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by 추억바라기

우리는 사랑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교훈들이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아니면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실수를 무한히 되풀이되게 될 것이다. 유리가 맑아 보이기는 하지만 뚫고 날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파리들이 계속 미친 듯이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 것처럼. 지나친 의욕, 고통, 쓸쓸한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어떤 기본적인 진실들, 지혜의 조각들을 배울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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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소개하려고 해요. 이 책에서는 만나서 사랑하고 질투하고 헤어지는 `평범한' 사랑 얘기를 이야기해요. 나의 사랑 이야기, 주변에 있는 그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많은 철학자의 생각을 인용하며 사랑을 철학적으로 분석해서 끄집어내요. 그러나 일반적인 철학 책에서 나오는 딱딱하거나 지루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읽는 이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의 위트와 유머가 돋보이는 책이에요.



다시 잠깐 클로이의 구두 문제로 돌아간다면, 그 사태가 구두의 장단점을 두고 내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부정적 분석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둘 필요가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 문제로 인하여 우리 관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말다툼이 벌어졌고, 이어서 눈물, 모욕, 고함, 그리고 오른쪽 구두가 유리창을 부수고 덴비 스트리트의 보도로 떨어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순수하게 멜로드라마적인 측면도 강했지만, 그와 동시에 철학적 문제까지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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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운명적인 여인 '클로이'를 만난다. 책의 장르는 연애를 주제로 하는 소설책과 같은 시작과 전개를 보여 주면서 실제 내용은 연애의 감정과 주인공의 심리를 철학적인 사색의 자세로 빠져들게 한다.


둘은 시작부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부분을 강조하며, 일반적인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을 하는 식의 방법을 보여주며, 두 사람이 이렇게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을 가장한다. 둘은 연애 초기에는 서로를 "이상화"하고 서로의 말과 행동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연애 초기 감정에서도 보통의 연애하는 사람들이 겪을 만한 사건을 서로의 세계관이라는 표현 아래 조금은 해학적, 위트 있는 구성으로 작가의 연애 세계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수증을 보관했냐니, 그게 무슨 뜻이야?" 클로이가 소리쳤다.

"혹시 구두에 문제가 생길까 봐 한 말이지."

"구두는 텔레비전이 아니야."

"모르지. 곤돌라에서 나오다가 힐이 도로를 덮은 돌 사이에 낄 수도 있는 거잖아. 아니면 갑자기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는 거고."

"왜 그냥 네 마음에 안 든다고 말 못 해?"

"마음에 안 들지 않아. ······ 그래. 마음에 안 들어."

"그냥 샘이 나서 그러는 거야."

-중략-

이런 멜로드라마를 구구절절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잠시 후, 몰아치던 폭풍이 절정에 이르러, 클로이가 그 불쾌한 구두 한 짝을 벗었다. 나더러 보라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니 그것으로 나를 죽이려는 것 같아, 날아오는 투사체를 피해서 고개를 숙였다. 구두는 내 뒤의 유리를 깨고 밖의 거리로 날아가, 쓰레기장의 이웃이 먹다 버린 치킨 마드라스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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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 구두란 어떤 의미일까? 주인공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클로이의 구두가 어쨌든 간에 그것이 왜 중요하단 말인가?'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라는 유일한 변명을 한다. 모순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가장 큰 실수 중에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나라도 이야기해줘야 한다.'라는 논리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아픈 상처를 주게 된다. 단지 그들의 유일한 변명은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구차한 말뿐이면서.



"클로이 이야기나 더 해봐. 그 여자에게서 뭘 본 건데?"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날 저녁 세이프웨이 한가운데에서 클로이가 계산대에 서서 식료품을 비닐 봉투에 요령 있게 꾸려 넣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 때 다시 그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의 이런 사소한 동작에서도 매력을 느꼈다. 모든 것을 그녀가 완벽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거의 모든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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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클로이'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한 친구 '윌'의 물음에 대해 '모든 것을 보았다.'라고 표현했다. 오히려 친구 '윌'도 클로이가 왜 좋으냐고 물은 게 아니고, 오히려 본질적인 질문으로 철학적 사고에서 친구의 현답을 들으려고 하였다. 주인공은 사소한 모든 행동에서도 매력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으로 비친다.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연인들의 눈에는 주인공과 같은 물음에 대한 '모든 것을 보았다.'라는 작가의 해석이 와 닿을까?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이것은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는 근본적인 주장과 통한다. 어떤 사람에게 의존하는 기쁨은 그런 의존에 수반되는, 몸이 마비될 듯한 두려움에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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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후반부에서는 오래된 연인들이 서로 지쳐가는 연애 감정이나 소모된 감정들로 인해 서툰 표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종국에는 서로 다툼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잦아졌음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 비난하고, 삐치고 그리고 화해하는 과정들을 반복해 나가면서 서로에게 틈이 생기고, 좋았던 감정도 어느새 기억 저 편으로 보내지고 있음을,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설처럼 흘러나가는 이야기와 얼핏 딱딱해 보이는 철학적 사유가 얽히면서 때로는 뭔가 입안에서 계속 씹히고 터지는 느낌이 드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때로는 온탕 냉탕을 왕복하는 것처럼 어떤 청량감을 맛보게 된다."


작가의 재치와 유머는 상당한 지적 노력을 수반하는 수준 높고, 매혹적인 "가벼움"으로부터 비롯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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