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것이 특이한 것으로 별종 취급 받지 않는 세상이 되길
사람들에게 타인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한 가십거리에서부터 깊이 생각할 지점을 준다는 것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가가곤 한다. 얼마 전 방송인 사유리씨가 비혼 상태에서 엄마가 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는 모습을 보니 다시금 피부에 와닿았다. 그녀의 선택을 두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곱지 않은 시선과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왕왕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사유리씨의 인생에 1원 한 푼 보탬이 된 적 없는 사람들의 오지랖 넓은 말은 결국 시간이 갈수록 힘을 잃을 수밖에.
사실 사유리씨의 이야기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다소 파격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각종 매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너무 많이 다루어졌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야기를 또다시 다루는 것은 우리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며, 한편으로는 미래에 자신이 꾸리고 싶은 가족의 모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ㅡ물론 누군가와 함께 하는 모양새가 아니더라도 독신을 꿈꾸는 것 또한 ‘1인 가족’이라는 이름의 가족 형태이다ㅡ. 더불어 얼마 전에 봤던 해외 토픽 기사가 주는 울림 또한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데 한 몫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전후사정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자극적인 부분만을 가져와 짧게 소개함으로써 비교적 자주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뉴스의 해외 토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극적인 제목에 눈길이 가는 걸 보니 나도 속물은 속물인가 보다. “딸을 대신해서 손녀를 낳은 엄마”라는 제목에 헉! 해서 바로 클릭해버렸으니 말이다.
상황인즉슨 이랬다. 희귀병으로 비정상적인 2차 성징이 일어나 자궁과 질의 일부가 결핍된 채로 살아가던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결핍을 안고도 무사히 자라 성인이 되었고 곧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공포감에 늘 사로잡혀 있던 그녀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후에도 불임에 대한 미안함과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맺어진 이 가족은 엄마가 딸을 대신해 딸과 사위의 수정란을 자신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대리모 방식을 취했다. 그리고 50대의 엄마는 정상적으로 열 달을 버텨 건강하게 손녀를 출산했고 가족 모두는 큰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반응은 첨예하게 갈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미혼 여성이 기증 받은 정자로 인공수정 시술을 할 경우 애매모호한 법률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술하고자 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고 한다. 대리모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내용으로 규정된 법률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마냥 ‘대리모는 불법이다’는 말만 떠돌고 있을 뿐이다.
한국의 사회적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일본까지 가서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친 사유리씨의 이야기가 알려졌을 때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았다. 이처럼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신의 자궁에 인공수정한 배아를 착상시키는 과정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엄마가 딸을 대신해 손녀를 낳았다는 영국의 사례는 더욱 믿지 못할 이야기로 느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기에 ‘현재는’ 당연하리만치 어색하게 다가오는 일들이 앞으로의 사회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다. 낙태죄가 폐지되고 모자보건을 위한 다양한 법률, 사회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세상에서 아빠 없이 엄마가 될 권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여자들, 건전한 대리모 제도를 이용해 엄마 없이 아빠가 될 권리를 주장하는 남자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성별에 구애됨 없이 부모가 되고 싶은 커플들의 책임감 있는 입양, 공동 양육 커뮤니티에서 많은 이모, 삼촌, 언니, 오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살아가는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에 대한 요구들은 거부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의 하나가 될 것이다.
결혼 앞에 놓인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이제는 결혼식의 모양새가 천편일률적이지 않게 되었듯이, 가족의 형태 또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향으로의 고찰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모양새의 가족들로 구성될 우리 사회 안에서 더이상 낯설다, 전통적인 가족상에 반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특별함을 특이한 것으로 별종 취급하는 세태가 하루 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