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이해할 때 나의 연애도 성숙해진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혼자 있어도 행복할 때, 외롭지 않을 때, 그때 연애하세요.”
어린 마음에 그때는 이 말이 그렇게도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가 연애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떤 남자 혹은 여자가 자꾸 눈에 밟히고, 신경 쓰이고, 잘해주고 싶고 그러다 보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과 더 가까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고, 행복한 노년을 함께 하기 위해 결혼한다. 하지만, 지금은 연애와 결혼을 선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도 항상 즐겁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면 왜 연애라는 골치 아픈 문제에 굳이 뛰어들어야 하나? 연애할 때 우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소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대가가 우리가 소비한 것에 비례해서 돌아오느냐? 절대 아니다. 감정적, 물질적으로 꽤 많은 소모가 이루어졌음에도 연애에 대한 만족감은 어쩌면 마이너스로 뚝 떨어질 수도 있다.
결혼은 또 어떤가? 어렵사리 연애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혼에 도달한 커플은 그만큼 많은 역경을 견뎌낸 아주 용감하고 단단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때는 둘이서 충분히 해결 가능했던 문제가 결혼 후에는 모두의 문제로 비화되면서 소위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신박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 우리 둘을 벗어난 문제 때문에 파경까지 맞이할 수도 있다. 행복하고 싶어서 결혼했는데 금전적, 물리적 소모만 잔뜩 한 채 상처라는 얻기 싫은 덤까지 얻고 관계가 끝장나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있어도 충분히 행복하고 외롭지 않을 때 연애하라는 말이 와 닿지 않았다. 누구나 가지는 ‘외로움’을 어쩌지 못해 연애와 결혼을 선택하는 거고, 이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인 면들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미 외로움을 극복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굳이 타인과 만나 지지고 볶으며 살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고 보니 저 문장의 의미가 조금씩 와 닿았다. 그동안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정말 말 그대로의 표면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서 깊은 함의를 채 이해하지 못했다.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건 자신에게 어떠한 문제가 닥쳐도 스스로 성숙하게 해결할 수 있고, 문제가 있을 때 쉽게 상대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사람이며,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외롭지 않은 만큼 연락 문제나 시시콜콜한 문제로 상대방을 괴롭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자신을 아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의 의견이나 가치관도 존중할 줄 알기 때문에 쉽게 상대방에게 "이거 해라, 저건 하지 말아라."라고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스스로 행복을 찾는 독립적인 사람이 연애를 시작한다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를 삶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랑과 연애가 내 삶을 구성하는 것의 대부분 혹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집착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비로소 행복하고 주체적인 연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신을 잃은 연애는 독이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나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를 행복하게 하고 상대방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연애를 하자. 어떤 마음으로 사랑과 연애, 결혼에 뛰어드는지에 따라 나라는 사람의 모습도 확연하게 달라질 테니까.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