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그냥 헤어져!”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만남이 있고 또 그만큼의 이별도 존재한다. 사람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특별한 추억이 깃든 물건과의 만남과 이별도 존재한다는 걸 고려한다면, 한 인간이 살면서 마주하는 만남과 이별의 횟수는 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경험하는 모든 만남과 이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눈물 흘리며 살지 않을 수 있다.
모든 만남이 기쁘기만 한 것이 아니듯, 모든 이별이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다. 마음 맞는 친구 혹은 동료와의 만남은 행복한 일이지만,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사람과의 만남은 불행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던 사람과의 이별은 슬픔과 아쉬움, 눈물을 불러일으키지만, 내 마음의 평정을 해치던 사람과의 이별은 “드디어!”라는 말과 함께 극도의 해방감을 맛보도록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관계는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감정의 곡선이 위아래로 수시로 움직인다. 수평으로 곧은 일직선을 그리기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관계는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연인들 간의 감정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처음에는 행복, 기쁨, 즐거움, 환희와 같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끝에 가서는 어쨌거나 슬픔, 고통, 괴로움, 증오, 미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무리 지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별하지 않고 좋은 연인 관계를 쭉 이어가다가 결혼까지 성공하는 커플도 있다. 그렇기에 앞의 공식은 결혼이라는 두 사람만의 열매를 맺기 전, 만남과 이별을 겪은 연인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사귀다 보면 점점 더 잘 맞는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처음에는 잘 통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도 하지만, 끝내 이별을 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감정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순식간에 오가는 일은 바로 이 다툼과 이별의 과정에서 일어난다.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는 말은 이제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말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군가가 환승 이별, 잠수 이별, 카톡 또는 문자로 이별을 통보당했다고 하면 내 일처럼 분개한다. 하지만 이때에도 우리가 한 가지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습관성 이별 통보'다. 간혹 지인들의 연애 고민을 듣고 있다 보면, 별것도 아닌 일로 사소하게 다투다가 갑자기 “이럴 거면 그냥 헤어져!”라며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거나 당하는 경우가 꽤 있음을 알 수 있다. 침착하게 대화하면 비교적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는 문제를 두고도 습관적으로 극단적인 말을 내뱉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싸우다 보니 진짜로 헤어질 마음이 생겨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다툼의 과정이 짜증 나고 힘들어서 홧김에, 욱해서’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는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사랑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경우에 우위를 점한 쪽이 헤어짐을 무기로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이별을 말하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헤어지자고 해도 나를 더 사랑하는 상대방은 쉽게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헤어지자는 말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서건 자신의 말과 행동을 무기 삼아 상대방에게 감정적 좌절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폭력이다. 그리고 이는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감정을 이용해 제멋대로 관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것은 단연코 최악이다. 그렇기에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맺고 있는 이 관계에 무책임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아무 때나 아무렇지 않게 “헤어져!”라는 말을 내뱉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말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땅을 치며 후회할 날이 올 지도 모르니까.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