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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n 30. 2021

내게 넌 도전이자, 꿈이고 그리고 탈출구였어

내게 글 쓰기란 뭘까 생각해봤더니

기운이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글을 써도 흥이 나지 않고, 쏟아내던 글쓰기가 아닌 밀어내기 급급했다. 글감 부족이라는 생각을 한건 하루 걸러 한 번씩 해오던 고민일만큼 잦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이 보채는 어린아이의 잠시 치기 어린 행동처럼 슬며시 왔다 가곤 해서 그리 깊게 고민을 하진 않았다. 사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내 머릿속 고맙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이렇게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이 정제된 글감이 되고, 거짓말같이 잠깐의 슬럼프를 매번 밀어내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쏟아지던 글감도 오래된 LP판이 돌다가 '탁탁' 튀듯이 같은 자리에서 기억이 멈춰버렸고, 조금은 불은 라면이 맥없이 잘리듯 생각의 연결고리가 끊어져버린 듯했다. 글을 쓰다가도 좀처럼 타이핑이 이어지지 않는 날이 많았다. 특히나 답답한 글쓰기가 이어지니,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 하던 써내는 글의 반응까지도 다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매번 내겐 내 글의  조회수와 공감수가 내 글을 평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자주 소통하는 작가님이 댓글로 써놓은 '인기 작가'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만 싫지 않았다. '아니라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은 머릿속에 있었지만 스스로가 어느 정도 수긍을 하며 자만했었던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차례의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글 소개와 발행하는 글들 중 많은 글들이 다음 메인이나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면서 브런치 인기글에 오랜 시간 내 글이 상위권 자리를 차지했었다.  조회수 20만이 넘은 글도 있었고, 1만이 넘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도 꽤 많이 모였다. 꾸준히 매 달 평균 15~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어떤 달은 40만이 넘는 총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1년 8개월을 운영하며 총조회수는 340만을 바로 보게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영광(?)은 과거처럼 여겨지는 날들이 많아졌다. 글 발행을 해도 메인에 오르는 건 매주 세 편 중 한 편일 때가 많았고, 메인에 올라도 아쉬운 조회 결과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늘었다.


어느새 조금 더 자극적인 소재의 글을 찾아보기도 하고, 글 발행 후에도 제목을 몇 번씩 고치는 일도 늘었다. 스스로 숫자의 노예로 변한다는 인식을 못하고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버티며 글을 쓰는 날이 반복됐다. 드디어 지난 한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대로 글 한 편을 쓰지 못했다. 물론 지난주에도 평소와 같이 세 개의 글을 발행했다. 하지만 그 글들은 과거에 써 놓았던 글이거나, 주말에 써서 퇴고만 발행 전날 했던 글이다. 매일 글쓰기가 너무 아쉬운 나날들이 계속됐다.


난 글을 왜 쓰게 된 걸까?


과거 일기장처럼 끄적였던 스마트폰의 메모를 들여다봤다. 그냥 지나치던 메모에서 내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며 가졌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글귀들이 보였다. 그래 내게 글쓰기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의 도전이자, 내 이름으로 오롯이 써진 책을 내고 싶은 꿈이었고, 업무 때문에 지쳐가던 번아웃의 탈출구였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썼구나 생각했더니 그간 글을 쓰며 들었던 행복한 마음이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보이지 않은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눈을 가렸던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폭발적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구독자분들이 내게는 글에 대한 약속이었고,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냥 좋아서 쓰기 시작한 글쓰기에 덤으로 내 글을 읽어주고, 좋아하는 구독자들까지 생겼다. 그러니 내 꿈은 아직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오롯이 내 글이 담긴 나만의 이야기의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긴 아직  이르지만 온라인 상에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독자님들과 나를 응원해주는 작가님들이 있으니 충분히 흥이 나고, 신이 날 일이다.


지난주 토요일 오전 오랜만에 카페에서 글을 썼다.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의 기말고사가 임박한 최근 주말에는 아들의 공부하러 가는 시간이 들쭉날쭉이라 조용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마음먹고 아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가 자리가 없어서 카페로 자릴 옮겼다. 덕분에 카페에서 글을 쓰는 호사를 누렸다. 지난 며칠간 단 한 줄을 쓰지 못했던 나였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글을 처음 썼을 때를 생각했더니 어느새 내 열 손가락은 쏟아내는 생각을 글로 옮기느라 바빠졌고, 잠시 생각의 밀당 없이도 글 한편을 뚝딱 지어내었다. 아직도 더 쏟아낼 글이 있는지, 아님 며칠의 방황이 아쉬웠는지 내 손은 어느새 다시 노트북 자판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난 오늘도 좋아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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