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시대로의 진입과 함께 온택트적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야, 뭐 그런 거지 같은 XX가 다 있냐? 어떻게 이별 통보를 카톡 나부랭이로 할 수가 있어? 제정신이래?”
“너 여자 친구랑 DM 주고받다가 사귀게 됐다고 했었나? 그 이후에 실제로 만나보긴 한 거야?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사귈 수가 있어?”
“네 남자 친구가 무슨 아바타나 AI 같은 거야? 아무리 바쁘고 장거리라도 그렇지, 어떻게 한 달에 한 번도 못 만나냐? 그게 연애야?”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세상에 존재하는 숫자만큼 다양하다.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다가도,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다가도, 서점에서 상대방이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주워 건네주다가도 인연이 생길 수 있다. 하물며 인터넷 세계라는 무한히도 넓은 공간에서는 얼마나 많은 인연과 관계들이 맺어지고 또 끊어질까?
하지만 유독 온라인에서의 만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과 사귀기로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둥, 무언가 숨기면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둥 그 동기를 불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온라인 상에서의 만남이 아니더라도, 자주 보지 못해 카톡이나 전화로만 연애를 이어가거나 문자나 카톡,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예의가 없다” “선을 넘었다”는 표현들이 덧붙여지곤 한다. 그만큼 사랑과 연애에 있어 얼굴을 마주 보고 숨결을 나누며 대화하는 게 ‘정상’이자 ‘일반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간의 인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으니, 바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다. 각자의 생활 터전에서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고,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를 권유하며 화상 통화로 회의하는 때에 연인이라고 이러한 세태를 초월할 수는 없는 법. 바야흐로 연애에도 ‘언택트(Untact)’라는 마수(魔手)가 그림자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연인이 있는 사람들은 페이스톡, 줌, 영상 통화, SNS 라이브 등을 이용해 멀리서나마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자 적극적으로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연인이 없는 사람, 커플이 되고 싶은 사람, 모든 것들이 비대면 원칙으로 바뀐 시대에 사람과 사랑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온택트(Ontact)’로 방향을 전환했다. 과거엔 이와 같은 일들이 생기면 서로의 건강과 안전, 평온을 위해 현실에서 정말로 멀어져야 했고, 그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한 공간에서 살을 맞부딪힐 수 없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상 통화가 가능한 핸드폰이 한창 인기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아무 일이 없어도 회사에 있는 아빠에게 언제 퇴근하냐며 괜히 영상 통화를 걸거나, 친구와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영상 통화로 수다를 떨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출시되고 카카오톡이 스마트폰 구입 후 제일 먼저 설치하는 제1호 앱이 되면서부터 영상 통화는 왠지 모르게 촌스러운 것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이모티콘과 간단한 줄임말을 사용하며 실시간으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카카오톡 덕분에 그 빈도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던 영상 통화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현실에서의 만남이 불가능해지고 문자 대화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다시 한번 온택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영상 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채워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채움의 대상에 이제는 사랑과 연애도 포함되었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불명확하고 불안한 시대다.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변화되고 있는 사랑 방식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