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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17. 2021

구관이 명관이다?

우리가 다시 만나면 이번엔 잘할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그때 그렇게 쏘아붙이지 않았다면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혹은 ‘그만한 사람도 없는데, 다시 한번 연락해볼까?’ 하고 말이다. 이렇게 지나간 연인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아련해지는 일도 없는 듯하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굳은 결심을 내세우며 “자니?” “잘 지내?” 같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럴 용기까지는 없어 SNS를 염탐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헤어진 연인의 근황을 묻고 다니기도 한다.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연락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극소수는 아닐 것이다. 꽤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행에 옮기지는 않더라도 생각이나 시늉 정도는 해볼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쯤 되면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이 활활 타오른다. 


“한 번 헤어졌던 사람과는 또 같은 이유로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던데… 만났다가 또다시 같은 문제로 헤어지게 되는 거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서로 잘 맞는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잖아. 그때 상황이 별로 좋지 못해서 그랬던 거지. 우리 둘만 놓고 보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잖아?” 



이처럼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헤어진 사람에게 지금 만나고 있는 연인이 있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 사람은 이미 내가 아닌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졌으니 나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 연인과 내가 현재 솔로라면?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직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연락을 한다 하더라도 상대가 받아줄지 아닐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엔 이미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가 떠도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과 상상은 엄연히 다르다. 아무리 행복한 생각이라도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으면 그저 하나의 몽상일 뿐이다. 이미 내린 버스에는 재 탑승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혔다면 더 이상의 고민은 쓸데없는 일이다. 고민을 끝낸 사람은 그저 새로운 만남을 향해 훨훨 날아가면 된다. 하지만 아직 전 연인에게 미련이 남은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잘해 볼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또 그들이 결과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한 이들이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바로 재회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을 초대해 몇 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한 후 그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찰하기로 한 것이다. 


출처 - 넷플릭스 <내겐 너무 완벽한 EX>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내겐 너무 완벽한 EX>는 '한때 불타는 사랑을 했던, 지금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과거의 연인들이 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재회한다면 과거의 과오를 털어버리고 다시 연인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양한 나이대의 네 커플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장거리 연애에 지쳐서, 한쪽이 바람을 피워서, 상대의 외모부터 성격까지 모든 걸 마음대로 컨트롤하려고 해서 등 가지각색의 이유로 결별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커플은 손을 잡고 한 침대에 다시 누워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스릴 있는 데이트를 하기도 했으며, 그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가 없었던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고, 감정을 표현하고 싶으면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다시 예전처럼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 과거의 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기도 한다. (어떤 커플이 재결합하고 어떤 커플이 최종적으로 이별하기로 했는지 등은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밝히지 않겠다.)


리얼리티 관찰 예능 콘텐츠이기 때문에 재미 요소와 더불어 결말에 어떤 커플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다른 것들을 다 떠나서 무엇보다도 재회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현실적인 고민을 잘 담아낸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마냥 반기지도, 마냥 거부하지도 않는 입장이기에 명쾌하게 내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전 연인이 그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다양한 사연을 가진 네 커플, 여덟 명 참가자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 보는 게 어떨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연애와 사랑만큼은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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