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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y 19. 2020

피할 수 없는 회식은 즐길 수밖에 없나

누군가의 이야기가 즐거운 글감이 될 수도

오늘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후배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후배와는 하는 업무는 다르지만 꽤 오래동안 한 직장을 다녔었다. 예전 지원하던 솔루션의 전담 개발자여서 업무적으로 협의나 의견 교환도 많았지만, 난 직장 선배로서 후배가 몸 담고 있는 부서의 고충이나, 이직, 처우 등의 고민에 대해서도 많이 상담을 해 주는 편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후배의 이직과 회사에 남아있는 조건 관련해서 후배 매니저와의 상담내용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 기억도 난다. 늦게 시작한 직장 생활이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처우나 급여 수준이 비슷한 또래의 경력 직원들과 비교하여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후배였지만 첫 직장이다 보니 이직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여러 가지 케이스에 대한 직접적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지만 정작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했고, 후배는 그냥 회사에 남기로 하고 지금도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하루는 부서 회식으로 인한 고충을 차 마시며 털어놓았고, 고민이라기보다는 이미 답을 가지고 이야기했던 터라 가볍게 들어주는 자리였다. 올 초 그의 부서에는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 중 하나가 후배가 근무하던 부서에 새로 팀장이 부임했다. 인성도 괜찮았고, 차분한 성격일 것 같은 후배의 팀장은 부서의 조직력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택한 방법이 부서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저녁 소모임 술자리를 갖는 일이었다. 물론 부서 회식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었다. 부서원들은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코로나가 한 창일 때도 그 소모임이 계속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 클럽을 가거나 주점을 가는 문화는 아니었고, 그냥 가볍게 저녁에 술자리가 전부였지만.


  그동안은 코로나로 걱정되어서 후배는 항상 그 자리를 거절해 왔다 했고, 코로나가 한 풀 꺾일 것 같던 4월 말(이태원 사태 전)에 미리 잡았던 회식이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부서원이 참석을 한다고 했고, 항상 회식의 참석 여부는 강제력은 없었지만 팀장 부임 이후 한 번도 자리를 함께하지 않은 죄책감에 당연히 참석한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문제는 연휴가 지나고 이태원 확진자가 나오고 나면서부터였고, 온통 포탈과 뉴스에 이태원 발 확진으로 두려움이 커져가면서 후배의 걱정은 더 커져만 갔다. 회식 당일에도 오전에 확진자 수가 27명이 늘었고, 11일도 35명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후배는 이런 분위기에서도 설마 회식을 강행할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부서의 분위기는 '클럽이나, 주점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만 안 가면 되는 거 아냐' 하는 분위기였단다. (사실 이미 집합 금지 명령이 난 뒤라 클럽, 주점은 출입이 불가했었는데)


  "김 부장님, 오늘 회식을 빠져보려고 열심히 머리 굴리다가 휴가를 낼까 싶어 아내에게 얘기해 봤거든요."

  "그러지 그랬어. 나도 이런 분위기에 회식은 좀 무리이지 않을까 한데."

 후배는 어차피 참석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터라 월요일보다는 편안한 목소리였다.

  "와이프한테 휴가를 낼까 얘기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어차피 부서 사람들 중에 누가 감염되면 매일 함께 밥 먹고, 모여서 회의하는데 당연히 함께 감염이 되지 않겠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기왕 결정되었으면 참석해서 튀지 않게 적당히 저녁식사 즐기다가 조심히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는 후배의 아내가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현명하고, 명쾌한 혜안을 제시한 것 같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는 말처럼, 피할 수 없으면 그냥 버틸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 회식을 한다는 건 난 반대지만 그 또한 조직을 책임지는 부서장으로서 그의 조직관리며, 리더십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의견 또한 존중해 주는 게 마땅할 듯하다. 물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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