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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ug 02. 2021

미숙한 호감 표현이
불러일으키는 불쾌감에 대하여

칭찬과 돌려 까기는 한 끗 차이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XX 씨는 말라서 아무거나 입어도 핏이 사네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 관리를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리 남 시선 신경 안 쓰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뚱뚱하면서 크롭티나 짧은 치마 같은 거 입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 싶거든요.”


“XX 씨는 말을 많이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점이 좋더라고요. 너무 수다스러운 사람들은 생각 없이 시끄럽게 자기 얘기만 늘어놓기 바쁘잖아요. 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아요.”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처음에는 본인도 긴가민가했다. 이 사람은 날 칭찬하면서 내게 호감을 표시하는 건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다른 사람의 호의 어린 말을 너무 꼬아서 듣는 건가? 스스로를 의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나에 대한 호의와 호감으로 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하려거든 칭찬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말로 시작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져야 한다. 누군가를 칭찬한답시고 1도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가져와 그 사람을 비난하고 후려치면서 다른 사람을 높일 수는 없는 법이다.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칭찬한답시고 나의 안 좋은 점, 단점을 비교 대상 삼아 나를 내리깔고 누군가를 내 위에 올려둔다면 기분이 어떨지 말이다.


연인 사이에서도, 호감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표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꼭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오버’하는 경우가 있다. 눈앞에 없는 사람을 비교 대상 삼아 깎아내리면서 호감 있는 사람의 장점을 부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말하는 사람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이 사람을 떠받드는 말을 하면 기분 좋게 받아들이겠지?’라고 쉽게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듣는 사람도 ‘그래. 내가 남들보다 낫긴 하지. 이 사람이 내 장점을 제대로 봐주고 있구나’라며 마냥 기분 좋게 칭찬을 받아들일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두 가지로 양분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상대방의 칭찬과 호의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기분 좋은 인사치레로 받아들일 것이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호감 표현을 마냥 기분 좋게 여기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와의 비교 대상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연인들 혹은 달달한 썸 단계에 있는 사람들, 이제 막 한 두 번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특히 상대방을 향한 애정 어린 표현과 칭찬, 호감의 표시 등이 거침없이 오간다. 상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을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은 열망을 표현하기에 말만큼 쉽고 간단하며 자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란 건 한 번 공기를 가르고 퍼지면 다시는 모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생각과 다르게, 마음과 다르게 쉽게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호감을 표시하기 위한 칭찬을 던지는 경우에는 항상 다시 한번 내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지는 않은지, 내 의도가 왜곡되어 도리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는 않을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내 곁에 최선을 다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와의 비교 없이 그 사람만의 좋은 점, 사랑스러운 점, 예쁜 점, 멋진 점을 칭찬하고 애정을 담뿍 담은 표현을 하자. 내 딴에는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고 또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내뱉은 애정 표현이라고 해도 미숙하고 잘못된 표현 방식은 의도와 다르게 불쾌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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