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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10. 2021

작은 포인트만 달라져도
색다른 결혼식이 된다

결혼식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


누구나 색다른 결혼식을 꿈꾼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야외 결혼식 로망을 가지기도 하고, 정말 친한 친구와 지인들만 초대해 파티 같은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을 소망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아무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고작 몇 시간을 위해 버려질 천문학적인 금액을 아껴 결혼식 대신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신혼의 포문을 여는 꿈을 꾸기도 한다. 물론 이 중에서 진실로 현실화 가능한 플랜은 많이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주위의 반대와 양보, 타협 등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만 한다. 


그래서 많은 커플이 결혼식을 앞두고 머리를 싸맨다. 기왕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면, 지금까지 참석했던 천편일률적인 결혼식과 다르게 기억에 남을 만큼 특별한 결혼식을 만들고 싶은데 도무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특별함을 심어두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비싼 꽃장식을 한다고 해서, 친구들에게 고상한 성악 축가를 부탁하는 대신 댄스가 난무하는 축가를 선택한다고 해서,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결혼식이 저절로 특별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기억될 결혼식을 기획한다는 것부터가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에게는 평생에 한 번 있을 결혼식이고, 또 실제로도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당사자가 결정하는 최초의 관문이자 최고 난이도의 이벤트이기 때문에 평생에 걸쳐 기억이 안 날 수가 없다. 덧붙여 기혼자들의 말에 따르면, 내 집 마련을 제외하고 일생에서 그렇게 큰돈을 단기간에 턱턱 내어놓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에 아주 색다른 경험으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듯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길이길이 기억될 이벤트지만, 축하해주러 온 하객들에게도 과연 오래 기억에 남을 결혼식이 될 수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 <졸업>의 명장면에서처럼 누군가 신랑 혹은 신부의 손을 잡고 식장을 뛰쳐나가거나 K-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식장에 깡패를 대동한 사채업자가 쳐들어오거나 앙심을 품은 전여친, 전남친이 애라도 안고 나타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평화롭게 흘러간 결혼식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히는 게 당연하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건 기억해도 집에서 된장찌개에 생선구이 먹는 것을 전부 기억하고 살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결혼식을 원할수록 욕심을 내려놓고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특별한 결혼식’ ‘완벽한 결혼식’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지인의 경우에는 애초부터 남들과 다르게 할 부분을 정해두었다고 한다. 지금 들으면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 특이했던 것 중 하나가 사회를 신랑 친구가 아닌 신부의 여자 친구가 맡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주례를 생략하고 양가 어머님께서 각자 새로 시작하는 부부에게 마음을 담아 작성하신 편지를 낭독하셨다. 이어 마지막 행진 직전에는 커플이 고심해서 쓴 결혼 서약서를 함께 낭독하는 것으로 하객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언뜻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결혼식이라는 정형적인 틀 안에서 주례를 없애고,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편지를 낭독하고, 여자인 친구에게 사회를 부탁하는 등의 선택을 하기까지 망설임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색다르게 꾸미는 것보다 자신에게 있어 결혼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깊게 고민해보고, 그 본질에 맞닿아 있는 것을 색다르게 바꿈으로써 본인에게도 그리고 하객이었던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 번의 결혼식을 위해 시간과 비용, 그밖에 측정되지 않는 무형의 에너지들까지 많은 것들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결혼식을 위해 애써 무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무리를 한 것’들은 결국 당사자인 나만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들인 노력에 비해 원했던 결과를 전혀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화려하게, ‘어차피 돈 쓰는 거 조금 더 보태자!’라는 마인드로 다가가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결혼식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이 결혼식을 결혼식답게 만드는지 곰곰이 생각해본 후 그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에만 조금 더 신경을 써도 특별한 결혼식이 될 것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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