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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ug 09. 2021

감정 표현에도 타이밍이 있다

고마움, 미안함, 사랑, 감사, 서운함의 표현에도 때가 있는 법


“맛있는 밥 만들어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더운데 요리하느라 고생했어.” 

“내가 먼저 티켓 예매하겠다고 해놓고 깜빡해버렸어. 진짜 미안해. 대신 우리 다른 거 하자. 넌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찾아볼게.”

“나한테 선물한다고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읽어가며 시간 많이 썼지? 좋은 책 선물해줘서 고마워. 잘 읽고 소감 얘기해줄게.”


위의 장황한 말들은 실제 본인이 들었고 또 했던 말들이다. 얼핏 보면 쉽사리 공통점을 찾을 수 없지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나름대로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이 실수한 부분에 있어서는 빠르게 인정한 후 사과하고, 고마움과 미안함은 그때그때 표현한다는 것이다. 


친밀한 연인 사이라면 때로는 내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가족보다도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기에 사이가 좋을 때는 아낌없이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상대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주고 또 맞춰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가깝다고 느끼는 순간, 상대에게 소홀해지거나 막 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인에 대한 신뢰가 너무 깊은 나머지 ‘내가 이렇게 해도 이 사람은 당연히 받아줄 거야. 왜냐고? 날 사랑한다고 했으니까’라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모두 내 생각대로, 내 머릿속에서 굴러가는 모양새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이건 연인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본인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친하고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너무 허물없이 대하다 보면 무례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20대 연애를 돌아보면 제때 제대로 된 감정 표현을 함에 있어 미숙했고, 나아가 이기적이기까지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할 것이라고 쉽게 판단했다. 그리하여 먼저 짓궂은 장난을 쳐놓고도 상대가 불쾌해하는 기색을 내비치면 "좋아서 장난친 건데 뭘 그렇게 정색해"라며 되려 서운해했다. 그리고 이 일이 다툼으로 번지게 되면 장난이었다는 쉽고 편리한 변명으로 본인의 잘못을 감추려 했고, 무례했음을 쉬이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다툼의 과정에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때 제대로 된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으며, 상대방의 대화 요청에도 등을 돌리곤 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과거의 내가 굉장히 쓰레기인 것 같지만, 굳이 하나하나 작은 툴툴거림까지 세어가며 빡세게 고해성사를 해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과거와 같은 모습이었다면, 나는 감히 과거의 내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어야만 하는 이 글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현재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 덕에 섭섭지 않게 과거의 나와 작별할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솔직해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내게 지켜주길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고마움이든 미안함이든 어떤 감정이 마음속에 피어오른다면 그때그때 바로 이야기할 것. 연인들 사이에는 여러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해결 가능한 문제다. 하지만 서로 솔직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사라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문제의 본질은 잊힌 채 감정싸움으로만 비화된다. 


그와의 사이에서도 다른 연인들처럼 처음에는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은 그 자리에서 문제 상황을 종결짓고자 했고, 나는 회피하고자 했다. 물론 크게 보면 성향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툼이 일어났을 때 바로 풀어야 하는 사람과 시간을 두고 생각 정리가 필요한 사람, 두 사람 간의 ‘차이’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늘 후자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와 연애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다툼과 화해에도 모두 타이밍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툼 후 적당히 시간을 가지고 화를 가라앉히며 서로의 행동에 대해 냉철하게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단절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해가 깊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다툼이 일어난 당시에 잘못한 당사자는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며, 상대방은 넓은 아량으로 빠르게 용서를 받아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매우 중차대한 문제는 때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다툼이라면 빠르게 용서를 빌고 빠르게 그것을 받아주는 것이 연인 사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연인 사이에 적당한 거리와 선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제때 표현함에 있어서는 주저하지 말자. 그렇지 않고 자존심이 상해서, 속마음을 온전히 보이기 싫어서, 무거운 분위기를 회피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상대방과 나를 속이는 순간, 다툼과 이별로 가는 지름길로 발을 들여놓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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