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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22. 2021

절교 직전까지 갔던 친구의
뜻밖의 결혼 소식

끝난 인연이라 생각했지만...


어수선한 연말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서든 난감함과 답답함을 만들어내지만 유난히 결혼 제도 앞에서 맥을 못추는 것 같다. 


‘이 시국’ 이라는 이름 아래 몇 단계의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그에 발맞춰 결혼식 풍토도 많이 바뀌는 모양새다. 초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초대해도 되는지 불편한 마음이 공존하는 지금. 대규모 전파 감염 사태를 미리 예방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모임이 축소되고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꼭 가야만 했던 어떤 결혼식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안부를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 사이

SBS <그해 우리는> 스틸컷


친구 A와의 연락이 끊긴지 어느덧 2년이 넘어간다. A와 나는 스무살이 넘어 대학이 아닌 입시학원에서 만났다. 그 다음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A와 함께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과 캠퍼스 거닐기, 대학 축제 즐기기, 배낭여행가기 등 알찬 시간을 함께 보냈다. 서로 다른 지역에 나이도 저마다 달랐지만 같은 목표가 있었기에 즐겁고 행복했다. 다만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우정이 반짝이며 지속되기란 어려웠다.


취업,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달라지면서 친구들과의 사이는 갈등과 오해로 점점 균열이 생겼다. 모임은 6명에서 3명으로 그리고 2명으로 점점 좁혀져갔다. 그렇게 A와 나, 우리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자연히 A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겠지,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하며 생일 축하 인사조차 건네는 것도 미뤄두고 있었다. 그렇게 한해 두해 지나갈 때 문득 A가 보고 싶어졌다. 아무 이유 없이 잘 지내냐고 묻고 싶어진 것이다. 대뜸 안부인사를 하면 불편하지는 않을까 순간 멈칫 했지만, 연락을 꼭 하고 싶었다.


"잘 지내지? 나 곧 결혼해."

오랜만에 연락한 A는 곧 결혼한다고 응답해왔다.


청첩장을 받지 않아도
가야했던 결혼식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스틸컷


자못 놀랍긴 했다. 당연히 언젠가는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새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걸까. 그렇게 되기까지 연락 한번을 주고받지 못했던 게 씁쓸했다. 어떻게 만났을지, 어떤 사람일지, 결혼할 사람은 친구를 반려자로 맞게 되어 얼마나 행복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축하하는 마음과 기쁨이 번져갔다. 


“축하해! 그 날 일정이 있어서 결혼식에 참석하지는 못할 것 같아. 축의만 해야 할 것 같네.”
“알지. 시국이 이런데 충분히 이해해.”


불편한 사이의 옛 지인 몇몇이 참석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넌지시 둘러댄 나의 말에 A는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하루종일 참담했다. 관계의 고리가 희미해진 인연이라고 해서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불편하다고 해서 피하는 게 맞을까.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내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던 친구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결혼 축하해. 너 오늘 세상에서 제일 예뻐!”


A와 연락을 주고받은 날, 예전 컴퓨터에 접속해 그 시절 우리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많이 울었다. 그리고 더 이상 ‘시절 인연’에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런 뒤 결정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 몰라도 기쁜 마음으로 참석해주었던 친구들이었기에 얼굴은 보고 축의 하기로 했다. 마무리는 확실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구두를 신고, 절친의 결혼식에 가는 것처럼 신경을 쓰고 갔다. 그리고 하객을 맞이하는 A를 만났다. 와줄 줄 몰랐다며 먼 걸음 해주어 고맙다는 A에게 되려 고마워졌다. 그리고 후련한 마음으로 결혼식장을 나왔다. 그 날 A에게서 다시 한번 결혼식에 와줘서 고맙다며, 괜찮다면 B와 함께 만나도 되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어쩌면 인연이 다시 이어질 수도 있을까? 꼭 그걸 바랐던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나의 결혼식에 와주었기에 예의를 갖추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니까. 


"당연히 되지! 그때까지 코로나 조심하고 꼭 만나자."


우리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렇게 한번 다시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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