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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22. 2021

완전한 독립과 정든 가족,
그 사이 어딘가에서

결혼이란 자신만의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코로나 시대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중에서도 결혼은 특히나 섣불리 추진할 수 없는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촬영에 임했다’며 매사에 안전을 자부하는 TV 안에서 만큼은 결혼과 관련된 주제가 이전보다 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우리 이혼했어요>, <1호가 될 순 없어>, <아내의 맛>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꽤 많은 시간을 다른 이들의 결혼과 이혼 후의 삶을 관찰하는 데 보내고 있다.


대중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이 평범한 우리 일반인들과 다를 거라는 일종의 기대감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는 색다른 소재의 참신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싶은데 시청자의 어떠한 의견도 수용되지 않기 때문일까. 질린다고 하면서도 관찰 예능에 대한 인기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서, 다음날 유튜브에 올라온 클립 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 모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바깥으로 새어 나온 말들을 놓고 보면 “아, 사람 사는 거 진짜 다 똑같구나.”라고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미혼인 입장에서는 <우리 이혼했어요>의 젊은 부부 이야기가 가장 안타까우면서도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짜인 각본이 있더라도 일말의 진심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혼’이라는, 아직은 꼬리표처럼 여겨지는 것들을 굳이 달고 나와 아물어가는 상처를 스스로 헤집을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출연자 개인의 진실된 출연 의도가 무엇인지는 그들만이 알겠지만, 감히 추측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최고기와 유깻잎 커플의 경우에는 서로를 진실로 대할 수 있는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출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건 웬만한 결심으로는 선뜻 행하기 어려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출처 : TV CHOSUN <우리 결혼했어요> 영상 캡처


<우리 이혼했어요>의 젊은 부부 사이에는 부부 외적인 문제가 있는 듯하다. 유깻잎이 말했듯 둘에서 시작된 관계가 결혼이라는 관문을 지나면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성인 남녀가 만나 새로운 하나의 가정을 꾸린 것이 아니라, 이전에 속해있던 부모님의 가정으로 편입됨으로써 가족 전체를 신경 써야 했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부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혼 후 시댁에서는 며느리의 직업을 문제 삼고, 아이 양육 방식을 문제 삼고, 행동과 말투까지 모든 것을 지적하며 제재하고 제한하려 들었다. 당사자인 남편은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모르는 듯 방관했고, 이에 상처 입은 아내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는 비단 TV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만의 특별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본래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종종거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다툼이 발생하고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끝내 이혼까지 불사하게 된다. 


왜 우리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문을 지나쳤음에도 앞에 펼쳐진 새로운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지 못하고 본래의 집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걸까? 부모 세대를 떠올려 보면 죽으나 사나 내 가정의 문제는 웬만해선 내 선에서 해결하려고 했지, 부모 형제자매 친척에게까지 널리 알려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부모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성인이 되었고 결혼을 했으니 부부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자립심과 더불어 형제자매가 많았던 과거에는 부모에게 기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집에 많아야 자식이 2, 3명이고 외동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우리 세대에서는 부모에게 온전히 기대어 자란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일까? 당사자끼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부모까지 끌어들이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자식 걱정을 핑계 삼아 역으로 자식 부부의 문제에 서슴없이 개입하는 부모가 많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숙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마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는 자식이 결혼해도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니까’라는 이유로 손아귀에서 놓고 싶어 하지 않고, 자식은 ‘형제가 많은 것도 아닌데, 부모님 말씀 거역하면 서운해하시니까 그냥 들어드리자’라는 생각으로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니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며 입체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에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해결책은 없다. 하물며 민주주의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소수 의견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도 민주주의 안에서 큰 탈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A안에는 다른 이의 의견이 받아들여졌지만, B안에서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어느 정도의 형평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모두 내 의견만 받아들여지고 채택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저번에는 부모님 말씀을 들어드렸으니 이번에는 아내 혹은 남편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식으로 배려와 양보 안에서 주체적인 결정이 이루어지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간혹 사이에 껴서 중간 역할을 하는 게 힘들다며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도 성숙하게 의견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혼 생활은 그 끝판왕쯤 되기에 더욱 어렵고 힘든 것이다. 이래서 옛사람들이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선택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인륜지대사라고 했나 보다. 그들의 통찰력에 저절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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