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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Dec 18. 2020

뛰는 아빠 위에 나는 아들 있었다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은 정말 못 말려요

 아들, 오늘부터 잘 때는 스마트폰 아빠한테 반납하고 가



손안에 작은 PC처럼 우리 실 생활을 참 편하게 해 주는 스마트폰. 하지만 난 이런 스마트폰 사용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늦었다. IT 관련 회사에 종사하면서도 얼리 어댑터적 사고는 없는 편이다. 난 새로운 신문물에는 관심이 적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관련 업계에 함께 종사하는 지인들은 공대생 답지 않은 감성을 가졌다고 의아해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그런 얘기를 더 많이 듣는 편이다.


내가 이렇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기가 자연스레 늦어졌다. 물론 아이들 눈 건강과 정신 건강을 위한 이유가 더 컸지만 내 이런 기준으로 아들은 중학생, 딸아이는 아들보다는 조금 빠른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주변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는 많이 늦은 편이지만 아내와 난 이렇게 늦게 스마트폰을 사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그보다 빨리 스마트폰을 접했던 아이들을 보면 더욱 그런 마음이 크게 든다.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들은 늘 게임 삼매경에 여념이 없는 것을 종종 봐왔다.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가족 간에 대화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그 시간을 더욱 단축한 것이 사실이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저녁 시간조차 많은 가족들은 스마트폰을 대면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스마트폰이 생기고도 불문율처럼 지켜지는 것이 있다. 집 안팎 상관없이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스마트폰 사용금지' 규칙이다. 지금까지도 그 불문율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늦게 시작해 여러모로 좋은 점도 있었지만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새삼 몸으로 와닿는 요즘이다. 뒤늦게 시작한 스마트폰의 재미에 푹 빠져 다른 애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들여 더 열심히 하는 우리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되면서 늦게 한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구나 싶다. 요즘도 딸아이는 이 스마트폰 사용으로 아내에게 매일 잔소리를 듣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켜놓고도 손과 눈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가끔씩 TV를 보는 거냐고 물어보면 TV는 귀로 듣고, 스마트폰은 눈으로 본다는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곤 한다. 박지성, 김하성도 아니면서 멀티로 자신의 눈과 귀를 동시에 괴롭힌다. 




아들 녀석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사용량이 부쩍 늘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제어가 되는 듯했으나 그건 아내와 나의 착각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그 작은 기계 안에서 자신들이 모르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대화 없이도 감정 없는 텍스트로 소통을 한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을 해보면서 일탈을 경험하며 사춘기를 지내는 게 보편화되었다.


아침에 아들을 깨울 때마다 아들의 침대에 함께 누워있는 스마트폰을 봤지만 난 대수롭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몇 번을 아들에게 잔소리도 해보고, 구슬려도 봤다. 하지만 사춘기 아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아니라고 잡아떼다가도, 궁지에 몰리면 아예 대꾸를 하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내게 SOS를 보냈고, 아내의 의심이 현실이 된 순간 난 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어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들, 오늘부터 잘 때는 스마트폰 아빠한테 반납하고 가."

 "왜요? 그냥 밤에 안 할게요."

 "안돼. 너희 나이에는 제어가 어려울 거야. 아빠가 도와줄 테니까 오늘 밤부터 스마트폰 아빠 주고 자."

 "(힘없는 목소리) 네..."


아들은 이렇게 스마트폰을 밤에 자러 갈 때마다 내게 반납했고, 한 동안은 이 약속이 잘 지켜지는 듯했다. 혹시나 해서 아들의 스마트폰을 눈에 잘 띄는 거실 소파 위에 올려놨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면 있던 자리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고, 사용 흔적도 전혀 없었다. 아내와 난 약속을 지켜주는 아들이 고마웠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순진했던 나와 아내의 생각이었고, 강력했던 사춘기의 호기심을 꺾지는 못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 아내는 아들을 깨우기 위해 아들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늘 조심했던 아들이 드디어 꼬리를 밟혔다. 아들의 이불 밖으로 처음 보는 스마트폰이 아들과 나란히 누워있었고, 서둘러 스마트폰을 움켜쥔 아내는 아들을 깨웠다.


 "김민수! 일어나. 얼~른"

 "으으응, 왜요?"

 "너, 이게 뭐야? 이 스마트폰 뭐냐고"

 "......"


당황한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내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폰의 정체는 아들이 학교 친구로부터 빌려온 것이었다. 학교에 가서 집에서는 밤에 스마트폰 사용을 못하게 한다고 얘기했더니 가까운 친구 하나가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아들에게 빌려 준 것이었다. 결국은 아들은 낮과 밤에 사용하는 폰이 다른 이중생활을 해 온 것이었다.


아내와 난 고민을 거듭하다 앱을 사용해 아이의 폰 사용 이력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기로 결정했다. 앱 결과에 따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아이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난 곧 그 방법을 실행했고, 아들과 내 폰에 각각 앱을 설치 후에 아들의 폰 사용 이력을 확인했다. 의심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앱의 모니터링 기능은 쓸만했다. 아들의 정확한 폰 사용시간, 접속 사이트 등을 내가 모두 볼 수 있도록 리포트해 줬다. 그리고 앱의 감시 능력에 감동받으면서도 한편으로 아들의 사용 이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링 리포트에 나온 사용 시간은 내가 상상도 못 했던 많은 시간이었다. 사용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접속 사이트도 청소년이 접속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사이트들이 많았다. 앱의 모니터링 기능과 성능에 놀라는 건 잠시였고, 아들에게 이 부분을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하다 결국은 사용 시간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아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량을 가지고 얘기하자 아들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어느 정도 수긍하는 듯 보였다. 아내와 난 그렇게 스마트폰 사건이 일단락되는 걸로 생각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꺼낸 후 아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은 하루가 다르게 줄었다. 일주일 후부터는 아예 하루 사용량이 한 시간도 안 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를 받고서 좋아해야 하지만 내 눈으로 본 아들의 스마트폰 사용량만 해도 한 시간을 훌쩍 넘는 것을 알기에 도 결국은 두 손을 모두 들었다. 결국 아들의 승리였다. 설치한 감시 앱을 우회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더 이상의 모니터링은 무의미했다. 결국 난 유료 결제도 취소하고, 앱도 지우고, 아들 감시도 접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아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김 지 수~!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우리 집에는 아이가 둘이다. 스마트폰 전쟁은 다시 불붙었고, 2차전은 딸아이 차례였다. 이제야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오늘도 아내와 딸아이는 대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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