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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ug 07. 2018

어떤 남자와 결혼 하면 좋을까?

부유한 삶에서 평화로운 삶으로, 변화하는 배우자의 조건

사랑 하나만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결혼 배우자


사람에 따라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성상은 다르겠지만, 연애가 아닌 결혼을 생각하자면 사랑 하나 만으로는 결정하기 쉬운 것이 현실 일 것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는 것, 결혼은 꿈이 아닌 현실이기에, 우리는 결혼할 상대에 대해서 사랑 이상의 조건을 따지기 마련이다. 나 또한 결혼하기 전에는 그랬다. 나보다는 연봉이 많았으면, 되도록이면 장남이 아닌 처남, 후손을 생각해서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혼 그 자체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더 좋은 삶, 더 부유한 상류층의 생활을 꿈꿨던 것 같다. 결혼에 대한 현실보다는 이상이 앞섰기에, 이상적인 백마 탄 왕자님이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하고 기대했었다.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내가 지금 거주, 생활하고 있는 일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 옆 나라 일본에서는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일본의 거품경제 시대(길게는 1980년부터 1992년 일본의 비정상적인 자산 가치 상승 현상을 통칭하는 말)부터 일본 여성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배우자는 3高를 갖춘 남자였다. 

◆3高란
高学歴(고학력) - 일류 대학, 혹은 대학원 졸업
高収入(높은 수입) - 연봉 1억 이상
高身長(큰 키) - 180cm 이상

이 시절 일본은, 세로로 세워도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두툼한 월급봉투를 받는 회사원이 많았고, 모피와 보석 등으로 치장한 화려한 패션이 유행했다. 미성년자도 수천만 원의 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고, 사원 여행은 해외, 취직 활동 때 면접을 가면 교통비로 30만 원이 지급되는 등.. 거품으로 부풀어 오른 호경기 덕분에 일반 사원도 호화스러운 생활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모두가 조금 더 좋은 곳에서, 조금 더 좋은 물건에 둘러싸여 부유한 삶 살기를 원했고, 그러한 삶을 손에 넣기 위해 앞서 다투었다. 결혼할 상대에 대해 커다란 이상을 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라면, 상상이 된다. 



그러나, 2012년 경부터, 일본 여성의 결혼관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상적인 배우자의 절대 법칙으로 여겨졌던 3高가 아닌, 4低(낮을 저)남성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탄생한 것이다. 高에서 低로, 언뜻 들으면 정반대의 조건으로 바뀌었다는 것인가? 하고 생각되겠지만, 조금 다르다. 

◆4低란
低依存(낮은 의존) -집안일을 아내에게 의존하지 않는 남자
低姿勢(낮은 자세) -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남자
低リスク(낮은 리스크)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해고의 위험이 적은 남자
低燃費(저연비) - 취미에 돈을 낭비하지 않는 절약하는 남자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면서도, 어째 조금 더 다양한 요구로 변화한 것 같이도 보인다. 그러나 이 변화의 가장 큰 핵심은 '이상'이 아닌 '현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거품 경제가 붕괴한 후, 일본 사회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나긴 경제 정체의 시기를 겪었다. 거기에 더해, 2011년은 사망자 행방불명자를 합쳐 2만 명이 넘는 대 재해,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해였다. 결혼 적령기를 맞이한 이 시대의 젊은 일본 여성들은, 예전처럼 조금 더 높은 이상을, 조금 더 부유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고, 부모 세대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생활수준의 유지를 바래도 이루기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커다란 재해를 겪으면서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로운 삶이라고 깨닫기도 했다. 1억 이상의 연봉에, 일류대학이라는 고학력을 갖춘 남성이 인구의 4%도 채 되지 않는다는 현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녀들은 더 이상, 결혼에 대해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예전보다 조건이 낮아졌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2012년의 4低에 더해, 2015년, 2018년에도 새로운 키워드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에는 확연한 공통점이 있다. 


※2015년,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

◆3強 

결혼생활에 강(強)한 남자 = 가정적인 남자

불경기에 강(強)한 남자 = 해고될 가능성이 적은 남자

몸이 강(強)한 남자 = 운동을 하는 건강한 남자 


※2018년,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

◆3優(優=부드럽고 넉넉함)

가족에게 상냥한(優しい) 남자 = 가정적인 남자

나에게 상냥한(優しい) 남자 = 성실하고 바람 안 피우는 남자

가계 친화적인(優しい) 남자 = 낭비 안 하고 절약하는 남자


부유한 삶에서 평화로운 삶으로. 결혼할 상대에 대해, 경제적인 요소보다는 가정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남자랑 결혼했어?

젊은 시절, 결혼에 대해 꽤나 많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나. 최종적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남편을 선택했을까 되짚어보면 세 가지였다. 일에 대해서 목표가 있고 성실하다는 점(=바람 피울 확률이 적음), 아내의 커리어를 지원하기 위해 집안일에도 적극적이라는점(=가정적),  물질적인 부분보다는 사람과의 시간에 돈을 투자하는 점, 이 세 가지가 결혼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3高보다는 4低에 가까운 남편. 내 남편은 장남이고, 연봉도 나와 별 차이가 나지 않고, 내 이상에 꼭 맞는 외모도 아니다.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조건을 참 많이도 상상했었지만, 그 이상을 이루지 않았어도, 결과적으로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가정적이고 온화한 남편과 평온한 매일을 보내고 있으니까.


높은 이상을 만족시켜주는 결혼만이 행복한 결혼은 아니다. 결혼 그 순간에 느끼는 성취감은 있겠지만, 결혼은 골이 아닌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유함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혹 그런 순간이 닥치더라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대와의 결혼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이다.


여러분은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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