성에 맞춰 선택하면 좋겠다.



여기까지가 나의 결혼식 이야기다. 식을 하지 않고 1년을 살았을 때는 혼인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말 부부인지, 그렇다면 함께 살았을 때부터 부부인지 아니면 기억도 안 나는 혼인신고일부터인지, 아니 그게 정말 중요한지 등의 여러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고 나니 ‘우리가 부부로 살아가기를 소중한 사람들에게 알린 날’이 생기며 자타공인(?) 부부가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 부부로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면 ‘시작’을 함께 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 물론 그게 꼭 결혼식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그게 상견례 날 일수도, 혼인신고를 함께 하러 간 날일 수도 혹은 함께 살 집을 계약한 날일 수도 있다. 그게 언제일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린 그게 결혼식이었다.  


준비했던 모든 게 착착 맞아 정말 행복했던 5월의 어느 날이었지만,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은 나의 결혼식 이야기를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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