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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Aug 18. 2020

작가님, 작가님 부끄럽지만 너무 좋네요

EBS 나도 작가다 방송 녹음을 하고 나서

"작가님, 오늘 방송 녹음 너무 잘하셨어요. 수고하셨어요. 작가님!"


지난 13일 난 EBS 일산사옥 라디오국을 찾았다. EBS가 브런치와 함께 한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에 내가 쓴 글이 당선돼서 라디오(오디오 천국)와 팟캐스트(팟빵)에 방송으로 내보낼 녹음을 하기 위해서였다.


 EBS 방송국 밀크 PD님과 13일 저녁 7시 30분 녹음 약속을 해놓은 터라 사무실에서 조금은 일찍 퇴근길에 나섰다. 생각보다 일찍 나선 덕에 방송국에 도착한 시간은 녹음 시간 한 참 전이었고, 특별히 주변에 시간 보낼 때가 없어서 난 방송국 1층에 있는 카페에 앉아 조금은 떨리는 기분과 더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마셨다.


 지금도 사무실 근처에 SBS 방송국이 있고, 예전에는 상암에 사무실이 있어서 방송국이 낯설지는 지만 오늘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방송국에  이유가 내가 쓴 글을, 내 목소리로 직접 읽어 방송에 내보내는 이었다. 이런 이유로 난 몸속 세포 곳곳에 퍼지는 아드레날린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긴장되고, 떨렸다. 지금의 기분을 굳이 말하자면...

기분 좋은 긴장감, 설렘 그리고 기쁨


 녹음 시간이 다가왔고 난 신분증을 교환 후 녹음을 할 라디오국 6층으로 올라갔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10분 일찍 올라갔지만 '밀크 PD'님의 허락으로 녹음을 할 스튜디오로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조금 일찍 서인지 나보다 30분 전에 녹음에 들어간 작가님이 아직 녹음 중이었고, 난 괜히 나 때문에 녹음하는 작가님이 실수할까 봐 조용히 자리에 앉아 PD님의 지시를 따랐다.


 앞에 작가님 녹음이 끝나고 PD님의 안내로 스튜디오로 들어간 난 오히려 대기할 때보다 조금 진정된 마음으로 녹음을 시작했고, 처음 준비한 멘트로 마이크 시험을 끝낸 후 돌아온 '밀크 PD'님의 피드백에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님,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오늘 녹음 잘하실 거 같은데요."


 용기를 주기 위해 의례 출연하는 작가들에게 하는 멘트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PD님의 멘트가 싫지 않았고, 실제 녹음에 들어가서는 한 번의 낭독으로 녹음을 끝냈다. 중간에 한 번쯤은 PD님이 끊을 줄 알았는데 내가 글을 끝까지 읽는 동안 따로 녹음을 끊지는 않았, 난 무사히 낭독을 마칠 수 있었다. 녹음이 끝나고 스튜디오로 들어온 PD님의 '너무 잘했다'는 칭찬에 난 기분이 너무 좋았다. 특히 PD님이 호칭을 '작가님', '작가님' 부를 때마다 내가 정말 대단한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좋았다. 부끄럽지만 사실 그 순간을 마음속으로 열심히 즐겼다.

 녹음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튜디오에서 찍었던 사진을 아내에게 보냈고, 무사히 녹음을 마친 내게 아내의 폭풍 칭찬은 더욱 기분 좋은 하루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사실 방송국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4Km가 넘는 길이었지만 그 기분을 홀로 즐기기 위해 40여분을 걸어 집으로 귀가했고, 내게는 늘 평범했던 일상에 조금은 색다른 하루를 만끽할 수 있었던 날로 기억되었다.


아직 방송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기분 좋게 그 하루의 기억을 기록해 봤다. 

  

2차 공모전 당선작이 궁굼하시면 클릭하세요. (https://brunch.co.kr/@cooljhjung/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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