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억바라기 Feb 15. 2021

주식하는 아내를 내조하는 남편의 클래스

아내를 위한 배려로부터 시작해서 내 사심까지 채웠다

 용적률을 600% 이상이라고. 그럼 내일 A 건축회사 주식 상황을 좀 봐야겠네요


어제부터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평소에는 브런치나 블로그를 볼 때가 아니면 잘 활용을 하지 않던 스마트폰을 어제, 오늘 지름신이 씌었는지 제품 하나가 꽂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종일 제품 사양, 후기 등검색하고, 가격 비교 사이트를 뒤집고 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내가 말이다.


며칠 전부터 계속 생각일이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아내는 주식 공부에, 소소하게 주식 투자를 하느라 유튜브를 열심히 본다. 평소에도 종종 식물, 화초 관련 유튜브를 보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식물 이외 다른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구독한 적은 없었다. 얼마 전에는 주식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사달라고 할 정도로 열공 모드다. 아내는 저녁시간이면 매일 1~2시간씩 주식 관련 채널 유튜브를 보고 열심히 메모해 가며 공부한다. 아이들 제보에 의하면 낮 시간에도 종종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증시도 자주 본다고 했다.


아내는 시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안구 건조증에 요즘 들어오는 노안의 증세 때문에 부쩍 신경이 쓰였었는데 유튜브까지 구독하며 너무 오랜 시간을 스마트폰에 노출시키며 자신의 눈을 피로하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언가 열심히인 아내는 코로나 유행 이후 오랜만이어서 말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장시간 노출되는 아내의 눈이 걱정되어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며칠을 여기저기 쇼핑몰을 뒤지며 최적의 물건을 찾고 있었다. 그 물건은 바로 '포터블 모니터'. 포터블 모니터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의 화면을 큰 모니터로 바로 볼 수 있는 휴대용 모니터이다. 정말 신박한 물건이다.


갤럭시 기종은 삼성 덱스라는 기능을 사용하면 이 모니터를 통해 일반 PC 화면과 같은 디스플레이로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따로 조작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구매 의욕을 당겼다. 충전해서 쓸 수도 있고, 충전도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이 또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모니터에 터치 스크린도 지원한다니 세상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 아침부터 스마트폰으로 또 한참을 검색했다. 오늘은 좋아하던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계속 10만 원의 가격 갭(Gap)에서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망설임의 연속이었다. 아내가 주로 이용하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용도만을 위해 구매하면 20만 원이 되지 않는 가격대에서 구매 가능한 제품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함께 사용하려면 PC에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만큼은 아니어도 기본적인 앱들의 쓰기 기능뿐만이 아니라 문서 쓰기도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터블 모니터로 키보드 조작이 가능한 제품을 찾았다. 브런치 글쓰기 등이 목적이었던지라 최적의 제품을 발견했지만 가격이 약 30만 원. 생각보다 착한 가격은 아니었다. 이 10만 원의 차이로 꽤 오랜 시간 갈등을 거듭했다. 결국은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아깝기도 해서 더 고민 않고 마음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 재!'


드디어 질렀다. 아내의 눈 건강을 위해 시작한 쇼핑이지만 결국 나의 사심을 함께 채웠다. 작년에 컨설팅하고, 외부 글 쓰며 벌었던 내 지갑을 다시 한번 열었다. 그러고는 난 마음을 '토닥토닥'. 아내의 선물인데 내가 설레고 기다려지는 건 왜일까? 선물을 주는 사람의 선한 마음일까, 아니면 신문물을 접하는 지름신의 사심일까. 헷갈리지만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어차피 더 자주 쓰는 건 아내이니까. 아내가 기뻐하면 그걸로 된 거다.


아내는 요즘 예전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주식 시장에 무척 관심이 높다. 저녁 식사 때마다 그날 혼자 공부했던 것들이나 뉴스 등을 보면서 시장 상황과 주식 동향 등을 내게 얘기한다. 오늘도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발표 하루 전에 맞춰서 뉴스를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와, 용적률을 600% 이상이라고. 그럼 내일 A 건축회사 주식 상황을 좀 봐야겠네요. 오늘 봤던 유튜브에서 용적률을 끌어올리면 봐야 할 종목을 알려줬거든요"

 "요즘 사놨던 주식들은 조금씩 올랐어요? 영희 씨"

 "아뇨. 아직은 조금 손해 보고 있어요. 그래도 길게 보고 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마요"


아내는 내가 선물(?)한 플립북으로 오늘도 유튜브 주식 채널 삼매경이다. 아직까지는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작은 돈으로 무언가 열심히 하는 아내가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무언가 열심히인 건 칭찬할 일이다. 도박이 아닌 게 어딘가. 오늘도 아내는 내가 사준 '플립북'을 분 활용할 것이다. 이만하면 선물 잘한 거다.  

  '어차피 쓸 돈이었는데 잘했어. 철수야~ 정말이야. 잘했어. 근데 영희 씨 나도 브런치 글 써야 하는데. 양보 좀 해줘요"     


명절 연휴, 아내는 오늘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뭘 보고 있나 봤더니 이어폰을 끼고 또 주식 전문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난 속으로 플립북 사줬는데 왜 또 스마트폰으로 볼까 싶었지만 소파에 누워 편하게 시청하는 아내에게는 오히려 지금 자세로 보는 게 편하겠다 싶어 더 생각을 않고 TV를 봤다. 그런데 갑자기 나오던 TV 채널이 유튜브 채널로 바뀌더니 TV에서 주식 방송이 나왔다.


 "어, 영희 씨 갑자기 왜 주식 방송이 나오죠?"

 "네? 제가 채널 누른 거 아닌데. 어 TV에서 나오는 방송, 방금까지 내가 보던 건데"

 옆에 있던 딸아이가 아내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보더니 말한다.

 "에이, 엄마 이거 눌렀네. 유튜브 영상에서 이거 누르면 TV로 연결돼. 나도 이렇게 짱구 보는데"

 "그래? 이걸로 보면 훨씬 편하겠네. 그나저나 철수 씨 이렇게 폰 하고 TV가 연결되면 플립북을 왜 샀데"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신기하고도, 당황스러웠다. 그나저나 우리 집 TV가 너무 똑똑한 건지, 내가 너무 모르는 건지. 스마트 TV가 달리 스마트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지 싶다. 그나저나 갑자기 30만 원이 아까워지는 건 왜일까


이전 13화 아내가 염색을 하면서 생긴 변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