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6년 차 방송 작가 출신의 김영주 작가의 『웃음의 현대사』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해요. 책은 시대별 유머의 역사와 흐름을 되짚어보고, 방송 특히 종전 히트했던 예능들 속에 숨은 이야기를 방송 작가 출신답게 일반인이 알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곳곳에 녹여서 재미있고 쉽게 이야기해 나가요.
책 속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나 작가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제 강점기 속 유머, 그 시대의 눈물과 해학으로 시작해서 2017년까지의 방송가 뒷 이야기, 종편과 케이블 tv의 약진까지 많은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았다. 현대사의 이야기를 무겁게 바라본 것이 아닌 웃음의 역사와 시대별 인기 방송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 스타들의 이야기들을 작가의 딸아이에게 이야기해 주듯이 각 목차별로 진행된다. 전체적인 목차는 시대의 흐름으로 짚어나갔고, 목차별 대주제는 그 시대의 가장 큰 역사적 사실을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을 테마의 주제로 잡고, 작가가 하려고 했던 웃음보따리나 경험하거나 들었던 에피소드를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물들을 들어서 기록했다.
'역사는 변방에서 만들어지고, 장르는 브리지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죄송하다. 뒤의 문장은 내가 만든 거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오디션 합격도 친구 따라가서 붙는 일 허다하고 스타도 대타로 들어가서 연기하다 터진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렇게 막간 무대에 나와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발악을 한 것이 먹히기 시작했고 주로 그 일을 한 사람이 신영일, 즉 신불출이었다. 근데 왜 하필이면 이름이 '불출'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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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는 웃음과 해학의 코드가 없을 것 같았지만, 이 시대에도 선조들만이 누리고, 웃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코드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불출은 1920년대 중반 주로 신파극을 하던 극단 취성좌가 개성에서 공연할 때, 자신의 인생을 걸겠다고 결심하며 극단에 입단한다. 이때 당시 신파 극단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상태였다. 이에 자구책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였는데 이렇게 나온 것이 만담이라는 코미디이다. 1930년대에 신불출은 만담 하나로 조선 팔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그는 공연 중 대본과 다르게 자신만의 대사로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다가 종로경찰서에 연행되어 고초를 치를 만큼 개념 연예인이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웃으면 복이 와요>를 시청하는데 배삼룡이 보이지 않자 "어? 비실비실 배삼룡이 왜 안 보이는 거야?" 한마디 했고 이에 청와대 직원들은 득달같이 MBC 사장에게 전화를 한다.
"야, 배삼룡이 왜 <웃으면 복이 와요>에 안 나오는 거야? 각하가 물으시잖아. 당장 다음 주에 대령시켜!" 이렇게 해서 배삼룡이 MBC에 남았다는 스토리다. 권력의 기분에 따라 미디어가 왔다 갔다 하고 코미디 프로그램의 존폐가, 코미디언의 생명이 왔다 갔다 했던 시절이 대한민국에 분명히 있었다는 게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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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그랬었나 보다. 프로그램 폐지가 문제가 아닌 권력의 최고점에 있는 사람 한마디로 코미디의 생명이 왔다 갔다 했다는 이야기들은 이 하나의 에피소드만 보아도 심각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생이긴 해도 그 시대의 정치나 문화, 방송은 자세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기록된 어두운 단편들만 봐도 이 시대의 분위기와 자유에 대한 억압이 얼마나 컸었는지는 알 수 있을 법하다.
"들었어? 방송국이 생긴대."
"뭐? 그게 무슨 얘기야?"
"MBC, KBS랑 충분히 맞짱 뜰 수 있는 규모라는데? 이름이 서울~~방송?"
1991년 가을, MBC 아카데미 작가반 1기생으로 방송작가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을 때였다. 문화방송에서 방송사 최초로 세운 아카데미였기에 6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우수한 성적이든 우스운 성적이든 1안은 MBC로, 2안은 KBS로 들어가 작가를 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3안도 있을 거라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희소식이 들려왔다. 공영방송 MBC와 KBS만 있던 방송계에 민영방송 SBS가 진입한다는 것의 의미나 과정을 당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방송작가 지망생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는 게 기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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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그 해 난 고등학교 졸업 전이라 아직 지방에 있었다. 그 옛날 90년대가 기억나는 사람들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서울, 경기를 제외하고는 작은 소도시에는 서울 방송이 송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대학을 다니면서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재수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학원을 다닐 때 서울 방송이 방송하던 채널을 접했고, 그 시절은 방송이라고 해봤자 가끔 보는 주말의 영화나 주말에 나오는 코미디 프로가 전부였던 나로서는 새로운 방송국이 생겼다는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방송 작가 지망생으로서 새롭게 입사 가능한 회사가 늘어났으니 의미가 나름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지만 서울방송은 우리나라에 새로운 방송시대를 열었던 교두보 같은 민영방송 시작의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드디어 코미디언이라는 명칭보다 개그맨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진 사람들이 브라운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 대표 격인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개그코드 중 하나인 '감자골 4인방'의 탄생이 생각난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개그맨, 코미디언들은 보통이 웃기게 생겼고, 콩트에 편중된 개그 프로에서 짜맞쳐진 각본대로 세트장 안에서 웃고, 웃기는 게 트렌드였다고 하면, 감자골 4인방은 콩트가 아닌 버라이어티 같은 무대에서 토크와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겼던 젊은 친구들 네 명이었다. 김국진을 필두로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까지 그들은 한 팀은 아니었지만 활동 시기가 같은 해에 대학 개그제, 지금 얘기하면 공개 오디션을 거쳐서 선발된 인원들이었다. 91년 데뷔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2년여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KBS 대표 격인 프로에는 이들이 빠지지 않게 출연하였다. 이렇게 바삐 방송하던 이들이 사라진건 2년간의 힘든 연예계 생활에서 활동 중단을 발표하고 난 뒤였다. 많이 아쉬웠지만 한 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2002년 두 사람은 코너를 함께 하면서 최고의 시너지를 낸다. 그해에는 두 개의 국민게임이 있었다. 하나는 월드컵이라는 축구게임, 다른 하나는 KBS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 'MC 대격돌'에서 배출한 '공포의 쿵쿵따' 게임이다. 쿵쿵따~리 쿵쿵따, 쿵쿵따~리 쿵쿵따, 쿵! 쿵! 쿵! 소리만 나오면 집에서 회사에서 술집에서 누구든 어깨를 들썩였다. 물론 유재석과 강호동, 이휘재와 김한석이라는 네 사람의 조화가 빚어낸 힘이었지만, 이 코너에서 처음 만난 유재석과 강호동의 '톰과 제리' 놀이는 많은 사람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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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를 얘기하면 대단한 예능계 두 거물의 출연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들은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대한민국 예능계에서는 최고의 MC인 유느님 유재석과 영원한 천하장사 강호동이다. 두 MC는 데뷔부터 달랐고, 스타일도 달랐다. 개그맨 유재석은 KBS 공채로 개그맨 데뷔했고, 신인 때 빛을 보지 못하다 21세기가 되면서 대체 불가, 명불허전의 MC로 활동하고 있고, 강호동은 씨름판을 호령하던 시절 이경규의 권유로 예능에 입문. 넘치는 끼와 재치로 유재석과는 다른 그만의 진행 세계를 구축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MC의 자리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1910,20년대부터 응답하라 시리즈, 꽃보다 시리즈로 점철되는 TvN 예능 대세인 최근까지 대한민국의 예능 현대사를 웃음과 해학으로 잘 소개해 준 책이다. 인문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재미있고, 많이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좀 더 친근하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