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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Oct 09. 2020

넌 예뻐서 참 좋아

가을이 오면 왜 훌쩍 떠나고 싶을까

가을에 빠졌어요.


가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게 된 건 10년이 되지 않은 일이에요. 노랗고, 빨갛게 물드는 단풍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과 감격을 받는 모습은 내게는 낯설고, 어색한 행동들이었죠. 내게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힘겹게 기지개를 켜며 피어나는 푸른 새싹과 화려하고, 다채로운 형형색색의 옷으로 생명을 일으키는 봄이 예전부터 좋았어요.


이런 새 생명의 기운과는 반대로 오는 겨울을 기다리며 마지막 숨통을 조여 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가을의 풍경이 안쓰럽고, 초라해 보여서 그 가을이라는 계절이 싫었어요. 해마다 10월이 되면 산으로, 계곡으로 단풍놀이를 가는 사람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런 가을은 내겐 그냥 외로움의 계절이라는 생각이 짙었죠.


하지만, 내게 강렬한 가을의 인상을 심어준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고, 이렇게 찾은 가을 트래킹으로 인해 난 가을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해마다 10월이 되면 울긋불긋 물든 그 산의 정취를 잊지 못하며 짧은 계절 가을을 아쉬워하며 보내게 되었죠.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둘레길 같은 산행으로 만끽할 수 있는 가을 정취면 충분히 용기 내어 오르고도 싶고, 울긋불긋 불타는 풍경 아래 막걸리잔 기울이며 풍경을 안주삼아 취해도 보고 싶어요.

7년 전 회사 행사로 찾았던 백담사, 가는 길 내내 날 홀린 건 산 곳곳에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들이었고, 난 백담사로 향하는 내내 이 형언할 수 없는 유채색 길을 눈에 그리고 사진에 담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절정의 가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곱디고운 빛깔은 봄, 여름 꽃들과는 또 다른 자연발광을 보여주더라고요. 이렇게 찾았던 백담사의 가을을 잊지 못해 다음 해에는 가족들과 함께 다시 찾았고, 그때의 감동 그대로 가슴 가득히 가을의 풍경을 담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난 이렇게 가을 풍경에 취하게 된 이후로 가을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니 가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고, 10월만 되면 사계절 중 제일 짧게 스쳐가는 이 가을이 흘러가는 게 못내 아쉬워 훌쩍 떠나곤 해요. 올해도 10월에 나 홀로 여행을 계획했고, 이번 여행지는 전남 담양을 계획 중이에요. 전라도 쪽 여행은 손을 꼽을 정도로 드물지만 고민을 거듭해서 찾은 나만의 시간, 힐링을 위한 가을 여행의 최적의 장소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10월 말에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이겠지만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될 테고, 또 내년 한 해를 계획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대가 크죠. 여행을 다녀오면 따로 여행 후기를 작성할 예정이니 기대해 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나무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어느새 노랗게 옷을 갈아입었고, 하루하루 바뀌어가는 가을 정취에 오늘도 어제와 다름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도대체 가을이라는 녀석은 어떤 마법을 부리길래 이리도 사람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 훌쩍 떠나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그래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건 이 가을이 너무 예쁘고, 좋다는 거. 그거 하나면 충분히 여행을 떠날 이유가 되지 않나요?


가을아, 난 네가 예뻐서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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