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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23. 2018

영화 같은 우리 결혼식, 영화의 파편 _신부입장(하)

우리는 결혼식에 꿈꾸는 것이 많다. 우리 일생에 단 한 번 일지 모름으로

우리는 결혼식에 꿈꾸는 것이 많다. 우리 일생에 단 한 번 일지 모름으로.

물론, 신부 입장의 순간은 영화보다 더욱 특별하다.


영화 같은 우리 결혼식, 영화의 파편 _신부입장(상)


입장(入場) - 장내(場內)로 들어가는 것


입장이라는 단어에는 분명 ‘기대’가 담겨있다. 입장에는 기다리는 사람과 등장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들어오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것이 결혼식이라면, 그들이 처음 내딛는 발걸음을 함께 지켜본다는 것인데, 어찌 기대되지 않을 수 있을까!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의 입장은 그것을 보는 사람도, 걸어 들어오는 당사자도 엄청 떨리는 순간이다. 발 한 걸음 한 걸음, 표정, 손짓, 숨소리 하나 하나에 떨림이 담겨있고 우리는 그 떨림으로 ‘입장’을 느끼고 즐긴다.


우리가 걸어온 길


새로운 곳으로 들어오기까지 우리는 많은 것을 결정하고 지나왔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겼지만 어찌 됐든 지금 결혼식장 앞에 서 있는 길까지 걸어왔다. 많은 사람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는 곳은 우리가 걸어온 길이다. 그 길이 앞으로 걸어갈 버진로드와 그 끝에 닿을 결혼이라는 곳을 어떻게 걸어 나갈 수 있을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3. 우리가 결혼한 이유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너를 보며 웃는 것도 행복하고, 서로에게 ‘너’를 만나고 ‘너’와 닮아가는 것 모두가 행복하다. 어느 순간 둘이 생각해도 영화처럼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연애의 모든 순간이 그렇다. 연속된 일상 보단 시간의 파편에 가까운 아름다운 기억들로 만들어지고 기억된다. 이토록 연애가 애절하고, 아름다운 기억이 커서인지, 연속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결혼을 많은 사람은 현실이라고 부른다. 연애는 환상, 결혼은 현실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지점이다. 그렇게 아름답기만 하면 아플 거라고, 힘들 거라고. 더 나아가서 감정적이거나, 로망이 있는 미혼자들에게 냉소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어쩌면 여기서 말하는 현실은 이쁜 감정이나 로망은 없는 곳 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결혼을 현실이라고 부른다.


결혼을 현실이라고 부른다.

‘현실'. 현실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단지 아름다운 순간의 파편들을 제외한 우리가 대부분 살아가는 그 장면들의 배경은 다분히 현실적이다.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는 어쩌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결혼은 절대 환상이 아니다. 그렇기에 결혼하는데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인 이야기 중 분명 몇몇 불편한 이슈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경험적으로 느낀 지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같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다던가, 사랑이나 감정보다는 현실에 입각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는 투의 이야기들이 우리들 사이에서 어쩌면 합리적인 이야기처럼 여겨지고 있다.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전래동화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삶의 장면들은 편집 없이 모두 연속적이며 사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흔히 결혼을 로망이 아닌 ‘현실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

이 영화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손예진(수진역)과 걸레짝을 걸쳐도 빛이 나는 정우성(철수 역)의 놀라운 외모로 인해 비현실적인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현실적인 결혼이 옳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지지리도 싫어할 만한 많은 아름다운 장면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진부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이 영화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기엔 우린 분명 철수와 수진의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가, 혹은 그들마저도 아니라고 생각해도 결국 결혼은 내 마음이 가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부르고 혹은 정이라는 조금은 덜 뜨거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결혼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만나고 사랑하고 아름다운 상황들뿐만 아니라,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이런저런 이유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가진 시간들이 함께 해서 결국은 ‘결혼식'이라는 관문으로 입장하는 것이다. 사랑, 연애, 결혼 등에 대한 로망들은 결국 그런 현실적인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수진 -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게 그게 잘못이야? 어?
철수 - 맛 죽인다 이거
...
철수 - 나 너 책임질수없어 아니 책임지기 싫어
수진 - 왜?
철수 - 니가 무서워.
 수진 - 왜??
철수 - 넌 너무 자신만만해 인생이 얼마나 무서운줄 아냐? 우리가 결혼한다고 쳐. 정말 행복할수 있을까?


이러한 철수와 수진의 대화는 어쩌면 결혼의 달콤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는 핀잔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했음이 명백하고 아픈 엔딩으로 끝나지만 결국 함께했다.


결혼을 로망으로만, 혹은 현실로만 볼 필요는 없다. 우리가 결혼한 이유는 당사자들만 알고 있는 이야기 안에 있을 테니까. 그 이야기는 때론 어떤 영화보다 멋지고, 또는 시덥지 않거나 속상한 일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혼식에 당신이 걸어갈 버진로드와 같다. 삶의 새로운 페이지로 입장을 위한 프리패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두 사람 각자의 이야기가 서로를 만나는 곳까지 흘러왔고, 다시 그 둘의 이야기는 당신이 버진로드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까지 흘러왔다. 당신이 버진로드 끝에 당신을 맞이하는, 혹은 당신을 기다리는 누군가와 만난다면, 그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결혼에 입장한 당신들의 이야기도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그게 로망이든 현실이든 연애처럼 파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이 되어간다.


“Great things are done by a series of small things brought together”
 대단한 일은 그렇게 사소한 일들의 연속으로 이뤄진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영화 :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 / 입장 음악 : Nessun Dorma - 신연아 in 빅마마(내 머리 속의 지우개 OST)


입장이 끝나고 난 뒤.


영화는 영화의 세상이 있다. 그들만의 방법이 있고 그들만의 문법이 있다. 우리 삶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존재한다. 영화 같은 결혼식이 누군가에겐 그저 지루한 로망이나, 헛된 상상 정도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분명 우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말은 영화가 실제라는 말이 아니라 당신의 세계도 지금 충분히 아름답다는 말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신의 세계는 당신 안에 있다. 당신이 멋지다고 생각한 그 시간이나 그 장면 모두 영화보다 멋지다. 우린 편집 없는 시간을 따라 살아가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편집된 그 어떤 영상보다 기대되고 아름다운 것이다. 조금 있다 다가올 결혼을 미리 들여다본 것일 뿐 어차피 당신과 이제 당신의 세계로 걸어들어올 당시의 배우자에게 일어나는 일은 당신의 세계에서 그 둘만이 알 일이다. 영화로 결혼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력 있다. 당신의 세계를 영화의 문법과 상상의 채색으로 꾸며볼 수 있기 때문이다.  


"Il mondo, Non si e fermato mai un momento, La notte insegue sempre il giorno, Ed il giorno verra"
그 세상은, 멈춘 적 없었어요, 단 한 순간도... 밤이가면 언제나 대낮이 따라오고... 그 날은 밝기 마련이니까

Jimmy fontana - il mondo(About time OST)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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