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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05. 2022

장거리 커플이
계속 필름 사진을 찍었던 이유

행복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스물넷에 만나 서른둘에 결혼하기까지. 약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헤어지지 않고 연애하고 결혼하게 된 그와 나. 종종 우린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이렇게 함께 살고 있는 이유의 8할쯤은 ‘필름 카메라’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일주일에 필름 한 롤은 우스웠던 그 무렵 우리.


필름 사진을 찍는 우리


연애하고 한 2, 3년쯤 지나 매일 만나던 캠퍼스 커플이 직장인 커플이 되었을 때 나는 서울에 있고, 그는 지방에 내려가야 했다. 그동안은 언제든 보고 싶으면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 일주일에 한 번, 때로는 2주에 한 번, 가끔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장거리 커플이 되어버린 것이다. 금요일 늦은 밤, 대부분은 토요일 낮에 서울에서 만나 약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의 데이트를 마치면, 함께 쓸쓸한 마음으로 고속터미널을 향하는 7호선 지하철을 탔다. 보내기 싫은 마음을 꾹 참고 인사를 나눈 뒤에는 허전해진 마음을 갖고 사진관으로 향했다. 주말 동안 기록해둔 필름을 맡기기 위해서. 다행히 필름을 맡기고 나서부터는 그가 서울에 없다는 공허함이 곧 나올 사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려졌다.


함께 했던 주말이 어떤 사진으로 남아있을지 기대하면서, 어서 나오기를 바라면서 사진관 웹하드를 들락날락하다 보면 주말이 되어야 볼 수 있는 그를 사진으로 조금 더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지난 주말의 그니까 조금 나중에 만난 건가. 아무튼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스캔된 필름에서 지난 주말 우리가 남겨둔 기록을 다시 살펴보면 평일의 쓸쓸함보다 지난 주말의 행복함이 다시 전해졌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사진 나왔어!’라는 카톡을 시작으로 잘 나온 사진들을 보내주고 지난 주말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유독 잘 나온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하고, 다시 또 맘에 드는 사진을 뒤적이다 보면 주말이 찾아왔다. 시간은 상대적이라던데, 필름이 사진이 되기를 기다리는 2, 3일이 더 길어서 그를 기다리는 1주일이 더 짧게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잘 모아둔 덕분에 나름의 위기였던 ‘장거리 커플' 시간을 잘 견디고, 가족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선택한 가족, 그래서 내가 가장 나일 수 있는 곁에서 다시 행복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나 애인한테 잘해줘야겠다. 싸웠던 기억밖에 없는데, 다시 보니까 올해 좋았던 건 다 애인이랑 했던 거야."


지난 주말 2021년을 회고해 보자며 모인 자리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매번 애인과 헤어지네, 마네 하면서 절대 헤어지지 않는, 그래서 다들 너희는 결혼할 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게 되는 친구.

맞아. 행복한 순간은 그때는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서 나는 자꾸 글로, 사진으로 그리고 때로는 영상으로 우리의 연애사를, 우리의 결혼을, 그리고 가족이 된 우리의 삶을 기록하게 된다. 더 자주 행복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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