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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28. 2020

그럴 거면 비흡연자를 만났어야지!

맞지 않는 부분은 어디까지 맞춰나가야 하는 걸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연말, 연초 시즌이 돌아왔다. 이맘때쯤이면 묵은해가 가고 또 새로운 해가 온다는 사실 자체에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나이 끝에 ‘9’를 달고 살다가 앞자리가 바뀌는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하는 감정일 듯하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는 설레지만, 앞자리가 바뀌는 때는 새로움이 더 큰 이질감으로 덮어씌워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연말연시 모임에서는 유독 나와 같은 처지의 주변 미혼들의 이야기가 귀에 더 쏙쏙 들어오곤 한다. 


코로나의 기세가 거세게 확장하기 전, 소소하게 몇 명의 친구들과 만남을 가졌다. ‘얼굴 한 번 보자’는 말만 계속해서 늘어놓은 터라 ‘송구영신’ 하는 지금이 아니라면 또 무슨 핑계로 약속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마스크로 무장하고 만났다. 어릴 때 만나 우리가 벌써 30대가 됐네, 이 나이면 진작 결혼했을 줄 알았는데 등등 푸념 섞인 말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연애 이야기가 한창 진행되던 중, 한 친구가 문득 “야, 각자 남자 친구 자랑 좀 해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서로 남자 친구의 직업과 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내밀한 속마음을 묻는 질문은 처음이었기에 왠지 쑥스러웠다.



내가 자주 삐져도 항상 자상하게 풀어주는 게 좋아, 책임감 있는 모습이 좋아, 나는 키가 작은데 남자 친구는 키가 커서 좋아 등등 각자가 반한 포인트를 내뱉었다. 그러던 중 이야기는 연인의 고쳤으면 하는 점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한 친구는 남자 친구가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 냄새도 냄새지만 건강과 2세 때문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필자의 남자 친구를 제외하고는 친구들의 연인 모두 흡연자였기 때문에 그들은 크게 공감하는 듯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필자의 남자 친구도 입대를 계기로 3년 간 흡연자였다가 나를 만남과 동시에 금연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정식으로 사귀게 된 후, 그는 단 한 개비의 담배도 피우지 않았고 금연은 6년째인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필자도 흡연자가 아니고 가족 중에서도 남동생을 제외하고는 할아버지, 아버지, 방계 친척까지 흡연자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비흡연은 나에게 연인과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래서 썸 단계에서 그가 흡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흡연자와는 사귈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단호함이 효과가 있었던 건지, 다른 이유와 겹쳐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 친구는 나와 사귀기 직전에 금연했고 우리는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금연은 담배를 완전히 끊어내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만큼 금연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스스로의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상대의 강요에 의한 약속은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필자의 친구들처럼 금연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고 결혼까지 고민하게 할 만한 요소라면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반드시 걸러야 한다. 상대에게 금연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관계를 이어 나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미래를 얘기하면서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금연하는 게 어때?”라고 훅 들이댄다면 상대방은 어안이 벙벙한 기분을 느낄 뿐이다. 



내가 비흡연이나 금연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흡연을 자신만의 자유로운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비흡연자 앞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수많은 사람 중 흡연자를 선택하여 사랑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강제적으로 금연하게 하는 것은 한편으로 그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그리고 “너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명목을 내세워 나의 생각을 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자는 운이 좋아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나 비흡연자 커플이 되었지만, 이건 정말 천운이 따라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는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만났을 때, 흡연 문제를 앞에 두고 싸우거나 눈살 찌푸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내세우는 가치가 중요한 만큼 상대방이 무언가를 누릴 자유도 중요하다. 비단 흡연뿐만 아니라 연인과 배우자를 선택하면서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 못한다’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강하게 밀어붙여라.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내 입맛에 맞게 바꾸려 하지 말고 애초에 내게 맞는 사람을 선택할 때, 갈등은 줄고 사랑을 오래 유지될 것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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