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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Nov 11. 2019

머피의 법칙, 다들 이런 날 있으시죠

꼬여도, 꼬여도 이렇게까지 꼬이냐?

2019년 7월의 어느 날, 온종일 뜻대로 되지 않은 그런 날 있으시죠? 이날이 제겐 그런 날이었어요. 기억하기 싫은 어느 날을 조용히 기록해 봤어요.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인 것 같아요.

아침부터 이상하게 꼬이는 일이 생기더니 퇴근하고 집에 올 때까지 계속 어긋나는 무언가가 일어난 거 있죠.  날씨도 덥고,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어디 가서 소리라도 빽~하고 지르고 싶은 날 있잖아요.  오늘이 딱 그날이었어요.


  저는 아침 출근을 지하철로 해요. 얼마 전에 사무실이 이전하는 통에 출·퇴근길이 30분이나 더 길어졌죠. 그 덕분에 아침 출근길은 붐비는 시간에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어졌고, 그나마 장시간 지하철을 타면서 서서 가는 불편함을 줄여보고자  늘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려고 애써요. 그러다 보니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여 개폐문이 열리면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죠. 줄은 섰지만 출입문 통과하는 과정일 뿐 자리에 앉는 사람은 용감하다 못해 과감한(?) 사람들이 앉기 마련이죠.


  사무실 이전 후 처음 이 시간 지하철을 탈 때에는 줄 서서 얌전히 타다가 자리를 빼앗긴 적도 많았어요. 이렇게 허무하게 자리 쟁탈전에서 밀려 40분 가까이를 서서 가자니, 흔들리는 지하철이 너무도 힘들고 줄을 먼저 선 사람으로 억울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어느 날인가부터 그 치열함 속에 전 승자(?)로 군림하게 되었고, 요즘은 항상 자리에 앉아서 출근길 독서를 즐기며 다니고 있었죠.

  하지만 오늘은 그 평소와의 여유나 승자로서의 영광은 없었죠. 항상 같은 시간에 비슷한 줄에 위치한 저는 오늘도 얼른 편하게 출근 지하철에 앉아서 포스팅된 글들을 보거나, 책을 볼 계획을 머릿속에 세워두고 있었죠. 열차는 같은 시간에 도착했고 나는 개폐문이 열리자마자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온 장인과 같은 몸놀림으로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했죠. 자리 확보를 하였다고 생각하고 매고 있던 가방을 벗는 순간 가방과 듣고 있던 이어폰 줄이 꼬여버렸고, 가방에서 이어폰을 분리하려는 찰나에 그 좁은 자리를 비집고 다른 승객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렸어요. 내 얼굴의 표정은 안 봐도 상상이 되더라고요. 대부분의 용감한(?)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그분도 역시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는 아래로 내려 박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시더라고요. 어쩌겠어요. 포기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흔들리는 지하철에 정신줄을 다잡아 가며 꾸역꾸역 출근을 했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은 게 문제였죠. 오후에 외근 갈 일정이 있어서  외근지 근처에 있는 지인과 점심 약속을 했고, 사무실에서 조금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였죠. 초행은 아니지만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니라 스마트폰 길 찾기 앱으로 대중교통 길 찾기를 했어요. 추천 교통 노선은 지하철을 2번(5호선>9호선> 3호선) 갈아타고 가는 길을 추천하더라고요. 저는 한 번만 갈아타고 쭈욱 앉아서 갈 수 있는 지하철 노선(5호선> 3호선)을 선택하였어요.

  열차를 타자 아침 출근길과는 다르게 빈자리가 조금 있었고, 계획했던 대로 긴 시간을 앉아서 이동 중이었죠. 문제는 3호선으로 갈아타야 할 오금역에 도착할법한데 아직 정차역에 오금역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어째 느낌이 싸하다는 생각에 다음 정차역을 확인하고, 길 찾기 앱을 받더니 5호선 지하철을 잘못 탄 걸 알게 되었죠. 5호선 마천행을 타야 하는데, 상일동행을 탄 거예요. 이번 정차역을 확인했더니 굽은 다리 역이라 두 정거장 거꾸로 가서 강동역에서 다시 마천행 타고 가면 약속시간까지는 늦지 않을 것 같아 반대로 가는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지하철을 탔죠. 강동역에 내려 다시 한번 반대 방향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들어오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죠.


   하지만 문제는 들어온 열차가 어느 방향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열차를 탄 거죠. 꼭 뭐에 씐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상일동행을 탄 걸 안거죠. 정말 짜증이 마구마구 샘솟더군요. 정말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나 자신이 너무 어이없더라고요. 약속시간엔 늦었고, 방법이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다음 역에 내려서 택시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어요. 지하철보다 몇 배는 비싼 택시 비용을 들였죠.


   외근 나와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올랐어요. 집이 일산이라 3호선을 갈아타지 않고 끝까지 타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죠. 오후에 지하철을 잘못 탔던 실수는 이제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주 없을 퇴근길 자리에 앉아 졸기도 하고, 책도 보고 그리고 이웃들 글도 보면서 1시간 30분을 넘게 지하철 긴 퇴근길을 즐겼죠. 정차역인 대화역에 내려서 집까지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버스 도착 정보를 보니 집에 갈 수 있는 버스가 3대. 3대 중 한 대는 집 앞까지, 나머지 두 대는 조금은 걸어야 하는 버스 노선이어서 마음속에서는 집 앞까지 가는 버스 노선을 타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3 대중 한 대가 내 앞에 섰고, 자석에 이끌리듯이 평소에 타지도 않던 노선의 버스에 올랐어요. 문제는 이 버스는 같은 번호를 달았어도, 가는 코스가 3개로 나누어진 버스였어요. 타자마자 버스는 출발했고, 잘못 탔음을 바로 알 수 있었죠.  집으로 가려면 우회전해야 하는데, 버스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기 위해 안쪽 차선으로 이동하는 거예요.


퇴근길 마지막 화룡점정~하하!   


  결국은 바로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다시 전 정거장까지 도보로 이동했고, 10분을 기다려 원래 타려고 했던 집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어요.

  오늘 하루 여러 번 멘탈 가출에, 내 정신줄은 도대체 어디다 두었는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와중에 든 후회는  역시 처음 가졌던 생각과 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지하철도 버스도 처음 생각한 대로 이동했으면 오늘 같은 일은 있었을까 싶네요.


  가끔 이렇게 뭘 해도 안 되는 날은 정신줄은 달나라, 별나라에 안 가게 잘 부여잡으시고요. 일찍 일찍 집으로 귀가해야 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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