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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18. 2021

미출산녀의 고군분투
좋은 엄마 되기 프로젝트

혈연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진짜’ 가족이다.


나이 : 33세 
직업 : 이름만 대면 아이들까지 모두 아는 대기업 부장
성격 : 모든 면에 있어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함. 적극적이고 배우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음. 
외모 :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전체적으로 호감형 
결혼 여부 : 미혼이었지만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딸이 생김. 


위와 같은 프로필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고 하자. 프로필만 놓고 보면 저절로 “스펙 장난 아니다”라며 놀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호감형 외모의 능력 있는 여자가 임신, 출산의 과정도 없이 갑자기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면? 딱 한 줄로 요약 가능한 '사실'만 들으면 우리들 중 대부분은 의아해하면서도 당황하고 궁금해할 것이다. 이제 막 결혼한 여자가 임신도 안 했는데 애 엄마가 됐다고! 아니, 어떻게?


꽤나 아이러니한 이야기의 실상은 <의붓엄마와 딸의 블루스>라는 일본 드라마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아키코는 앞서 언급한 어마 무시한 프로필을 가진 능력자 미혼 여성이기에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간 이렇다 할 결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결혼했으니 가정과 아이에게 충실하기 위해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진심을 다해 일해왔던 회사를 미련 없이 그만둔다. 사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하루아침에 의붓딸을 키우게 되었고,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은 딸에게 전력투구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회생활에 과감하게 마침표를 찍어버린 것이다. 


출처 : <의붓 엄마와 딸의 블루스> 나무위키 홈페이지


이야기는 아주 뻔하게도, 처음에는 죽은 엄마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아키코에게 원망을 퍼붓고 못되게 굴던 딸 미유키가 그녀의 서툴지만 진심 어린 태도에 점점 마음을 연다는 전개로 이어진다.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본 건 결혼과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아이가 있는 재혼남과 초혼녀의 결혼은 흔한 일이었다. 반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었겠지만 인류 역사 속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상황을 명확하게 일컫는 ‘재취’, ‘재가’라는 단어가 있겠는가. 그만큼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런 형태의 가족 구성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그리고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것처럼 ‘평범’, ‘보통’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관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쉽게 편견을 가지고 행동하곤 한다. 모든 의붓엄마가 그렇지 않음에도 동화 속 나쁜 이미지에 익숙해져서인지 아직도 ‘계모’라는 단어의 부정적 뉘앙스에 집중해 편견을 가진다. 그리하여 쉽지 않은 결정으로 가족이 되기로 한 사람들이 오히려 타인으로 인해 서로에게 쉽사리 가까워지지 못하기도 한다. 


출처 : <의붓 엄마와 딸의 블루스> 스틸 컷


남녀가 연애하고 결혼한 후 아이를 가져 부모가 될 수도 있고, 방송인 사유리 씨처럼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 출산 과정을 거쳐 남편 없이 엄마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의붓엄마와 딸의 블루스>에서처럼 결혼하기로 결정한 사람에게 자식이 있어 그 아이를 내 자식으로 키워야 하는, 몸과 마음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엄마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엄마 역할에 서툴고 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로로 가족이 되었든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똑같다. 그렇기에 <의붓엄마와 딸의 블루스> 주변 인물들처럼 누구라도 부디 평범과 보통의 잣대로써 그들의 관계를 멋대로 재단하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보며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세상엔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가족이 존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족은 그 형태를 막론하고 그 자체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으니까. 


*작가의 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건너뛰시길 바랍니다.) 


: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아키코와 결혼한 재혼남은 병으로 사망한다. 그리하여 피가 단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아키코와 미유키는 세상에 둘만 남아 서로를 의지하며 쭉 가족으로 지낸다. 그렇게 십여 년을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건물 앞에 버려진 갓난아이를 맡아 돌보게 되면서 이를 기점으로 또 한 명의 비혈연 가족 구성원에 대한 번외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전개지만, 마음으로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세상에 이런 특별한 일이 종종 있다는 점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 이 드라마를 보기를 추천한다. 방구석에서도 충분히 시야가 넓어질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괜찮은 드라마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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