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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25. 2021

내 목표가 네 목표도
되었으면 좋겠어.

나의 소망을 연인에게 투영하는 비성숙함에 대하여


우리는 살아가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고뇌하고 번민한다. 그래서 처음 예상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원했던 것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갈 때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붙이거나 자포자기하며 아예 자신을 망가뜨려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하여 때론 나 자신의 힘으로 충족할 수 없었던 것들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자신이 젊었을 때 못 이뤘던 꿈을 자식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것 또는 주어진 여건이나 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연인이나 배우자가 대신 이뤄주기를 바라는 행위로 나타나곤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특정 직업을 가지라고 강권하는 것, 자식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꾸미고 고치려 하는 것은 당하는 입장에서 참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 나에게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경우에는 더 크게 반발심이 생기고, 명확한 목표가 없으면 또 없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행동하는 것만 같아서 괴롭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부모가 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이것저것 참견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부모와 자식 관계이니까, 어찌 되었든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해보려 노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연인 관계에서라면? 나의 연인이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내게 강요하거나,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 미래를 다 결정해놓고 나에게는 그저 수동적으로 따르라고만 한다면? 여기서부터 머리 아픈 고민이 시작된다.


출처 : kbs joy <연애의 참견> 스틸 컷


연애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제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하거나 하나부터 열까지 사사건건 참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현재 로스쿨 준비생인데 여자 친구가 저를 위한답시고 절에 가 3천 배를 하고 S대 근처에 신혼집까지 알아보면서 이제는 미래에 저의 정계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어요, 저는 후드티에 바지를 즐겨 입는 보이시한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남자 친구가 언젠가부터 저에게 여성스러운 옷 좀 입으면 안 되겠느냐고 해요 등 당사자는 생각도 하지 않는데 혼자 김칫국을 마시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열이면 열, 혼자 설레발치며 행동하다가 당사자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이러지 말라고 화를 내면 오히려 “내가 너 생각해서,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건데 뭐가 그렇게 못마땅해?”라며 당사자를 질책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의 딱 반대되는 경우다. 오히려 상대방은 괜찮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 난 지금이 좋다 등 좋게 돌려가며 말해도 되려 “왜 넌 내 호의를 그렇게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야? 너 참 삐딱하다”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똑 부러지는 사람은 “그건 네가 원하는 거지,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라며 딱 잘라 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너 잘 되라고 한 거다”라는 말에 홀려 ‘어? 내가 정말 너무 예민하게 굴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해버리기 쉽다.  



그래서 선-후배, 직장 상사-부하 직원 사이처럼 비교적 똑 부러지게 선을 긋지 못하고 “이 사람이 절 사랑해서 그러는 건데, 저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아직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애정이라는 요소가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방해 요소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나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고 자신이 못 다 이룬 것들을 내가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사람이 정말 ‘나’라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투영해서 그런 모습을 한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만약 내가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지 않는다면, 그때도 그 사람은 날 사랑할 것인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지겠지만, 애정이 기반이 되는 연인 사이에서도 때론 어느 때보다도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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