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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03. 2021

사랑 앞에서 자존심,
그까짓 게 밥 먹여주니?

무자비한 사랑 앞에선 솔직함이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우리는 종종 “그깟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라는 말을 듣곤 한다. 내 밥줄을 움켜쥐고 있는 마음에 안 드는 거래처 직원에게 굽실거려야 할 때나 꼭 받아야 하는 대출 때문에 일면식도 없던 은행 직원 앞에서 통사정을 해야 할 때, 치사하게 구는 친구 앞에서 비굴하게 미소 지어야 할 때처럼 자존심 상하는 일을 앞에 두고 고민을 하고 있을 때면 꼭 주변에서 자존심과 밥을 연결시켜가며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자존심 상하는 일은 사랑 앞에서도 빈번하다. 특히,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 혹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의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기싸움’, ‘주도권 싸움’이라는 말로 자신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다가 결국 이별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다며 입소문이 자자하게 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BRIDGERTON)> 에서도 오해에서 비롯된 남녀 간의 자존심 싸움이 한 화 전체를 이끄는 주제로써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물이기 때문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고 실질적인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별개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제 시작하는 남녀 간의 감정선을 잘 캐치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꼈다. 


출처 : NETFLIX <브리저튼> 스틸 컷


작중 최고의 신랑감과 그 해 최고의 신붓감으로 사교계에 나선 여성은 서로에 대해 충분히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두 사람 사이에 들러붙게 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두 사람은 자존심을 내세워 상대방을 밀어붙이기만 한다. 두 사람의 위태로운 관계는 결국 파국에 이르러 결혼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신혼부부가 세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별거까지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 부부의 곁에는 다행히도 지혜로운 조언자들이 있다. 현명한 조언자들은 “자존심이란 건 네 빈 껍데기만을 지켜줄 뿐”이라며 상대방을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 앞에선 자존심 따위 내던지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일러준다. 그리하여 혈기왕성한 젊은 부부는 애증이라는 감정 속에서 자신이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며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또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드라마가 해피 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결말을 두고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로 생산되는 것들의 꽤 많은 부분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감정, 관계와 같은 것들은 더더욱. 그렇기에 <브리저튼>과 같은 인기리에 소비되고 있는 콘텐츠에서도 ‘사랑 앞에선 자존심 따위, 개나 줘버려!’라는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돌이켜보면 <브리저튼>의 주인공들처럼 나 또한 연애 초기에는 제멋대로 굴거나 좋을 대로 생각해버리는 때가 있었다. 상대방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지금 내 생각이 전부 맞는 것이고 이로 인해 내가 상처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솔직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와 억측과 내게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었던 것에서부터 잘못된 형태로 발현된 자존심 때문이었다.


어느 기업인의 회고록을 보면 “에라, 모르겠다!”하고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내세워 큰 건을 성공시켜 사업을 일으켰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때론 자존심이 밥 먹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 앞에서의 자존심은 긍정적인 기능보다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내가 고르고 선택한 사람인만큼, 함께 살아가는 동안은 처음 자존심 다 내려놓고 구애할 때처럼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 보면 어떨까? 사랑 앞에선 자존심 그까짓 거, 밥 안 먹여주니까.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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