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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30. 2021

식거나 뜨거운 밥 말고,
적당히 따순밥 같은 결혼

서로가 ‘괜찮은 인격’을 갖췄다면


“너는 사람 아껴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영화 <애자> 스틸컷


몇 년 전 한숨을 쉬면서 엄마가 말했다. 딱히 꾸중하며 하신 말씀은 아니었고, 소소한 정을 나누는 법이나 누군가를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방법 따위를 잘 몰라서 매번 서투른 게 아쉽다는 말을 하신 것이다. 엄마의 정성 어린(?) 비판을 삐딱하게 볼 게 아니라 냉정하게 보면 나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도 효율성이라든가 가성비를 우선시 여기는 편이었다.


반대로 내주변엔 사람을 잘 챙기는 친구가 있다. 나와 크게 다른 점은 소소하게 작은 것을 주변에 나누기 좋아한다는 것. 물론 자신이 다른 이에게 베풀어서 무언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일절 하지 않는다. 단지, 주변에 나누고 나면 본인이 행복해지기에 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은 선물을 만들어 돌린다거나 눈치채지 못했던 작은 기념일이나 대소사를 챙긴다거나 하는 식이다. 내 생일에는 일찍 도착하여 꽃과 편지를 들고 기다리기도 하고, 무면인 나의 아버지 생신이라며 편지와 용돈을 넣어서 나에게 건네기도 했다. 나라면 오글거려서 못하지만, 그런 생각 조차 안들 정도로 내 성향에서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도대체 어느 센스대학 센스학과를 졸업했는지 알면 나도 다니고 싶을 정도다.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사려 깊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컷


얼마 전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기혼자에게 질문, 결혼해 보니 제일 중요한 게 뭐였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경제적 능력이나 성격, 책임감, 양가 집안 분위기 등 기본적인 조건을 꼽은 사람도 보였고 취향, 취미, 개그코드 등이 비슷해야 한다는 조언도 눈에 띄었다. 다 맞는 소리이긴 하지만, 세심하게 짚어보면 결혼생활을 오래, 평화롭게 유지하는 조건 중 하나는 서로가 ‘괜찮은 인격’을 갖췄을 때가 아닐까 싶다. 


‘괜찮은 인격’은 위에 언급했던 ‘소소한 정을 나누는 법 혹은 누군가를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행동, 행위’ 등이 기본적으로 몸에 벤 상태이면 더 좋다. 내 친구처럼 고급 스킬에 해당하는 센스까지 갖추면 금상첨화.


격렬했던 연애 감정은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일상이 되기 마련이다. 일상이 된다는 건 서로가 숨 쉬듯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서로의 의미가 일상에서 쉽게 퇴색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럴 때 상대방이 보여주는 소박하지만 잔잔한 마음, 챙겨주는 행동 하나하나는 너무나 중요하다. 소소한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질 때, 일상의 틈새마다 안정감과 기쁨이 넘칠 때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비로소 느끼게 될 테니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이런 세심한 포인트, 즉 상대방의 본성이나 본래 인격을 결혼하기 전에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연애 때는 누구나 활활 타오르기 마련이고 콩깍지가 씌이면 상대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누가 결혼을 복권에 비유했던가. 부디 식은 밥 말고, 뜨겁진 않아도 매일 적당히 더운 밥 같은 결혼을 하길 바란다.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더운밥을 차려내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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