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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ug 30. 2021

함께 한 시간이
사랑의 깊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세상의 기준에 부합할 수 없다면, 내 마음가는 대로사랑하자.


비혼주의자끼리 연애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후에 결혼하는 게 이상적일까? 최소 6개월? 사계절을 모두 함께 보내봐야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1년? 그마저도 불안하다면 2년 혹은 3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정답은 없다"라고. 


함께 한 시간이 사랑의 깊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선 3개월 만난 남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하면, “어머! 너무 섣불리 결정 내린 거 아니야?”라거나 “결혼할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봐~ 너무 빨리 프러포즈하니까 왠지 모르게 하자 있는 거 아닌가 싶네”와 같은 무례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제 딴에는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말임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유독 극과 극을 달리는 지인들이 많다. 혼전임신이 아니기에 전혀 급할 것 없음에도 3개월, 5개월 만나고 바로 양가 상견례부터 시작해 착착착 결혼 준비를 하는 커플이 있었는가 하면, 필자처럼 장기간 만나고도 결혼의 ‘결'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커플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어차피 준비된 결혼이라는 건 없어. 그냥 마음 맞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바로 하는 게 좋지. 시간 끌어봐야 나이만 먹고 돈만 쓰거든. 빨리 결혼해서 같이 돈 모으면 좋잖아”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리고 후자의 커플들은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데 굳이 서둘러서 결혼할 필요를 못 느껴”라는 한마디로 모든 상황을 일축한다. 


빠르게 함께 하기를 결정한 커플도, 오랜 시간 만났음에도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커플도 모두 정상이다. 누구도 이상하지 않고 그 어느 커플도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성인이며 충분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구도 그들의 선택을 두고 가치 판단을 내리거나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유명인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한다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한다며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하는 커플에게는 온갖 억측과 의심을 담아 “서로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서둘러 결혼했다가 나중에 이혼하면 어떻게 해?”라며 결혼도 하기 전에 이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래 만난 커플들에게는 “그 정도 만났으면 서로 충분히 다 알지 않아? 너무 오래 사귀어서 지금 결혼해도 신혼 느낌 안 날 텐데… 시간 끌면 나이만 먹는다~ 특히 오래 사귈수록 여자가 손해인 거 몰라?”라며 후려칠 때도 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남들 눈치 보며 세상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타인의 연애를 두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며 훈수를 두는 이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짧은 기간을 만났어도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낀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함께 살 수 있다. 오랜 기간을 만났어도 인연이 아니라면 아주 사소한 문제에도 사이가 틀어져 함께 한 기간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헤어질 수 있는 게 연인이다. 그렇기에 남녀 사이의 문제는 당사자들만 아는 것임에도 연애 기간이 짧으면 짧다고, 길면 너무 길다며 세간에서 말하는 ‘평균'이라는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며 훈수를 두는 이들의 말은 언제 들어도 참 고깝다. 


정말 오래 만났기에 다 안다고 생각했던 연인으로부터 크게 뒤통수를 맞을 때도 있고, 짧게 만났지만 서로에게 진심을 여실히 보임으로써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은 공부하고 연습해서 노력으로 얻어지지 않으며, 세상이 말하는 평균값에 가까운 연애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하지는 않다. 그러니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타인의 시선과 잣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과 연인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자. 진정한 사랑의 쟁취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나의 연인, 두 사람만의 의지와 합심으로만 가능한 일이니까.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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