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시작은 했지만, 막상 어떤 책부터 봐야 할까에 대한 망설임과 두려움이 컸었다. 회사에서 직위, 직책이 있던 터라 막상 재미있는 책만 찾아서 보기에는 폼(?)도 안 날 것 같고, 기왕 시작한 독서면 뭔가 직장 생활이나 개인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될 책이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독서가 오래 지켜질 습관이나 약속이 되지 않으란 것쯤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 수 있었고, 책을 잡고 있는 내내 조금씩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처음 시작한 책들을 구분만 해봐도 무슨 배짱에 용기였는지 지금 글을 쓰면서도 숨이 턱 막혀온다. 자기 계발서, 인문학 서적, 이름 있는 작가의 심리학 저서 등등 지금은 모두 읽은 책들이지만 사실 이때는 이 책들 들여다보면 10분을 못 읽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던 나날이었다. 그 당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전혀 없던 터라 골랐던 책이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 '이언 에어즈의 당근과 채찍' 같은 책이었으니 더 말해서 무얼 할까 싶다. 그 책들은 당시 읽다가 포기해 버렸다. 물론 지금은 다 읽은 책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해가 안 되기 일쑤고, 이해가 안 되니 앞 페이지 복습도 종종 했다. 조금만 눈에 힘을 풀면 눈 거플 커튼이 아래로 낙하해 시야는 어둑해지고, 가려린 목은 머리를 받치느라 자주 열일을 해왔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이 시작 자체가 너무도 어려웠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시작한 독서가 처음엔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느라 책 고르는 것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책 읽는 속도도 느려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도 종종 벅차 했었다. 그렇게 의무감에 시작한 취미도 많은 시간 공들였더니, 나름 눈에 띄는 작은 변화가 느껴졌다. 책 읽는 속도도 늘고, 중요한 건 남들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재미없는 자기 계발서나 어려운 철학책 등은 읽지 말고, 소설책을 읽어야 꾸준히 재미가 생기고, 재미가 있어야 계속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책을 어느 정도 읽으면서 나에게는 나만의 특별한 독서 법칙이 생겼다.
'책을 가려서 보지 말고, 편식하지 말자.'
이렇게 시작한 독서 습관은 2~3년 전부터는 1년에 50여 권을 읽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사실 이젠 4~5일이면 손에서 책이 바뀌는 게 두려울 정도다. 물론 책 값이 두려운 거다. 종이 책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책 사는 즐거움 또한 포기가 안된다.
가끔 아내가 책 살게 있다고 책을 고르고 있으면, 내가 찾아준다고 하고는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내 책을 함께 골라 몰래 집사람 카드로 결제하는 야비(?)한 방법을 쓰긴 하지만, 그것도 가끔이다.
어찌 되었든 7년이 넘은 나의 책 사랑이 여러 가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우선 읽은 책들이 작은 책장에 쌓이는 걸 보면서 작은 내 개인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망과 그다지 재능은 없지만 글 쓰기로 채울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나날이 쌓여가는 책들 사이에서 시작과 끝이 모두 미비할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 시작하였다.
아래 사진에 있는 내 작은 공간에서...
1년을 넘게 미루다, 미루다 큰 맘먹고 책장을 사고. 1인용 테이블을 동생에게 선물 받고. 예전에 나의 친구이자 동료가 선물해준 의자로 세팅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