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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28. 2021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이 다른 우리

내가 아는 네가 너의 전부가 아니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히 묻고 싶다. 


“당신은 연인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당신이 알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나요?”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이 한 이야기가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해당 패널은 “요즘에는 ‘네 성격은 어때?’라고 물어보면 ‘온라인이요? 아니면 오프라인이요?’라고 되묻는대요.”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말이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각각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인물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수줍기도 했다가 후배들 앞에서는 호탕해지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머러스하기로 소문이 났다가도 직장 상사와 시부모님 앞에서는 망부석처럼 얼어서 입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하는 소심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패널이 했던 이야기가 지금에 와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이제까지의 관계들은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맺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에 비해, 요즘의 인간관계는 온라인이 주가 되거나 온라인에서 먼저 맺어진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관계의 선후가 180도 뒤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일반적인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데이트 앱이나 소개팅 앱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의 인연 찾기에 주저함이 없는 2,30대들이 이러한 현상을 비교적 자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가상공간에서의 자아는 내가 원하는 대로 꾸며낼 수 있다. 현실에서는 낯가림이 심하고 우물쭈물하는 성격일지라도 소개팅 앱 속에서의 ‘나’는 활발하고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나를 꾸며내는 게 무조건 나쁜 것만도 아니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을 속였다며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 번쯤 양보해서 온라인에서의 ‘나’와 오프라인에서의 ‘나’는 다른 존재이고, 온라인에서 만난 당신에게 나의 ‘온라인 자아’를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말한다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겠지만 딱히 적극적으로 반박하기에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충분히 ‘실망’은 할 수 있다. 실제로 지인의 지인은 앱을 통해 만난 사람과 꽤 오랜 기간 동안 채팅을 하면서 호감을 쌓았고, 그 호감을 기반으로 해서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온라인 대화 속에서의 발랄한 모습,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던 적극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고 시종일관 눈도 못 마주치는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을 했다고 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인 성격이 무조건 좋고 소극적인 태도가 별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상공간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이 앞에 앉아있는 것 같아 낯설고 조금 불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사람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이 맞는 건지, 실제 대화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을 대타로 내보낸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 실망감이 전해 듣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현실의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을 만들어냈고, 덕분에 우리의 인간관계 영역은 한없이 광대해졌다. 그리하여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같은 회사의 범위를 넘어서서 다른 지역, 다른 나라, 다른 인종과의 사랑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도 있듯이 만남의 기회가 확장됐다고 해서 진정한 사랑까지 담보해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 분명 사랑을 찾아 모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고 탐험의 영역도 확장되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비단 지인의 지인 사례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SNS를 이용하는 요즘의 2,30대 사람들에게 있어 온라인 세상 속에서 내가 모르는 그, 그녀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이제 필수가 된 듯하다. 과거에는 내가 속한 소수의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나’라는 사람이 단편적으로 정의되었다면, 활동 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이제는 ‘나’라는 사람이 무한히 많은 자아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시무시한 키보드 워리어이고, 게임 속에서는 소녀 감성 충만한 캐릭터로 활동하고 있다면? 이런 경우에도 당신은 당신이 몰랐던 연인의 온라인상의 면모까지 사랑할 자신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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