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청첩장, 어디까지 초대해야 할까?
결혼 준비하면서 인간관계가 많이들 정리된다고 한다.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예신으로서 청첩장을 주문하고 어디까지 줘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다. 주변 사람에게 자문을 구할 때마다 그 기준이 매우 다르기도 하고 함부로 초대하기도 초대를 안 할 수도 없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결혼식에 초대받았던 경우와 초대받지 못한 경험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선 결혼식에 초대받았던 경우는 초대자의 에티튜드에 따라 인간관계가 정리되었다. 결혼식에 초대할 만큼 친하지 않았어도 ‘너에게 결혼하는 것은 알리고 싶고, 결혼식에 참석하든 안 하든 축하를 받고 싶었다. 밥 한 끼 대접하면서 결혼 전에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다’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더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내가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청첩장을 불쑥 주거나 모바일로 마치 행운의 편지를 날리듯 주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계좌번호도 (실수라고 말하며 사과하긴 했으나) 카톡으로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이들의 결혼식은 절대 참석하지 않았으며 인간관계도 정리했다. 내 성향 자체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주의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초대받고도 기분 나빴고 그의 됨됨이를 돌아보게 했다.
오히려 서운함이 오래가는 쪽은 초대받지 못한 결혼식이었다. 나는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초대받지 못하면 섭섭했다. 물론, 결혼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나쁜 의도로 초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조심스러워서 그랬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서운함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정말 축하해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말이지…. 이런 경우 초대하는 사람이 본인의 가장 사적이고 중요한 자리에 초대할까 말까 고민했다는 것 자체가 서운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청첩장을 준비하며 그 기준을 ‘앞으로 나와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으로 세웠다. 친했던 기간, 알고 '지낸' 기간(past)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알고 '지낼' 기간(future)이 훨씬 길 테니까. 내가 혹시나 상대방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는지에 대한 여부는 너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안 그래도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법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든데 꼭 사적인 인간관계까지 그렇게 따져야 할까. 대신 상대방과의 관계와 우정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더 단단해지고 싶어서 초대하는 것이라면 꼭 에티튜드를 지켜야 한다. ‘앞으로 더 친해지고 싶어서 초대하는 것인데 혹시 부담이 된다면 마음으로 축하해줘도 나는 괜찮다’라고 상대방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짐을 조금 줄여주자. 매너 있게 정성을 담아 (돈과 비례하지 않다) 그 진심을 전한다면 청첩장 모임을 떠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