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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12. 2021

여전히 자유롭고 싶은
장기 연애자의 바람

연애의 자유로움을 최대한 누리고 싶은 커플의 아우성


“이모~ 이거 맛있는데 조금만 더 주세요!”’ 

“선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시간 되세요? 후배 커피도 한 잔 사주시면 완전 좋고요!” 

“교수님! 식사하러 가시는 길이세요? 저희도 아직 점심 안 먹었는데 밥 사주시면 안 돼요?” 


주변을 둘러보면 친화력 넘치고 누구에게나 살갑게 대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지금 대충 떠올려 봐도 넓지 않은 인간관계 범위 안에서도 몇몇의 얼굴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걸 보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살가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소위 ‘K 장녀’로 태어나 그 지독하다는 연년생 남매로 자란 나로서는 부모와 가족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싹싹함을 내세워 이것저것 거리낌 없이 부탁하고 곰살맞은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남자 친구 부모님에게 종종 안부 전화를 하고 선물을 보내면서 가깝게 왕래하고 지내는 친구들을 볼 때면 그 친화력에 감탄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20대 초반에는 용기를 내어 전 남자 친구의 가족을 소개받고 몇 번 왕래를 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결혼을 전제로 한 건 아니었고, 군에 입대하는 전 남자 친구 덕에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연락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전 남자 친구의 부모님께서는 두 형제만 키우셨기 때문에 딸이 없는 게 아쉬웠다며 굉장히 살갑게 대해주셨다. 하지만 ‘사람’을 매개로 맺어진 인연이었기 때문에 전 남자 친구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고, 나는 어느새 질문에 ‘네’만을 반복적으로 대답하는 ‘네 봇’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다른 이유로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부모님과의 연락도 자연스럽게 소멸했지만, 그 이후로 나는 우리 부모님께 남자 친구를 소개하는 일도, 남자 친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일도 일절 만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왕래하는 과정에서 불쾌했던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분들은 오히려 나를 많이 챙겨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느끼고, 결혼하기 전에 절대 애인을 가족에게 소개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건 아마 연애가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연애의 모든 과정이 질문의 대상이 되고, 그분들의 걱정과 안도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한 번씩 버거움을 느꼈던 게 원인이 된 것 같다. 


결혼은 몇십 년 넘게 속해있던 본래 가정의 테두리에 서로가 한 다리씩 걸치게 되는 것이기에 무조건 자유로울 것을 주장할 수 없다. 연애 때와 다르게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의무도 생긴다. 양보해야 할 것도, 이해해야 할 것도 늘어난다. 아무리 양가 부모님께서 모두 개방적이라고 해도 연애할 때만큼의 자유로움은 보장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점에 동의하고 이것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연애를 넘어 결혼으로 과감히 돌진하는 것이다.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인내와 이해, 포기, 양보 등 원치 않아도 해야 하는 것들의 향연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에, 연애만큼은 결혼에 부수된 것들과 동떨어진 채 연애라는 것의 속성 그대로를 즐기고 싶다. 이런 태도는 “무려 연애 7년 차인데 왜 아직도 양가 부모님을 한 번도 찾아뵙지 않았어?”라는 질문을 듣는 현재의 내 모습에도 드러난다.


많은 주변인들이 우리 커플을 이해하지 못한다. 연애와 결혼은 별개이며, 당사자 둘이 결혼을 원해서 허락을 받으러 가기 전까지는 어떠한 의무도 가질 필요 없이 자유롭게 연애할 수 있다는 우리가 유별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글쎄, 유별나다고 머리를 가로젓기 전에 우리가 그저 다른 연애 방식을 취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줄 수는 없는 걸까? 연애 때부터 서로의 집을 오가며 “어머님~ 아버님~”하며 정을 나누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우리 같은 이들이 아무 훈수도 두지 않듯, 우리처럼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이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왜 아직?”을 묻지 않아 주면 더 고마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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