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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13. 2021

불륜을 하고 있는 친구와
손절해야 할까요?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난 왜 기분이 나쁠까요?


엄마는 제게 그랬습니다. 우정은 소중한 것이니 결코 내 이득을 위해 우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모든 인연은 다 소중한 거야. 너와 인연을 맺은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그 사람이 너고 네가 그 사람이거든.”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과거는 미화되고 과대평가되니까요. 저도 어릴 때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행복이 뭔지 알았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쩌다가 어른이라는 게 되고 나니 내가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죠, 행복이니 우정이니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단지 말이죠,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 엄마는 하늘에 있습니다. 어릴 때는 내 삶의 나침반이었던 그녀의 모든 말들이 지금은 헛소리처럼 들립니다. 저는 심지어 엄마가 하늘에서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죽으면 끝. 영혼은 없음. 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내 이득보다 우선이 되는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생존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게 있나요? 나도 동물인데. 나도 사자나 사슴과 다를 바 없는데. 나도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일 뿐인데. 엄마는 나를 꼭 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말할 수 있나요? 어떻게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할 수 있나요? 거기에는 악연도 있을 텐데.



저는요, 지금 친구 한 명과 인연을 끊어버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친구가 내게 특별히 큰 잘못을 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내 심판관이 되어 주시겠어요? 


친구는 지금 불륜을 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불륜녀, 상간녀가 바로 그녀입니다. 그러니까요, 친구는 지금 아내와 자식이 있는 남자와 만나고 있으며 곧 ‘사랑'을 시작한 지 2년이 된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요, 항상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를 만나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야 대화가 통한다고. 자기는 존경할 수 없는 남자는 사랑할 수 없는데, 많은 경우 존경할 수 있는 남자는 나이가 많다고 했어요. 나이가 어린 남자는 대부분 정신연령이 너무 낮다고 말하면서. 


물론 이건 편견일 거예요. 나이와 정신연령이 꼭 비례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전 이 친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오고 있으니까요.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 소위 ‘몰카'에 찍힌 적이 있습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고 기억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글을 위해 잠깐만 기억을 되짚어 볼게요.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반에 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내성적인 성격인지 말이 별로 없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자기 휴대폰을 보면서 막 웃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하고 제가 옆에 가봤더니 글쎄, 제 친구를 몰래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막 웃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사진이 한 두 장이 아니라 정말 많아서 따로 사진첩까지 만들어 놓았더군요. 


이 느낌 아시나요? 아마 이런 일을 겪어본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정말 온몸이 떨리고 사지가 부들거리죠. 소름이 돋고 끔찍해서요. 반에서 조용히 있던 아이가 이런 음흉하고도 흉측한 일을 할 거라고 어떻게 예상했겠습니까? 저는 글을 쓰는 지금도 토가 나올 것 같고 정말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물론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공감하지 못하실 수도 있어요. 괜찮습니다. 경험하지 못한 일에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단지 제가 겪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그걸 발견하고는 바로 그 아이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불러서 이 사실을 다 말해주었죠.


“좋아해서 그랬어.”


그 아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는 정말 여기서 더 구역질이 났습니다. 좋아한다니요? 좋아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며 그게 누군가를 몰래 찍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저는 그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멍청할 수 있을까, 저게 인간인가 짐승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일이 있은 후, 제 친구는 사람을 많이 가리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친구였지만 친절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죠. 


정말 맞는 말입니다. 아무에게나 웃으면 안 돼요. 웃음을 오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99명이 내 친절에 친절로 답해도 단 1명이 스토킹으로 답한다면 어떨까요?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겠죠. 우선 살아야 할 것 아니겠어요?



이런 일 때문에 친구는 나이 많은 남자에게 끌리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 연령이 높은 나이 많은 남자에게 끌리게 되었죠. 좋아하기 때문에 몰래 사진을 찍는 멍청이들이 아니라요. 지금 만나는 남자도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참,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버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제 친구에게 좋은 가방도 몇 개 사주었더라고요.


근데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친구와 인연을 끊고 싶습니다.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그리고 이 친구가 그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할 때마다 뭔가 제 창자가 뒤틀리는 느낌이 듭니다. 친구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만 어찌 되었든 친구는 지금 불륜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내 앞에서 행복과 함께 약간의 죄책감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너무 행복하기만 한 것은 뭔가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또 저는 이 친구가 혹시 나중에 내 남자 친구도 빼앗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낮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어요? 이렇게 도덕에 대해 둔감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남의 남자를 빼앗는 것에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를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친구에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정말 그냥 당분간은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제게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라고 했어요. 내 이득을 위해서 인연을 내팽개치지 말라고 했어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너무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 있나요?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어리석습니다. 여러분이 제발 제게 답을 알려주세요. 저는 정말 긴급한 심정으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에디터 김세라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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