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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06. 2021

노(NO) 결혼식이어도 괜찮아

“잘 살겠습니다"를 몸소 보여준 그녀


시대가 시대인 만큼 팬데믹으로 인해 계약 완료된 결혼식을 재차 미루거나 아예 포기해버리는 일이 많아졌다.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 중에는 오래 사귀었기에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만 팬데믹 상황이 언제, 어떻게 나아질지 알 수 없어 무기한 결혼을 미루는 커플이 늘었다. 더군다나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타이틀에 로망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현실과의 타협이 어려워 고민이 많은 듯하다. 한편, 결혼식을 계획했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예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한 친구는 얼마 전, 약소하게 스튜디오 촬영만 하고 결혼식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들이 겹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정한 것이지만.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고 알뜰살뜰한 친구는 아마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누구보다도 당차고 대단하게 해냈을 것이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과 가족, 친척들로만 구성된 49명 혹은 친구와 지인 포함 49명,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져 운이 좋으면 100명까지는 가능한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내 운이 어느 선까지 하객을 허용할 것인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과감히 결혼식을 생략했다.



결혼식 생략 후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남편과 함께 살기 시작한 그녀는 말끝에 아주 약간의 고민과 아쉬움을 담아내긴 했다. 이미 함께 살기 시작했고 알 만한 사람들은 그녀의 결혼 소식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형식적인 행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그럼에도 ‘결혼식'이라는 것 자체에서 오는 색다른 경험과 기분, 추억 등이 있기에 이제라도 약소하게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직장 문제를 비롯해 시간적, 장소적 제약 등) 때문에 후자로 마음이 훅 기울긴 했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을 고안해냈다. 내 손으로 직접 밥 한 끼 차려주고 싶을 만큼 가깝고 소중한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친구들부터 친하게 지내던 옛 직장 동료까지, 마음과 시간을 충분히 써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귀한 사람들을 따로따로 불러 집들이 겸 “저 결혼했어요"를 몸소 알리고자 한 것이다.


그녀의 초대를 받아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결혼 축하 선물과 집들이 선물까지 모두 준비해 1시간 반을 달려 그녀를 만나러 갔다. 축하의 말과 함께 마음을 담뿍 담은 선물을 건넸고 그녀는 정성스럽고 푸짐한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집 곳곳을 소개하며 한편으론 쑥스럽고 한편으로는 쾌활하게 “우리 이렇게 살고 있어"라며 사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곳곳에 놓여있는 서로가 서로를 찍어준 사진을 통해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위하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단순히 주변에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인들을 초대해 맛있는 밥 한 끼를 대접했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축의금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식사를 차리고 자신이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손익'을 따지기에 뿌린 축의금조차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주변인들을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쓰는 선택을 했고, 덕분에 친한 친구인 그녀가 정말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게 되니 나 또한 매우 기쁘고 행복했다.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그 어떤 화려하고 거창하고 비싼 결혼식에서의 혼인 서약보다 더 큰 행복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고 입 떡 벌어지는 결혼식도, 소박하고 소소한 추억 가득한 스몰 웨딩도 모두 좋다.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결혼식을 생략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전부 좋다. 어느 것에 절대적인 우위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한 따뜻한 가정의 모습을 두 눈으로 목도한 그날, 그 어느 때보다도 유독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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