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Jan 31. 2022

결혼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그저 삶의 과정일 뿐

50대 언니는 아직도 욕망한다


“어때? 기미 많이 없어졌지?”


제게는 50이 넘은 이모가 있습니다. 이모는 최근 피부에 돈 쓰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미가 정말 많이 사라졌거든요. 피부가 좋아지는 방법이 궁금하세요? 지금 이 중년의 소녀가 그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부에 돈을 쓰세요. 그러면 피부가 좋아집니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답니다.


이모와의 나이 차이는 30살. 이모는 저한테 자기를 언니라고 부르라 합니다. 언니라고 부르기에는 나이 차이가 조금 있죠? 차라리 엄마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저는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하거늘


언니는 이혼했습니다. 근데요, 이혼 이유가 정말 어처구니없습니다. 언니랑 같이 점심시간에 콩나물무침에 비지찌개를 먹으며 들었는데요. 언니 부부는 부부관계 때문에 이혼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입에 있던 비지를 뿜을 뻔했습니다. 아니, 나이 40이 넘고 50을 바라보는 부부도 잠자리를 하나요? 그때가 되면 그냥 말 그대로 잠만 자는 사이 아닌가요? 그 나이에도 부부관계라는 걸 갖나요? 저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얘기라 언니의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언니의 남편은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바람을 피웠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부부관계는 맞춰갈 수 있는 게 아니야. 처음부터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하는 거지. 맞춰가는 건 불가능해. 그냥 참고, 불만족 속에서 사는 걸 맞춰간다고 하는 거야. 애초에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두 사람 다 욕망을 충족할 수 있어. 너도 나중에 부부간에 맞춰 간다느니 그런 생각 하지 말고 애초에 맞는 사람을 만나도록 해.” 


그녀는 비지찌개에 남은 마지막 돼지고기를 잽싸게 집어가며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너만 영원히 사랑할게' 같은 말 믿지 마. 너 스스로 매력을 키워야 해. 결혼했다고 끝이 아니야. 결혼은 언제든 끝날 수 있어. 너 자신의 매력을 죽을 때까지 키워야 해. 네 가치는 네가 만드는 거야. 네 남편이 만드는 게 아니라.”


언니 말이 정말인가요? 저는 결혼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닌가요? 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고 그 때문에 몸무게 50kg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짓을 결혼하고서도, 아이를 낳고서도 계속해야 하나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편이 제게 질리거나 결국 떠나버리는 건가요?


언니는 제 말에 “응”이라고 말합니다.


사라지는 욕망은 없다.
이룰 수 없는 욕망만 있을 뿐


“오늘 아들이 여자 친구 만나러 간다고 돈 5만 원을 달라고 하네. 열 받네. 열 받아.”


언니의 중학생 아들은 여자 친구가 있고 그게 종종 언니를 질투 나게 합니다. 언니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여자 친구가 그 시간을 쏙 빼앗아 가는 겁니다. 


“언니 그럼 저녁에 뭐 하시게요?”


내 말에 언니는 “뭐하긴? 나도 약속 잡았어. 성당 사람들 모임에 나가려고.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고 그래야 안 늙거든. 그리고 나처럼 혼자된 남자분들도 좀 있고.” 


저는 언니를 보며 제가 어른들에 대해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르신들, 죄송합니다. 저는 나이가 50이 넘으면 삶에 대한 어떠한 욕망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 어리석음에서 나온 단견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또 누군가와 육체적 교감을 나누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이 건강한 욕망으로 가득하길, 그리고 그 건강한 욕망이 적절하게 채워지기를 바라봅니다. 언니처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결혼했다고 삶이 완성되고 욕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에디터 김세라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결혼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목차 보러 가기

스튜디오 크로아상 콘텐츠 보러 가기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우울증을 앓는 남자 친구와 이젠 헤어지고 싶다

동거가 죄는 아니잖아?

딩 호구 탈출방! 결혼 준비 함께 나눠요!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트렌드는 선 결혼준비 후 프러포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