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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r 08. 2021

이제는 거침없이 밝힌다.
동밍아웃!

아닌 척 내숭 떠는 게 더 꼴 보기 싫은 세대의 솔직함


“결혼식은 내년쯤 하기로 결정했는데 아직 정확한 날짜는 안 잡았어. 그전에 바로 집부터 구해서 결혼 전까지 같이 살면서 하나하나 준비할까 해.” 


“우리가 롱디 커플이잖냐. 그래서 남자 친구 쪽 지역에 집 구하는 대로 내가 직장 정리하고 그쪽으로 들어가서 살 거야. 양가 허락받고 상견례 끝냈고 식장까지 잡았으니까 이 정도면 이제 부부지, 뭐.” 


“결혼은 아직 생각 안 해봤어. 근 2~3년 내에 할 것 같지는 않아. 그래도 지금 남자 친구랑 더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기도 하고, 어차피 둘 다 자취하는데 돈도 아끼고 서로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맞춰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기도 하고…그래서 이번에 집 합쳐서 동거 먼저 해보기로 했어.”


2021년, 유럽이나 미국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이제는 비교적 흔해진 ‘남녀 간 동거’에 관한 이야기다.



동거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말이 많다. 각자의 가치관, 신념과 결부된 문제기 때문에 정확하게 누가 맞다, 틀리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실제로 몇 다리 건너 알게 된 지인은 각기 다른 사람과 총 3번의 결혼 파투가 있었다고 한다. 본인의 생생한 경험 때문인지 그는 “남녀 사이는 결혼식장 들어가기 전까지, 아니 식장 들어가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와도 혼인신고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야. 그래도 나는 얼마나 다행이야. 결혼 전에 하자 있거나 안 맞는 걸 알았으니 이혼 전에 끝낼 수라도 있었지. 조상님이 도운 걸지도.”라며 주변에 쿨하게 말하고 다닌다. 덧붙여 그는 남녀 사이는 정말 끝에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동거를 결정하거나 동거를 하더라도 친한 친구나 부모님 등 그 누구에도 발설하지 말고 비밀로 하라고 습관처럼 당부한다고 한다. 


앞의 사례처럼 젊은 나이인데도 동거 사실을 밝히는 것에 부정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50~60대 이상의 부모 세대에서 동거를 비교적 쿨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데이트하고, 몇 박 몇 일로 같이 여행 다니고 하잖아. 벌건 대낮에도 대실이니 뭐니 하면서 할 거 다 하고 돌아다니는 마당에 말린다고 말려지나? 어차피 다 큰 성인들이고, 스스로 책임만 질 수 있으면 더 이상 뭐라고 할 말도 없지.”라며 무한 긍정까지는 아니지만,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야 한다는 식은 아니다.  


동거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어떻든, 동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만큼 따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동거는 한 번 결혼했던 것과 다름없으니, 동거 후 다른 사람과 만나 결혼하는 것은 거의 재혼 수준이다.” “내 연인이 과거에 다른 사람이랑 동거했다면, 완전 정 뚝 떨어질 것 같다.”같은 부정적 견해들도 아직까지 다수 존재한다. 반대로 “동거했던 사람이라도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해주기만 한다면 상황 봐서 눈감아 줄 지도.” “동거하면 맨날 잠자리하는 헤픈 커플이고, 동거 안 하면 순결한 커플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지? 커플끼리의 동거는 단지 성별이 다를 뿐,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사는 것처럼 생활환경이 같은 것일 뿐이다.”라는 쿨한 의견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이런 세태는 유튜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놓고 제목과 썸네일에 <대학생 동거 커플의 일주일 vlog>, <오늘부터 살림 합쳤어요, 예비 신혼부부의 룸 투어 영상>, <코로나 시대, 동거 커플의 알콩달콩 집콕 브이로그>라고 기재해 동거 사실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영상들이 수두룩하다. 브이로그의 특성상 등장인물 자체가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얼굴 전체 혹은 일부분이 드러나 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동거 사실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과감한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신기할 따름이다. 또 동거 커플에 대한 비난보다 응원의 댓글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도 ‘동밍아웃(동거+커밍아웃)’이 이전보다 훨씬 편해져 가는 듯하다. 여전히 누군가는 동밍아웃 한 사람들에게 혀를 끌끌 차고, 가시 돋친 말로 상처를 주려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 대해 다름만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다름을 무기로 삼아 나와 다른 이들에게 상처 줄 권리, 가르치려 들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니 동거를 하든 순결을 지키든 어떤 결정을 내린 이에게 비난의 활시위를 당기지는 말자. 각자에게는 각자가 택한 방법이 최선의 사랑 방식일 테니까.


*본문에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의 제목은 기존에 존재하는 영상을 참고하여 인위적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비슷한 제목의 영상을 보더라도 우연의 일치이며,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분들을 비판 또는 비난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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