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8개월 차 부부의 삶을 풍요롭게 채운 10가지 가전제품
결혼해서 살 집을 계약하고 거기에 일명 '혼수'로 불리는 가전제품과 가구를 들여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쪼개 가며 동분서주 할 수밖에 없다. A 백화점에서 상담받고, B 가전스토어에서도 견적을 내본다. 동시에 인터넷 최저가도 알아본다. 다 알아본 뒤 대기업 지인 찬스를 빌려 임직원몰 상품도 본다.
일 년 전 필자 또한 그랬다. 8월 초 집을 계약한 뒤부터 가전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산 물건은 블로그, 지인 추천. 그리고 최종적으로 두 명이 살 집에서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우리 집에 들인 물건을 공유해본다.
주의할 게 있다면 이 글의 취지는 소개하는 물건을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정해둔 예산에 벗어나서, 필요 없을 것 같아 보이는데 사라고 해서,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사고 싶어서 등 여러 이유로 '그 제품'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조금 더 확고히 결정 내릴 수 있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이유뿐이다.
우리가 꼭 필요해 샀던 대형 가전제품, 살까 말까 고민하던 제품, 삶을 풍요롭게 만든 제품 등 순으로 공유해본다.
냉장고, 세탁기, TV만 샀다고 끝난 건 아니더라
사람의 삶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두고 '의.식.주'라고 한다. 이를 빗대 볼 때 집(주)이 있으면 먹는 것과 입는 것엔 각각 냉장고와 세탁기가 있겠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텔레비전 및 전자레인지 등도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결혼 전 크게는 이 가전제품만 구매했다. 나머지는 살면서 채워가기로 했다.
’통돌이' 세탁기를 샀다: 우리가 사는 곳은 지어진 지 20년 된 복도식 아파트로, 뒤 베란다가 없다. 즉 세탁기를 넣을 만한 공간은 앞베란다 및 화장실밖에 없단 뜻이다. 먼저 앞 베란다에 두고 사용하면 겨울엔 저층에서 역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화장실에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결정한 모델은 화장실 입구 너비보다 부피가 커서, 예전 세탁기 디자인인 ‘통돌이'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탁기를 사면 각 업체 설치기사가 방문해 사전 조사를 통해 확인하기는 한다. 다만 급하게 사용해야 할 때, 세탁기를 다시 가져가는 사태가 발생하면 빨래를 못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모델 사양은 인터넷에 공개돼있으니, 설치 희망장소의 너비를 먼저 계산하는 게 일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잔고장이 덜하고 요즘 대세라는 ‘4도어'로 장만했다. 원래는 음식을 많이 먹지 않을 것 같아 2도어형 냉장고로 구매하려고 했으나, 4도어를 사기로 마음을 바꿨다. 구매하려던 모델을 생산하는 모 기업에 다니는 지인이 자사 2도어 냉장고의 불량률이 꽤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던 것이다. 용량이 큰 걸 사도 공간에 무리가 없었기에 결정했다.
건조기와 스타일러 등은 적어도 한국에서 살 땐 한번도 써본 적 없었다. 다소 낯선 제품이었는데 다들 사라고 추천했다. 먼저 건조기는 썩 내키진 않았다. 옷이 망가질 것 같고, 공간을 많이 차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타일러엔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다. 잦은 드라이 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하고, 청바지 등 자주 빨 수 없는 옷도 관리가 간편하다는 데다 미세먼지도 제거해준다는 얘길 들었다. 가구를 구매할 때 프로모션을 해 줘 저렴하게 샀다.
건조기는 주변에 사라고 열심히 권유 중이다. 빨래를 마치고 그 옷을 2시간 만에 다시 입는다는 건 혁명이다. 호텔에서 사용하던 수건처럼 뽀송하고 풍성한 촉감으로 쓸 수 있는 것도 무척 만족스럽다. 기본적으로 습기 있는 집에선 더욱 없어선 안 될 물건이라고 본다. 습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옷을 말려주니 옷이 상하는 우려도 덜하다. 요즘은 건조기와 세탁기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출시돼있을 정도로 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듯 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아무래도 세탁을 자주 하게 되니 기존에 말리던 것보다 더욱 빨리 헤지는 느낌은 든다. 게다가 건조기에는 린넨, 레이온 등의 소재 옷은 넣지 않는다. 습기를 제거해준다고 해도 옷이 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타일러 또한 잘 사용하고 있다. 봄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서, 가을/겨울엔 코트를 세척하는 느낌으로 외출 후 꼭 넣어둔다. 사실 우리는 계절과 상관없이 잘 쓴다. 배우자가 보수적인 직장을 다녀 슈트를 매일 입기 때문이다. 이 기계 또한 물을 이용하기에 새 물을 넣어주고 버려 준다. 필터에 쌓인 먼지는 종종 정리해주면 간편하다.
다만 패딩은 쉽게 넣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패딩 모자에 달린 털이 묘하게 상한 이후부터다. 아무래도 패딩 내부는 털로 이뤄져 있으니 실크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단 생각은 든다. 스타일러에선 실크 사용을 금하고 있다. 정말 고급스러운 옷, 슈트를 자주 입지 않는 집이라면 스타일러는 사용할 일이 적을 듯하다. 가격도 140만 원대다. 꼭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해보았으면 싶다.
식기 세척기는 구매하지 않았으나, 최근 일주일간 사용해볼 기회가 있어 써봤다. 결론은 '안 사길 잘했다'였다. 공간도 꽤 많이 차지할뿐더러, 식기 세척기를 사용할 정도로 음식을 자주 해 먹지 않는다. 게다가 식기 세척기로 100% 깨끗하게 씻을 수 없다. 어느 정도 설거지가 끝난 그릇을 꺼내 사람이 미온수로 마무리하거나, 덜 닦인 그릇은 다시 설거지 해야 한다. (필자가 써본 게 구형일 수도 있다.) 요즘 아파트처럼 설치된 게 아닌 이상, 식기 세척기는 보류할 것 같다.
다음 편은 서울 도심에서 맞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게 없어선 안 될 가전제품을 소개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