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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06. 2020

아는 게 힘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

‘부부의 세계’에 뛰어들 용감한 자, 누구인가?


복장 터지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종영하고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부부의 세계>가 남긴 잔해들이 갑작스러운 사고에 와장창 깨져버린 유리 파편처럼 여기저기에서 나뒹굴고 있다. 이건 필자 외에도 많은 분들이 <부부의 세계>에 대한 격분, 한탄, 비난 등 각양각색의 감정을 뿜어내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아, 우리가 언제 이렇게 손에 손 잡고 하나가 되어 대국민 공감을 이끌어낸 적이 있었던가? 기혼은 기혼대로, 미혼은 미혼대로, 커플은 커플대로, 싱글은 싱글대로, 비혼 주의자는 비혼 주의자대로 나름의 영역에서 저마다의 입장을 가지고 설왕설래가 많다. 


드라마로 인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용암처럼 뜨겁게 훅 하고 올라오는 미묘한 감정들을 느끼시는 분들 앞에서 20대 미혼 여성인 필자가 감히 용기 내어 한 마디 해본다. 우리 모두 너무 성내고 열 내거나 과하게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드라마 제목처럼 결국 “부부의 세계는 부부만이 아는 것”이다.


출처 :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스틸 컷


필자는 종영 후 짬을 내어 5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했다.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유독 결혼에 대해 강한 회의감과 거부감을 표출했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친구는 드라마에 열광하고 심취해 주인공 지선우에 강력하게 몰입한 나머지 결혼이라는 부부만의 세계에 입장하기도 전에 퇴장 티켓을 끊을 준비부터 하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남들 하는 건 나도 한 번 해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친구는 확실한 의미에서 비혼 주의자나 딩크 지향자가 아니기 때문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하나 이상 낳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드라마는 한 사람의 인생 계획까지도 바꿀 수 있는 어마 무시한 힘이 있는가 보다. 결혼 적령기의 20대 미혼 여성에게 <부부의 세계> 속 스토리는 추격전이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 속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그저 나와 다른 남 얘기로 물 흐르듯 흘려보낼 수 없는 종류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세상에 최수종, 션 같은 애처가 사랑꾼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는 거의 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평범한 커플들은 다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나중에는 사랑 아닌 정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남자든 여자든 한 번씩 바깥으로 눈이 돌아가게 되어 있고 여기에서부터 불륜과 파경이 시작된다. 그러니 내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서 어차피 남들처럼 한 번쯤 위기를 맞게 된다면, 차라리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이혼할 때 위자료라도 듬뿍 받고 니콜 키드먼처럼 웃으며 법원을 나오고 싶다.> 


이는 친구가 남긴,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부부의 세계 퇴장을 고려한 청사진이다. 이렇게 ‘그’ 세계에 입장하기도 전에 온갖 걱정과 겪어보지도 않은 배신감, 슬픔 따위의 감정에 빠져 퇴장 스텝부터 밟고 있는 그녀에게 “드라마는 어차피 아주 잘 꾸며놓은 가상현실 같은 이야기일 뿐이야. 가상현실은 ‘가상’ 현실이지, 결국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진짜’ 현실과는 분명 거리감이 있다고. 그러니까 너무 미리부터 걱정하고 전전긍긍하면서 누굴 미워할 준비부터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같은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게 뻔하다. 그렇기에 나는 괜히 앞에서 싫은 소리, 입바른 소리를 해서 한 사람의 기분이 더 나빠지는 데 일조하기보다는 이렇게 뒤에서 비겁하게 글을 쓰는 방법을 택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부부의 세계는 결국 부부만이 안다. 주변에서 아무리 잘 안다고 알은체를 해도 그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특히, 부부 두 사람만의 미묘하고도 오묘한 감정은 더욱 알기 어렵다. 드라마에서 계속해서 들려왔던 내레이션 속 목소리가 말했듯, 둘만의 시간, 함께 꾸렸던 공간, 함께 헤쳐나갔던 고난과 역경 속에서 쌓아 올려진 것은 부부만이 온전히 공유하고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그것을 허물거나 폐기 처분하거나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거나 그도 아니라면 반대로 큰 마음먹고 무너진 공든 탑을 함께 다시 세울 결심을 하는 것도 부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사서 걱정해봐야 골치만 아파지는 ‘그 세계’에 직접 입성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아픔과 상처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영혼의 건강을 위해 좋다. 그럼에도 평생 비혼 주의자로, 독신으로 살겠다고 확고하게 결심한 게 아니라면 입장 티켓을 끊기도 전에 어떻게 퇴장할 것인지부터 고민하지 말자. 어차피 들어가기로 결심했다면, 누구랑 함께 입장할 것인지, 들어가서 어떻게 재미있게 놀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와 같은 행복한 고민을 우선시해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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