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할 때도 있었고, 화가 날 때도 있었죠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가끔은 나쁜 생각도 했죠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도 호전되지 않는 병세, 전부 당신 탓이라고 했죠
따뜻하게 말 한마디 하지 못했고,
열아홉 번 바뀐 계절에 한 숨만 늘었죠
매일이 같았던 당신,
바뀌어가는 병세에 몸은 힘이 들었고
넘어가지 않는 식사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지쳐버린 마음으로 약해진 당신을 볼 때엔
가슴 한켠 아팠던 마음도
변하지 않는 일상처럼 덤덤히 받아들여졌고
낳지 않는 병세를 원망했었죠
오랜 기간 버텨오던 당신의 몸도
쓰임을 다해서 움직임이 더뎌지고
지켜왔던 우리의 마음은 버티기 힘든 파도를 만나서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죠
빌어도 빌어도 들어주지 않던 나의 기도,
작디작은 소원이 있다면
욕심내지 않을 테니 고통은 주지 마시길
평안히 눈 감게 하시길.
며칠 전 찾은 병원, 어머니는 5년의 긴 항암 치료에서 자유로워지셨다. 어머니 담당의가 길고 긴 항암 치료의 중단을 통보했다. 마음으로는 언제든 올 날이었지만 막상 담당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다른 세상 언어로 왜곡되어 들려왔고,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말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아무리 머릿속은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예고 없이 들어온 이질적인 단어로 두려움이 들었다. 어머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지만 막상 마지막 처방약을 받아 들고 돌아서는데 먹먹해진 가슴에, 어느새 눈 앞이 뿌옇게 보였다.
금주 월요일 5년을 어머니를 담당하셨던 담당의가 치료를 중단했어요.
마지막을 편하게 모시려고, 병원에서 권유한 대로 요양병원으로 모시기로 했어요.
요양 병원에서 최종 상담하고, 어머니는 내일 입원해요.
어머니 마지막 날까지 몸도, 마음도 편안하시길요.
'어머니는 2019년 12월에 돌아가셨어요. 바란대로 모두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오랜 통증없이 편안히 가셨답니다. 어머니, 다른 생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편히 눈 감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