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서 보는 나의 억지스러운 데자뷔

살면서 만나는 누군가가 나도 모를 중요한 인연임을 깨닫다

by 추억바라기
아들! 아빠도 초등학교 땐 전교 부회장 했다니까. 안 믿기니?


난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남들보다 두각을 나타내는 신체를 가졌거나, 공부를 월등히 잘해 선생님에 눈에 들거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타입은 아니었다. 지금도 작은 키지만 초등학교 때는 정말 너무 작아서 있는 듯 없는 듯 한 아이였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아마 키 번호로 서면 여학생, 남학생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작은 체구였다.


이렇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나였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났던 은사님 덕에 난 자존감도 높아졌고, 날 위할 줄 아는 어린이로 바뀌어 나갔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매사에 긍정적이셨고, 항상 조용히 지냈던 내게 특별한 아이로 태어나는 건 자신의 몫이 아니지만 특별하게 성장하는 건 스스로가 하기 나름이라고 늘 강조하셨다.


이런 선생님의 가르침 덕에 난 앞에 잘 나서지 않던 성격에서 자신감 충만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급 임원을 시작으로 6학년이 되면서 학교를 대표하는 임원 선출 선거에도 나갔고, 아쉽게도 회장은 되지 못했지만 150cm도 안 되는 작은 키에 전교생 앞에 서는 전교 부회장이 됐었다.


이런 가르침을 주셨던 은사님 덕에 난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는 외향적인 성향의 밝은 어린이로 성장해 나갔고, 졸업 이후에도 종종 선생님께 연락을 하며 그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선생님께 드리는 안부 전화는 줄어들었고, 이젠 안부를 묻지 않은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바뀐 연락처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 시절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만은 잊지 않고 있다.

아들도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냥 다른 어린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생활도 평범했고, 나서기를 크게 좋아하지도 않았다. 이런 아이가 5학년 반배정이 되고, 담임 선생님이 정해졌을 때 아내의 주변 아주머니들은 걱정 어린 이야기들을 아내에게 했었다. 아주머니들에게 들었던 말로는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많이 엄하고, 부모들과 대화도 많이 하지 않는 타입이어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들로 아내와 난 걱정을 했었지만 5학년 학교생활을 시작하며 아들의 태도는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좋은 방향으로 크게 달라졌다.


아들은 학교에서 적극적이고,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는 아이로 바뀌어 갔고,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던 아들의 그간 이미지와는 다르게 5학년 학급 임원을 맡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일에 당당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들의 이런 태도 변화에는 아들의 담임 선생님 역할이 컸고, 항상 아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며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자존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많이 주셨다. 아주머니들의 이야기처럼 엄하고, 부모들과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선생님임은 분명해 보였다.


이런 선생님을 만나 조금 더 성장한 아들의 행보는 더욱 놀랍게 바뀌었다. 6학년에 올라가서는 학교 대표 임원으로 선거에 출마해 회장에 뽑혔고, 중학교에서도 학급 임원 활동에 고등학생 때는 학생부 활동까지 본인이 하고자 하는 활동에는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런 아이의 자존감을 끌어올려주고, 외향적인 성격이 된 건 아마도 5학년 때 선생님의 영향이 많이 컸던 것 같다. 아들은 선생님을 무척이나 신뢰했고, 아내와 나도 지금까지 가끔 5학년 때 선생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들과 난 비슷한 시기에 만났던 은사님으로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들은 5학년이 지나며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고, 소극적이며, 그냥 철없던 어린아이에서 크게 한 뼘은 성장한 것 같았다. 6학년 아들의 드럼 발표회 때 선생님은 자신의 학급도 아닌 학생의 외부 발표회에 직접 꽃까지 들고 참석하셔서 아내와 난 무척이나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들에게는 너무도 고마웠고, 감사했던 선생님으로 평생 기억날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어떤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고는 한다. 그게 아들과 같이 초등학교 때 선생님일 수도 있지만 사회에서 만나는 멘토가 될 수도 있고, 동아리 때 만난 선배일 수도 있다. 다양하게 만나는 주변 사람들 중에 그냥 스쳐가는 인연들도 있지만,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분을 만나는 운명 같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좋은 영향일 수도 혹은 나쁜 영향일 수도 있지만. 자신을 한 뼘 성장하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다.


억지 같지만 나도 아들처럼 5학년 때 은사님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이래서 우린 부자 지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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