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이어도 인기있는 책은 이유가 있다

[서평] 김진명의 "글자 전쟁"을 읽고

by 추억바라기
저는 역사를 처음 기록한 이들의 특권을 질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떼어 이브를 만들었다는 구약의 기록은 해부학을 인체에 갖다 대기 전까지는 남자의 갈비뼈가 여자에 비해 한 개 적다고 믿었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사람들을 처벌했습니다. 저는 한두 사람이 자신의 사상에 따라 가감 첨삭한 기록을 신앙처럼 좇지 말고 과학으로 검증하자고 제안합니다. 공자와 사마천은 은나라를 한족의 나라로 기록했으나 고고학은 이 나라가 동이족의 나라임을 뚜렷이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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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구려』, 『직지』, 『미중 전쟁』등 장대한 역사 장편소설부터 주제로 삼기에 예민한 문제적 이야기를 소재로 픽션과 허구의 얘기를 사실적 묘사로 흥미 있게 쓰는 국내 대표 인기 작가의 소설 『글자전쟁』을 소개하려고 해요.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세계의 중심을 자처하는 중국, 자존심만큼은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이런 중국의 역사 속에 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들의 글자 한자를 동이족도 함께 만들었다는 근거 있는 가설을 가지고 현재의 중국의 비영리 조직과의 싸움을 그린다. 동이족은 한족이 과거 고구려를 지칭하는 옛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태민은 무기중개업을 하는 한마디로 말해서 로비스트이다. 태민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과정까지 마친 수재이다. 그런 그가 처음 입사한 곳은 미국의 유명한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다. 입사 2년도 안되어서 두각을 나타내고, 물리학 전공 수재인 그로서는 개발한 무기들의 기본 원리부터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는 데다, 국제정치학 전공을 통해 세계의 수요국들의 정치 동향이나 군사전략까지 수립할 정도의 국제영업 파트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런 태민은 록히드마틴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들어와 그의 꿈 실현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인 한국 무기업체와 손을 잡고 승승장구하며 꿈 실현에 한 발짝씩 다가가지만, 국내 방산 비리에 엮여 곤란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기를 위해 건너간 곳이 중국이고, 중국에서 그의 사업을 위해 북한 기자들이나 외교관이 자주 찾는 식당에서 한 소설가를 만나고, 그 소설가가 어느 늦은 밤 태민을 찾아와 물건을 맡기고 사라진다. 소설가는 다음날 갑작스럽게 살해되고, 소설가가 전해 준 물건이 USB 임을 확인하고, USB 안에 쓰여있는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한족의 자존심인 한자의 역사를 찾아보면서 태민의 글자 전쟁은 시작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태민이 살고 있는 2010여 년 현재와 소설 속의 3~4세기 중국, 고구려가 배경이다. 사실 태민의 직업이나 그의 배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하지만 결국 태민이 중국을 건너가게 되고, 소설가 전준우 씨를 만나기 위한 포석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2011년부터 집필한 고구려 소설에서도 작가만의 고구려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지만 글자전쟁의 소설 속 배경의 한 부분도 고구려 고국천왕 연대 즈음으로 해석된다.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서 태민은 소설 속 사건 내용에 의문점을 갖고 실제 한자의 역사 중 일부가 고구려에서 탄생된 것이 아닌지를 가설로 여러 문헌을 찾고, 유명 한자 전문 교수를 찾았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도 못했고, 터무니없는 가설일 뿐이라고 면박까지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소설가 전준우 씨의 타살의 원인임을 알고, 자신의 꿈을 접을 생각까지 하면서 이 역사를 바로잡고, 전준우 씨의 타살의 의혹을 밝히기 위해 애쓴다.




소설 자체의 흥미나 몰입도는 아무래도 기존의 작품보다는 더디게 느껴져요. 사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고구려』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기대감이 높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한자의 근원이나 역사를 찾아보기 위한 문헌이나 고증도 쉽지 않았을 듯하고,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가설만으로 남의 나라 역사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조금은 더 대하 장편 소설로 나왔으면, 방대한 문헌 조사와 고증을 통해 3~4권까지 써 내려갈 수 있는 역사소설이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을 가져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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