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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Dec 07. 2020

엄마 제사상에 올린 단팥빵

어머니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 가는 중입니다

딱 1년이 지났다. 어머니가 우리 가족 곁을 떠난 지...


작년 오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을 찾았던 지인들과 친지들은 모두 안타까운 모습으로 가족을 잃은 우릴 위로했지만 생각보다는 큰 슬픔이 날 덮치진 않았다. 그때만 해도 긴 병환으로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지내서 그랬는지 어머니를 잃은 상처가 그리 크지 않은 줄 알았다. 그래서 내 슬픔도 그렇게 지나가고, 잊힐 줄 알았다.


장례식장에 온 친구 중에 불과 일 년 전에 아버지를 잃은 친구가 있었다. 재작년 봄 친구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음 소식을 듣고, 난 친구 아버지를 모신 장례식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전까지 친구 아버지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야기나, 오랜 지병이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던 나로서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막상 큰 슬픔에 빠졌을 친구가 걱정되었지만 장례식장에서 본 친구의 모습은 덤덤한 모습이라 조금은 의외였다.  하지만 막상 친구의 모습은 덤덤해 보였지만 가슴속 가족을 잃은 슬픔까지 내가 이해하고, 헤아리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발인까지 다녀왔고, 시간이 흘러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덤덤했던 모습도 차츰 내 기억에서 잊혀갔다.

 

그렇게 시간은 지났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한 초여름 어느 날 그 친구가 장례식에 참석한 나를 포함한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소집의 목적은 아버지 사십구재까지 잘 끝냈고, 그때 발인까지 함께해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우린 퇴근 후 7시쯤 종로에서 삼삼오오 모였고, 그렇게 모인 친구들끼리 오래전 옛날이야기를 하며 한참 시간무르익어 갈 때였다. 마침 그 친구는 내 앞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고, 내 어머니가 편찮으신걸 잘 알기에 친구는 조금은 무겁고,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철수야, 난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세상 무너질 슬픔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장례식 치를 때도 많이 덤덤했고, 발인하고도 생각보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지 않아서 스스로도 놀랐어."

  "그래? 사실 나도 장례식날 너 보고 무던하게 잘 이겨내고 있구나 싶었거든."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문득문득 아버지 생각이 날 때가 있어. 내가 아버지하고 그렇게 살갑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생각날 때마다 아버지가 보고 싶기까지 하더라고."


친구의 이 말이 머리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그런지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요즘 그런 친구의 마음과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낀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이 나고, 그리워질 때가 많다. 퇴근하다가도, TV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하루다. 오늘은 어머니의 첫제사다.  




추석에는 코로나 때문에 올라오지 못했던 아버지도 하루에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오백 명 넘게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지만 어머니의 첫제사라 포항에서 고양까지 걸음을 하셨고,  용인에 사는 동생 내외도 추석에 보고 오랜만에 집에 왔다.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인건 어머니 사십구재 이후 처음이었다.


어머니 첫제사를 지내며 오늘도 어머니 생각이 났다. 제사상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단팥빵도 준비했고, 한 참 병환으로 힘드셨을 때 즐겨 드셨던 유산균 음료도 준비해서 제사상에 올렸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제사를 지내면서 차려야 하는 격식이 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즐겨했던 것을 제사상에 올리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찾아와 드실 건 아니더라도 그래야 오늘 밤은 마음 편히 잠이 올 것 같았다.


어머니를 보내고 일 년이란 시간은 나와 우리 가족에겐 지금까지 지내온 다른 시간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문득문득 난 어머니가 생각이 났고, 난 그렇게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끼는 날이 하루하루 늘었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그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올해는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지만 내년, 내 후년이 지나면 우린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갈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갈 것이고, 삶은 무언가로 계속 채워진다.

엄마, 우리 일 년만이죠. 착하고, 예쁜 엄마 며느리가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식사 잘하시고, 가세요. 내년에 다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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