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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Oct 30. 2019

1년을 망설였던 나의 작은 꿈

나만의 작은 서재 만들기 프로젝트

2012년부터 읽기 시작한 책.

사실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시작은 했지만, 막상 어떤 책부터 봐야 할까에 대한 망설임과 두려움이 컸었다.  회사에서 직위, 직책이 있던 터라 막상 재미있는 책만 찾아서 보기에는 폼(?)도 안 날 것 같고, 기왕 시작한 독서면 뭔가 직장 생활이나 개인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될 책이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독서가 오래 지켜질 습관이나 약속이 되지 않으란 것쯤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 수 있었고, 책을 잡고 있는 내내 조금씩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처음 시작한 책들을 구분만 해봐도 무슨 배짱에 용기였는지 지금 글을 쓰면서도 숨이 턱 막혀온다.  자기 계발서, 인문학 서적, 이름 있는 작가의 심리학 저서 등등 지금은 모두 읽은 책들이지만 사실 이때는 이 책들 들여다보면 10분을 못 읽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던 나날이었다.  그 당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전혀 없던 터라 골랐던 책이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 '이언 에어즈의 당근과 채찍' 같은 책이었으니 더 말해서 무얼 할까 싶다. 그 책들은 당시 읽다가 포기해 버렸다. 물론 지금은 다 읽은 책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해가 안 되기 일쑤고, 이해가 안 되니 앞 페이지 복습도 종종 했다.  조금만 눈에 힘을 풀면 눈 거플 커튼이 아래로 낙하해 시야는 어둑해지고, 가려린 목은 머리를 받치느라 자주 열일을 해왔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이 시작 자체가 너무도 어려웠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시작한 독서가 처음엔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느라 책 고르는 것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책 읽는 속도도 느려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도 종종 벅차 했었다. 그렇게 의무감에 시작한 취미도 많은 시간 공들였더니, 나름 눈에 띄는 작은 변화가 느껴졌다.  책 읽는 속도도 늘고, 중요한 건 남들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재미없는 자기 계발서나 어려운 철학책 등은 읽지 말고, 소설책을 읽어야 꾸준히 재미가 생기고, 재미가 있어야 계속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책을 어느 정도 읽으면서 나에게는 나만의 특별한 독서 법칙이 생겼다.


'책을 가려서 보지 말고, 편식하지 말자.'


   이렇게 시작한 독서 습관은 2~3년 전부터는 1년에 50여 권을 읽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사실 이젠 4~5일이면 손에서 책이 바뀌는 게 두려울 정도다. 물론 책 값이 두려운 거다. 종이 책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책 사는 즐거움 또한 포기가 안된다.  

 가끔 아내가 책 살게 있다고 책을 고르고 있으면, 내가 찾아준다고 하고는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내 책을 함께 골라 몰래 집사람 카드로 결제하는 야비(?)한 방법을 쓰긴 하지만, 그것도 가끔이다.


  어찌 되었든 7년이 넘은 나의 책 사랑이 여러 가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우선 읽은 책들이 작은 책장에 쌓이는 걸 보면서 작은 내 개인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망과 그다지 재능은 없지만 글 쓰기로 채울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나날이 쌓여가는 책들 사이에서 시작과 끝이 모두 미비할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 시작하였다.

 

아래 사진에 있는 내 작은 공간에서...


 1년을 넘게 미루다, 미루다 큰 맘먹고 책장을 사고. 1인용 테이블을 동생에게 선물 받고. 예전에 나의 친구이자 동료가 선물해준 의자로 세팅했더니. 


 '와우! 아래 사진 보니 그럴싸한 듯하다.'

 

서재를 준비하느라 애써준 아내에게 감사하단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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