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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21. 2021

디자인부터 종이까지 내 손으로
직접 제작한 셀프청첩장

셀프청첩장을 꼭 해야 하는 이유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이미 결혼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 보면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이 바로 청첩장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요즘은 다 모바일 청첩장만 본다’는 것과 ‘암만 예쁘게 만들어봐도 결국은 쓰레기 통’이라는 것. 보고 내려놓으면 기억도 하지 못하니 최대한 돈을 쓰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 업체를 통하면 청첩장에 필요한 봉투나 스티커는 물론이고 식권에 모바일 청첩장까지 모두 해결 가능하지만, 셀프 청첩장을 선택하면 그 모든 것을 직접,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과정이 쉽지 않다 보니 제 아무리 로망에 부풀어 있던 예비 신랑, 신부도 현실과 타협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의외로 나는 청첩장에 별 로망이 없었고, 적당히 예쁜 것을 골라 보려고 이 업체, 저 업체에서 샘플을 받아 보았다. 무려 10개 업체에서 백 여장이 넘는 청첩장 샘플을 받아 본 후 결국 셀프 청첩장이라는 힘든 경로를 택했다. 샘플 중 몇 개는 예뻤고 마음에 들었지만, ‘내 결혼식, 우리의 결혼식’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비슷한 이유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굳이 가보려는 예비부부를 위해 셀프 청첩장 준비 과정을 공개해 본다.



디자인 잡기

셀프 청첩장 제작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여러 번의 스냅 촬영으로 얻은 예쁜 사진을 청첩장에 넣고 싶었다. 여러 포토청첩장을 보아도 사진을 몇 장씩 다르게 넣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가능한 한글로, 글씨는 최대한 큼직하게, 접을 필요 없는 엽서형으로, 사진을 다양하게 넣어서 만들기'로 했다. 신랑, 신부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룰 줄 안다면 이 첫 단계가 비교적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쇄 업체마다 제공하는 자체 편집 툴을 활용하면 된다. 또한, 금손을 가진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대한 간단히 만들자던 처음 마음과 달리 디자인을 몇 차례 수정하면서 동전 뒤집듯 마음이 수시로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사진이 들어간 청첩장 본체 다섯 종류, 결혼식 콘셉을 따온 동화책 ‘토끼의 결혼식’ 속 문장을 넣은 트레이싱지, 받는 사람의 이름과 간단한 편지를 써넣을 수 있는 메시지 태그까지 총 3 pcs의 복잡한 구성이 되었다.


종이 고르기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가장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종이의 두께는 평량이라는 단위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 1제곱미터 넓이의 종이 무게를 나타낸 것이다. 보통 종이 이름 뒤에 붙어 있는 숫자가 평량을 나타낸다. 종이를 잘 모르겠다면 가능한 뒤의 숫자가 큰 쪽을 선택하면 두껍고 힘 있는 종이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종이마다 질감이 다르고, 같은 느낌의 종이여도 제조사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인쇄 업체에서 제공하는 샘플북을 꼭 확인해보기 바란다.



테스트 출력해보기

내가 선택한 인쇄 업체는 1장씩 소량 출력도 가능한 업체였다. 이 점을 십분 활용해 종이, 사진, 디자인마다 1장씩 테스트 출력을 했다. 예를 들어, 종이 종류는 띤또레또 250, 반누보 화이트 250, 아코팩 300을 각각 1장씩 출력했는데, 사진 색감은 반누보 화이트가 가장 예뻤지만, 아코팩이 가장 힘 있고 튼튼한 느낌이어서 아코팩을 최종 선택했다. 띤또레또는 살짝 요철이 있어 밋밋하지 않고 손 글씨의 느낌을 잘 살려 줄 것 같아 메시지 태그에 활용했다. 내가 생각한 색감대로 나오는지, 글씨 크기는 적절한지 등을 모니터로 수십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출력해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물론 소량 출력은 장당 단가가 훨씬 비싸지만, 한 번에 300장 출력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나으니 테스트 출력 단계를 꼭 거치기 바란다.


컨펌받기

예비부부의 취향대로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게 셀프 청첩장의 장점이지만, 반드시 만족시켜야 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양가 혼주분들이다. 나는 애초에 혼주들을 고려해 한글 위주로 배치하고 디자인은 조금 포기한 큼직한 폰트를 사용했기에 이 단계에서 큰 잡음은 없었다. 너무 예쁘고 유니크한 디자인의 청첩장을 만들어도 양가 혼주들의 의견을 수용하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으니, 애초에 신랑, 신부용과 혼주용을 따로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최종 수령 후 전달하기

테스트 출력 때는 제작 완료 후 바로 출고가 되었는데, 실제 출력 때는 예상외로 오래 걸려서 인쇄소에 방문 수령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드라이플라워를 붙일 거라거나, 리본을 묶어야 한다거나, 씰링 왁스로 봉인을 한다거나 등 후 작업에 손이 많이 간다면 여유 시간을 갖고 주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나 역시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며 청첩장 모임 당일 오후까지 열심히 손 편지를 썼다. 다시 한다면 일주일은 더 빨리 주문할 것이다.


청첩장이 완성되는 순간은 초대받는 사람의 손에 전해질 때가 아닌가 한다. 고맙게도 여러 친구들이 이렇게 예쁜 청첩장은 처음이라고, 신경 많이 썼다고 말해주었다. 청첩장을 다시 한번 열어 보고는 다른 사진을 발견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칭찬일 수 있지만, 그 간의 고생이 씻겨나간 듯했다. 



해본 사람도 혀를 내두르며 비추하는 셀프 청첩장이지만,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모두 제작하는 게 어렵다면, 스티커나 스탬프, 봉투 등에 조금 신경 쓴듯한 포인트만 담아도 색달라 보인다. 청첩 모임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지고 대화할 거리도 늘어난다. 어차피 쓰레기통으로 갈 거고, 아무도 기억 못 하겠지만, 너를 좀 더 정성껏 초대하고 싶어서 이렇게 신경 썼다는 의미만 전해져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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