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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07. 2022

어떻게 즐겁고 가벼운
얘기만 하면서 사니?

때론 관계에 진지함 한 스푼이 추가되어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나의 연인 혹은 배우자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할까? 내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남들이 은근히 시기, 질투하는 와중에도 진심으로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함께 기뻐해 줄 때? 쉽게 삭이지 못할 슬픔 때문에 힘들어하는 내 옆에 함께 있어줄 때? 바쁜 와중에 서로 시간을 내어 둘만 아는 추억과 이야깃거리들을 쌓아갈 때? 저마다 나의 연인 또는 배우자와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다를 것이다.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도 있고,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큰일을 함께 겪으며 동고동락할 때 비로소 연인 혹은 배우자를 '내 사람'처럼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이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웃음 코드가 잘 맞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는 걸 좋아하는 자신과 그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번 이색 데이트를 즐기는 게 재미있고 좋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유독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매사에 진중하지 못한 모습과 특정 상황을 회피하려는 태도 때문에 이 사람과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즉 상황이 조금이라도 진지해지면 말을 돌리거나 가볍게 웃어넘기려고 하는 태도 때문에 평생 함께 할 사람으로서 의지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떤 관계에서나 그렇듯 연인 사이에서도 항상 즐거운 것들만 이야기하고 마주할 수는 없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힘든 일, 어려운 일이 더 많다. 그런 와중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은 가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온다. 그래서 좋은 일들은 유독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되는데, 이 말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평소에 자주 마주하는 것은 진지한 태도로써 맞닥뜨려야 하는 일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진지한 상황을 대면하길 꺼려하고 내가 고민, 걱정을 털어놓을 때마다 “어차피 다 지나가게 되어 있어. 고민해봤자 안 풀릴 건 안 풀리고 풀릴 거라면 알아서 잘 풀려서 다 해결될 건데 왜 사서 걱정을 해?”와 같은 식으로 가벼운 태도를 취한다면?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나의 생각과 내면을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럽게 되고 결국에는 연인, 배우자가 꺼려하지 않을 나의 부분적인 모습들만 보여주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이는 연인에게 ‘나’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나의 고민과 걱정 또한 나의 내면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하나이고, 이것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꺼내놓는 것은 연인, 부부 사이에 있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즐거운 이야기는 언제든 흔쾌히 들어줄 수 있고 또 함께 할 수 있지만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는 부담스럽다는 듯 회피하려는 태도는 곧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에게는 더 이상 힘든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그 친구의 삶도 버거울 텐데 나의 짐까지 함께 나누어 들어달라 하고 싶지 않아 무겁고 힘든 이야기는 잘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연인이나 부부는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선택했고, 그 선택 안에는 이 사람의 모든 면을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면 안 되겠지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서로의 진솔한 면을 가감 없이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행될 때 비로소 연인만이,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라포가 형성됨으로써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또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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